세상은 파블의 국민들에게 상냥하며, 마치 이 모든 것이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다정합니다.
수도의 어느 곳을 걸어도 꽃이 만발한 사랑스러운 계절입니다.
여러 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번영이 약속된 땅, 파블.
이 나라의 유일한 오점이자 흠이라면, 수도에 자리한 새하얀 백색 성의 주인일 것 입니다.
모르는 이가 없는 최악의 폭군, 레베카 로렌스.
하루에도 수십에 달하는 가신들의 목을 베고 새로 임명하기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왕입니다.
광기에 젖어 번들거리는 시선이 어찌나 냉혹한지, 이 사랑스러운 나라에서 유일하게 겨울이 잠들지 않는 곳 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폭정의 시대도 곧 종말을 맞을 것 입니다.
국민들 사이에는 벌써 그러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악랄한 왕을 참수하고 진정한 평화의 시대로 그들을 이끌어갈, 고명한 날개의 기사.
그렇다해도 언제나 레베카를 알현하러 가는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오늘은 그 곁에 서서, 또 몇 명의 목을 베어야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소란스러운 상인들로 가득한 길가를 가로질러, 팔라딘은 미친왕을 위해 걷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골목을 굽이 돌아 울려 퍼집니다.
찬란한 영광과 무궁한 번영, 해가 지지 않는 태양의 나라.
왕성 안으로 들어서면 그 길목부터 싸늘한 냉기가 감돕니다.
성 안의 하인들은 그 목이 달아날까 두려워 목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태양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만 겨울이 선연합니다.
이 나라는 365일 중 360일이 봄과 여름인, 태양의 나라입니다.
성 안으로 들어와 내밀한 곳까지 이어지는 길목을 걷다보면 그것이 전부 거짓말인 것 처럼 기온이 내려가고 입김이 나올 정도가 됩니다.
가신들은 대다수 미친 왕의 광기때문이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창틀 사이로 조각난 햇살이 미미하게 스미는 듯 하다가, 다시 구름에 가려 사라집니다.
팔라딘이 길을 걷다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립니다.
팔라딘:듣기기준치: | 65/32/13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요란도 해라.
접시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에헤이. 또 누구 목을 베려고. (조금 빠르게 걸음을 재촉해서... 집무실로 빠르게 들어가보자.)
팔라딘이 그곳으로 달려가 집무실의 문을 열면 바닥에 떨어진 찻잔과 그 곁에 목이 베여 절명한 하인이 보입니다.
그 곁에는 하녀 한명이 바닥에 주저앉아 손을 떨고 있습니다.
하녀는 팔라딘을 발견하면 곧장 이제 살았다는 얼굴로 작게 팔라딘의 이름을 중얼거립니다.
한 명은 늦었네……. (시체를 바라보다가 잠깐.) 옳지, 괜찮아요.
여기로 오세요. (손 내밀어서 잡아준다.)
마저 죽여.
팔라딘:사랑스러운 기사에게 자기 일을 떠넘기기까지!? (다소 과장스러운 목소리.)
필요 없는 데에 힘을 너무 쓰는 거 아닙니까. 지금 이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치.
레베카 로렌스:네가 할 일을 안 해서 그런 거잖아....
힘이 필요한 데는 어딘데? (네 쪽으로 손을 내밀고는...,)
(어쩐지 살짝 붉은 뺨으로 너를 끌어당긴다. 앞의 하녀랑 네 사이가 떨어지게.) 이쪽?
저 꼬셔요? (그리고 뒤로 슬쩍 하녀를 민다. 입모양으로 어서. 가. 라고 해주며...)
알고는 계신가? 소문이 쫙 났습니다? 제가, (허리에 손 감싸는 꼴이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가?)
폐하의 편애를 듬~뿍 받는. 그 뭐냐,
……애첩이라고! (제 풀에 웃음.)
레베카 로렌스:...내가 왜 너를? (...응? 고개가 살짝 기울여진다. 인기척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알아서.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무언가 생각을 잇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제 허리에 손을 감싸는 것 때문에 인상을 쓴다.) ...흐응, 불경죄로 전부 목을 잘라버릴까.
...난 너 안 좋아해.
편애한 적 없어.
팔라딘:어허, 정말로 목을 전부 치게? 안 돼, 그럼 가엾잖아……. (속닥인다.)
혼자 남을 텐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떨어져서 웃는다.) 그렇다면 그런 걸로 칩시다. 오해는 끝. 궁중의 연애사도 끝!
지나가다 잠시 들러 무례를 범한 것에는 용서를. …그러면. 음~
더 할 일 없겠지? (여기까지 한 숨에 말했던 것 같다.)
레베카 로렌스:...한 번에 말해서 정신 사나워.
그리고 난 원래 혼자 맞아. (이쪽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의자에 앉는다.)
...시체 치우고 가. 보기 안 좋아.
(목이 잘린 시체를 안아든다. 하얀 천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엥~.
평생 지켜준다고 했던 서임식은 다 잊으셨나봐.
자. 그러면 들어가 보겠습니다.
레베카 로렌스:... ... ... .... (빤히....)
너, 네가 기사 서임에 했던 말을 기억해?
팔라딘:부군 자리 없으면 들어간다고 했었죠. (키득댐.)
지금도 옆자린 비어있는 것 같아서.
팔라딘:웬 일이랍니까? 이 제멋대로 황제님께서.
팔라딘:……. (허리춤에 찬 칼에 손이 툭, 닿았던 것 같다……. 웃으면서 눈을 한 번 굴려보며…)
(히죽히죽.) 언젠가, 그 제안이 진심일 때 진심을 담아서 답을 돌려드리죠.
베어버리고 싶어. (무미건조하게 말하고는 시선을 거둔다.)
... ... ...수도 근처를 돌면서 프로디티오네 백작에 대한 소문을 찾아줘.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와.
돌아오고 싶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내 손으로 네 목을 벨 테니까.
팔라딘:오, 그 백작님. (일단 아는 척은 해 봤는데... 아는 사람인가?)
이름만 들어봤는데. 유명하신 분도 아니고.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고 있어요? (대답을 요하는 질문 종류는 아니다.)
알았습니다! 목 달아나기는 싫으니 때가 되면 입궐하도록 하죠!
알아 들었으면 알아서 꺼져....
팔라딘:흠. 그렇지. 그렇지. 저는 그대에 의해 쓰이는 검일 뿐인데.
오케이. 갑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집무실에서 나간다... 아...)
(어디로 가야 되지. 한 손에 시체 들고 오도카니.)
듣기기준치: | 65/32/13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레베카가 다른 시종을 불러 너무도 차분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명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에 기거하면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자... 그럼 시체부터 어떻게 해야 되는데.)
(보통 이렇게 시체가 생기면 어디부터 갔지? 의료원인가?)
지하실에 시체가 많이 버려져 있긴 하지만....
(그래. 그럼 의료원이나 가자. 언내O럴이나 해보자고.)
(가면서 시체에게 묵념도 해준다.)
팔라딘이 의료원을 방문하면, 들것에 실려 들어오는 열사병 환자들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환자들은 하나같이 더운 숨을 헐떡이며 열이 올라 피부 색이 붉습니다.
그런데도 털 옷이나 솜 옷을 입고 있으며, 그 위에 외투를 걸치거나 망토를 두른 사람도 여럿 보입니다.
의사들은 그런 환자를 보며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하는 소리를 쏟아내고는 달려가서 옷을 벗기고, 찬물로 그들의 열을 식힙니다.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 있으신가?
정신없이 풍경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팔라딘에게 나이 많은 의사가 찾아와 말을 겁니다.
이 의사는 수도의 의료원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하며 여러 서적을 쓴 사람입니다.
의사:오셨습니까, 귀관께서 의료원까지 직접 방문하시다니....
어디 다치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팔라딘:(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내가 다친 건 아니고.
여기 영안실 좀 빌리려고.
(이 정도 즈음 말하면 대강 알겠지 싶다.) 언제나 있는 일이잖습니까. 뭐, 그런 것들이에요.
의사:아이고..., 귀관께서 다친 곳 없이 방문하셨으면 그저 오늘은 미친왕의 폭정이 좀 덜한가 하고 안심하려 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한숨을 내쉰다.)
(의료실의 구석으로 안내해준다.) 마땅한 영안실로 쓸 자리가 지금은 없어서, 이 구석이라도....
환자들이 계속 몰려와서 자리가 부족해서 말입니다....
팔라딘:(대강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그래. 오늘 환자가 좀 많네요?
계절감이 여기만 다르다는 느낌이고.
마치 겨울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지……. (구석에 데리고 온 어떤 것을 눕혀놓고는...)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환자가 이렇게 다 늘어나고.
의사:저희도 희한한 노릇입니다.... 열사병 환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하나 같이 털옷을 입고 망토를 두르고....
훈련중인 기사인가 싶었더니 그게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시민들이에요. 자신들이 열사병을 앓고 있다는 것 조차도 모릅니다. 너무 이상한 일이지 않습니까? 이 더운 여름의 나라에, 저런 털옷들을 걸쳐입고...
뭐 그래도 파블이 원래 그런 나라이니...
팔라딘:기사들의 상태는 내가 잘 보고 다니니까. (흘리듯 말하면서 기사단 쪽을 바라본다...)
사계절이 온난한 나라죠. 이 나라는. 혹독한 겨울이라는 게 없는.
추운 국가에서 이민온 자들은 아닌가? 원래 이 나라 국민이 맞나?
의사:다들 원래 이 나라 국민들이 맞습니다. 다 알고 있던 얼굴들이니까요.
... ... ...그러니 더 이상한 것입니다. 왜 이 온난한 나라에 다들 털옷만 열사병 환자만 많은 것인지.
서고에도 동상에 대한 책들만 그렇게나 많더군요. 우스운게..., 저는 단 한 번도 북쪽의 추운 나라로 유학을 가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팔라딘:그러게 말입니다. 이 나라에서 동상에 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일부러 얼음 창고에라도 갇히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농담마냥 말을 던지고 웃는다.)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기사단 건물은 옆에 있으니,
직접 말을 전해주시면 됩니다. (꾸벅... 인사하려다가, 아.)
ㅡ혹시, 프로디티오네 백작? 을 아시는지?
의사:프로디티오네..., 백작? 이라 함은....
최근에 좀 들은 게 있긴 합니다만, 그 백작의 성에 다녀온 아이가 상태가 이상해졌다고 하더군요.
(살짝 바싹 다가간다.) 구체적으로...?
흠, 강가를 산책하던 길에 그런 소문을 들었던 것인지라 그 쯤에 가면 무언가 알 수 있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팔라딘:어허,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씩 웃으면서 떨어진다.)
다른 건 아니고,
그냥. 친우의 친우라서요. ㅡ요새, 친우 얼굴에 우환이 많아 보여서. 좀.
그럼 고생하십쇼.
(꾸벅. 인사하고 강가로 나서본다. 나가기 전에... 의료원에 더 둘러볼 것은 없나?)
나가기 전에 뭐 볼 거 없나? 하고 있으면 아까 전의 그 의사가 다시 팔라딘에게 달려옵니다.
의사:...아니 역시 이 늙은이의 염려일 수도 있겠지만, 걱정이 되어서. (팔라딘의 손을 꼭 잡는다.)
귀관께서는... 혁명군의 수장이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당신을 믿고 따르는 견습기사들과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수백, 수천에 달하는 것으로 압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당신을 모르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간첩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팔라딘:아하하하! 유명세는 있을 때 즐기는 게 좋죠. (꼭, 잡힌 손을 보다가 힘주어 잡는다.)
걱정 감사합니다. 애정이라고 생각하니까 거, 기분이 좋네. 이것도.
의사:... ...허나, 귀관께서는... 이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귀관께서 그런, 미친왕에게 있어서는 역적임을 모르지 않을텐데... 왜 귀관만큼은 가만 내버려 두는 것 일까요? 그 살인귀가 말입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친왕파 귀족들도 비슷하고... ... 에덴 왕녀님께서도 당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으시는 듯 했습니다. 귀관께서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고 한들...
늙은이의 염려가 너무 큰 탓일까요? 하지만 정말로 불안해서, 원...
팔라딘:뭐, 저를 아끼시는 모양입니다? 그건 다행이죠. (가벼운 어조.)
불행 중 다행일지도, 아니면 함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사님의 걱정은 잘 알겠어요.
그러나 내 안위 하나 걱정된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뒤로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ㅡ그러면 좀,
멋 없지 않아요? (키득댄다.)
염려는 잘 받아두고 잘 곱씹어 보겠습니다. 위기감? 그런 것 좀 가져보죠.
의사: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 죄송합니다.... 늙으니 자꾸 말이 늘어나는군요. 걱정도 늘어나고 말입니다.
아무쪼록 몸 조심히,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정말로 나가본다... 흠. 그렇다, 그렇단 말이지.)
하여튼. 보안이 문제야, 보안이.
이미 들킬 대로 다 들킨 거 같은데.
그러면 좀 더 망나니 짓해도 되지 않나? (느긋하게 강가로 걸어간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목입니다.
강물은 투명하게 맑아 물고기를 맨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돌다리 근처에는 소일거리삼아 물고기에게 밥을 주고있는 사람들이 서 있으며, 낚시를 하고있는 사람들도 몇몇 보입니다.
살펴보면 모두 털옷을 입고 있으며, 날씨가 더운 탓에 모두 옷을 반쯤은 벗고있습니다.
다들 열사병 걸릴라.
듣기기준치: | 65/32/13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주변 소음으로 조금 안 들리지만..., 어쨌든 띄엄띄엄 다음과 같은 대화를 듣습니다.
팔라딘이 정보를 들은 후에는, 사람들이 강가의 다리 아래로 모여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온난한 나란데. 왜 이렇게 다들 옷이 두껍나.
(아래로 모여드는 걸 본다. 팔짱 끼고.)
그쪽으로 가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모여 웅성거리느라 누가 오는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맑은 강물을 길어가기도하고, 빨래를 늘어놓기도하며 서로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흠, 흠흠.)
……다들 즐거운 얘기들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저도 껴 주시죠! (둘 사이로 뛰어가서 어깨동무한다. 한 10년 전부터 안 소꿉친구 무드임.)
썰매는 즐겁죠. 파블에는 어울리지 않는 놀이지만 말입니다.
... ... ...어!!! 기사단장이다!!! 유명인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이 상황으르 즐김.)
아니, 이게 아니라. 하여튼 반갑습니다. 예예. (악수하면서 키득댄다.)
재밌는 얘기가 들려서 말예요. 백작에 대한 얘기?
주민:살다 보니까 기사단장님이랑 악수도 하게 되네....
어어..., 백작? 어? 아아, 방금 한 얘기 들으셨나보네!
기사단장님은 이런 괴담 같은 거 좋아하시나 봅니다요?
다른 게 아니라 친우의 친우이기도 하거든. ㅡ최근에 좀, 그 저택에 이상한 일들이 많다고,
걱정이 많지 뭡니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술술.)
그러더니 딱, 이런 괴담이 들리데?
노란... 어쩌고? 뭐라고요? (갸우뚱.)
주민:아니 뭐..., 나도 제대로 된 건 못 들었지만 말이야!
백작이 사람이 아니라 뭔, 고름 덩어리라던데! 완전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겠냐~ 이러던 참이긴 했어~
무슨 몹쓸 병에라도 걸린 거 아닙니까, 그거.
에이미라는 친구가 쇼크를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아이고, 어떡하냐. 어디 즈음 살어요, 그 친구는?
위로라도 해 주고 와야지. 원.
주민:에이미? 에이미는 거 어디, 빈민촌에 살지 않던가?
근데 지 애미애비도 안 만나고 방 안에만 콕 틀어박혀 있다는데 기사단장님을 만나주겠어?!
팔라딘:후... 이렇게 잘생긴 나도 안 만나준다면 그건 진짜 심각한 일이란 건데... (꼴값.)
하여튼 고맙습니다. (꾸벅.)
저어, 그럼 에이미한테 다녀올게요. 아, 그리고 더우니까 옷은 새로 사 입으시고. (주머니 뒤져서 동전 손에 꼬옥 쥐여준다.)
주민:역시 기사단장님은 참 좋으신 분이셔.... (고개 끄덕끄덕끄덕....)
수고하세요~!
팔라딘:하하하하. 미담은 언제나 고맙죠. 더 퍼트려주셔도 좋고? (윙크나 한다.)
(시원하게 빈민촌으로 자리 옮김.)
빈민촌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로 지어진 집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잦은 비로 인해 목재들이 썩어, 빈민촌에서는 전체적으로 썩어들어가는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팔라딘이 빈민촌 거리를 걷다보면, 평소와 특별히 다를 것 없는 풍경들이 쭉 보입니다.
털옷을 반쯤 헐벗은 상태로 걸쳐입은 사람들이 넓은 공터에 모여 스튜를 끓여 먹고 있습니다.
하늘을 보면 태양이 만발한 시각이건만, 시원한 것을 먹었으면 먹었지 왜 스튜를 먹고 있는지…….
사람들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요리를 하고있는 사람에게 대체 이렇게 더운데 왜 스튜를 끓이느냐며 짜증을 내는 빈민들도 여럿 보입니다.
그러면 요리사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대꾸합니다.
요리사:아! 차가운 요리 만드는 방법이 대체 뭔데!? 아는 사람 있어!? 주는대로 쳐먹어, 잡것들아!
팔라딘:차가운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라. 그러게...
(본인은 아는 거 있나?)
교육기준치: | 50/25/10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 보니 수박이 잘 자라는 날씨 아니던가요? (요리사에게 슬쩍, 다가간다. 한 그릇 달라는 듯이 윙크함. 어유.)
요리사:아이고!!! 사단장님!!! 사단장님 아니십니까! 어떻게 이런 곳까지 직접 행차하셨습니까?!
팔라딘:어어. 그래. 더 요란 떨고 좋아해보도록. (누가 봐도 장난이다.)
(그런데 기분은 좀 좋아보임.)
겁에 질려서 틀어박혀있는 애가 있다길래 위로해 주려고 방문했습니다.
요리사:대접할 수 있는 멋들어진 음식이 없는데 이런 별 것 아닌 스튜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사단장님께는 더 귀한 음식을 대접해드려야, 아까 말씀하신 수박이라든지... ... ... ....
... ... ...아! 에이미 얘기하시는 거군요! 소문이 왕성까지 났습니까?
팔라딘:어어. 나도 스튜 좋아해. 성도에 들어가기 전에 자주 먹었으니까.
추웠을 때 유일하게 도움이 되는 음식...
……음? (음?)
(요리사하고 눈 마주침.)
내가 춥다고 했나?
...더위 먹으셨습니까?
들어보십쇼. 의료원에 방문을 했더니 다들 열사병으로 죽어가던데,
진짜로 다들 단체로 더위라도 먹은... 건지? (뭔가 이상하다. 음? 하다가.)
아니아니, 이게 아니라.
하여튼. (손뼉 짝.)
소문이 났더라고요. 부모님도 안 보고 틀어박혀 있다길래. 백작이 고름이라길래. 궁금해서 겸사겸사.
팔라딘:요리사님은, 어때. 백작님에 대해 뭐 아는 거 없습니까? (스튜 받아서 한 입 먹고 있음.)
요리사:의료원에 다들 열사병으로 죽어갈만도 하죠.... 여기도 다 똑같습니다. 저 사람들 좀 보세요. 전부 다 털옷에 모피 칭칭 두르고 있잖습니까! 얇은 옷은 단 한 벌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홀딱 벗고 다니는거죠.
거기다가 요리법도 말입니다.... 제가 아는 요리법은 끓이고, 찌고, ... 뭔 다 이런 것들 뿐입니다! 물을 많이 넣고 끓이면 양이 늘어서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는 그런 거요! 파블에는 먹거리가 이렇게 넘쳐나는데 말이에요!
하..., 세상이 거꾸로 되기라도 한 건지. 나 원, 참....
(갑자기 헛기침. 흠.) 백작..., 백작? 백작은 잘 모르겠는데. 뭔... 이상한 귀족 나리들이 하도 많이 늘어나서.... 저희 같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까지 다 어떻게 외운답니까? 사단장님 정도나 되어야지 얼굴을 외우죠.
팔라딘:다들 얇은 옷은 없는 건가... (너무 자연스럽게 얇은 옷이 없냐고 말했는데.)
(음. 내 옷장을 생각해본다. 얇은 옷 없었...나?)
어, 그러고 보니 기사단 복식에도 얇은 옷이 없네…….
팔라딘:(눈을 도르륵... 굴린다.) 어, 의식하고 보니까 좀 더워.
좀 벗어도 됩니까? (정복 단추 좀 푸는 중.)
스튜는 맛있었습니다.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합니다. 갑자기 온난화라도 진행이 됐나?
(그릇 돌려주면서...) 어릴 적이 생각나는 요리였어요. 완~전 대박. 요리실력 멋집니다. (따봉도 해준다.)
요리사:사단장님도 더우실 텐데, 당연하죠! 좀 편하게 계세요!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
하지만... ... ..., 파블은 여름의 나라지 않습니까? 갑자기 온난화라뇨! 그럴 리가 없죠!
이상하게 어렸을 때만 생각하면 추위와 배고픔이 먼저 생각 나지 뭡니까. (키득댐.)
하여튼, 감사합니다!
에이미네 집으로 한 번 가볼게요. 요리 고생하시고,
뭐 필요한 일 있으면 기사단 쪽으로 연락 주십쇼!
(손 흔들어줌.)
요리사:네~! 사단장님도 먹고 싶은 요리 있으시면 말만 하세요! 다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다른 것도 필요하면 도와드릴 테니까요!!!
달아두겠습니다! (인사하고 빈민촌 좀 더 돈다. 에이미, 에이미네 집이...)
에이미네 집을 찾으려고 음식을 나누어먹는 사람들을 지나쳐가면, 빈민촌 사람들이 모여 빨래를 하는 웅덩이 쪽에서 물놀이를 하고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두꺼운 털옷이나 짐승의 모피로 지은 옷이며, 그것이 거추장스러운지 허리춤에 묶거나 대충 뒤집어 쓴 상태입니다.
팔라딘:(어, 진짜 의식하니까 되게 덥네. 풀어헤치고 허리춤에 손 꽂고 돌아다님.)
듣기기준치: | 65/32/13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렸을 때 이런 노래를 불렀었지…….)
……음, 어렸을 때?
지금 겨울이 올 수는 없지 않나? (애들한테 다가가서 으쌰 한 명 들어올린다.)
(자기가 뱉어놓고...)
?
원래 추웠지...? (좀 곱씹어본다. 어렸을 때 어땠지? 진짜 추웠지?)
어린 아이:엥? 저 방금 무슨 말 했었나요? (갸웃.)
파블은 여름인데 추울 리가 없잖아요!
팔라딘:그런 노래를 불러놓고 말야~ (간질간질간질!)
그렇지? 여긴 여름의 국가지. 그렇지. (하지만 의심스러움. 나 의식하니까 되게 더워.)
어린 아이:원래 애들끼리는 다 부르고 다니는 노래란 말이에요! 파블은 여름의 나라지만!
그러냐! (으쌰. 내려놓는다.)
그럼 우리 꼬맹이는 겨울을 본 적이 있어?
어린 아이:저번주에 썰매... ... ....
... ... ...응? 아닌가?
...몰라요? 겨울이 뭔데요???
팔라딘:그러고 보니 귀족 나으리 집 근처에 멋진 둔덕이 있지 않냐?
썰매 타기 정말 좋은 곳이라고 하던데!
어린 아이:맞아! 거기서 눈썰매 타면 진짜 재밌거든요!
...어?! 내가 눈썰매를 어떻게 타보지? 파블은 눈 안 내리는데?!
어렸을 적에는 정말로 눈이 내렸을지도 모르지?
집단 환각이라도 겪고 있는 건지, 원. (파바박. 까치집 만들어준다.)
그럼 에이미네 집은 어딘지 아니? 그 애를 만나려고 하는데.
어린 아이:아 머리 엉망됐잖아요! (머리 마구 털어버림)
에이미 언니 집은..., 저쪽 길에서 왼쪽으로 돌면 나오는데. 근데 왜요? 언니 불러도 안 나올걸요?
팔라딘:그, 귀족님 집에 들어갔다가 그렇게 됐다고 했지.
실은 오빠, 그 귀족님하고 아는 사이라. 물어볼 게 좀 있어서.
그래, 고맙다. 가 보마! (좋아. 그럼 에이미네 집을 마지막으로 방문해보자.)
(인기척 없어?)
(조사 포인트가 아닌가?)
흠. 진짜 안 나오나.
에구. (주변 시장에서 오렌지라도 사서 문 앞에 내려놓는다.)
(휙~. 휘파람 분다. 앗, 곧 있으면 해 지겠다. 보자...)
(가장 가까운 곳. 그러니까... 아카데미 건물에 마지막으로 들른다. 귀족 나리 얘기면 여기에도 들리는 게 있겠지.)
수도로 공부하기 위해 올라온 어린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이 모여있는 장소입니다.
팔라딘이 들릴 쯤..., 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 A:아 글쎄! 말이 안된다니까 그러네! 파블이 어떻게 겨울의 나라냐고? 파블에 겨울이 있긴 있냐? 그 잠깐동안 해 뜨는 시간이 짧아지는 한 일주일? 그게 겨울이야?
학생 B:아니, 책을 보라고 책을. 눈 뒀다가 책 안보고 뭐했냐? 이게 왜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었겠어? 원래 파블이 겨울이었던게 분명하다니까?
학생 A: 너처럼 모자란 놈들이 보고 그런 선동을 할까봐 불온서적으로 분류한거겠지!
학생 B: 아, 말이 안된다니까. 그럼 파블 역사서는 왜 불온서적인데? 미친왕이 아예 돌아버려서 지 선조들이 남긴 것도 다 불온서적으로 분류했다고 말 하지마라.
학생 A: 방금 지 입으로 정답까지 다 말해놓고 무슨 말 하지마라야?
팔라딘:열띤 토론의 장을 벌이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낀다.)
겨울의 나라? 불온서적? 무슨 소린지 궁금한데 내가 심판 봐줄까?
나다. (다리 꼬고 씩 웃음.)
학생 A:혁명 준비는 잘 되어가세요? (속닥속닥) 아니 근데 이 모자란 놈이 자꾸 파블이 겨울의 나라였을 수도 있다고 하잖아요!
학생 B:아니, 아니, 들어보세요! 팔라딘경!
진짜로! 역사서에 그렇게 써있었다니까요!
팔라딘:나 지금 유명한 암살자 된 기분이야. (A 학생 말 듣고 잔잔하게 웃음.)
일단은, 공식적으로는. "그게 무슨 소리야? 혁명?" 이라고 얘기해 두지. (속닥속닥.)
어디에서 유명해졌는지는 몰라도. 아~ 진짜. 미치겠네. (가볍게 얘기하다가...)
그래그래. 역사서 어디에 그렇게 써 있었는지 궁금한데. 한 번 보여줄래?
학생 A:아! 진짜! 이 모자란 애가 경까지 선동시키네!
그래도 궁금하잖아. 그치?
토론의 기본 자세는 상대의 말을 듣는 것...
...이라고 예전에 선생님께서 그러셨던 것 같거든. 물론 난 수업 째고 튀었지만. (존재가 교육에 안 좋다.)
그래서 한 번 들어보려고. (고개 까닥.) 어때? 태클 안 걸 테니까 일단 자유롭게 얘기해 보셔.
학생 B:근데에..., 일단 미친 왕이어도 왕명은 왕명이어서요....
학생 A:불온서적은 밖으로 못 가지고 나와요.
학생 A:불온서적은 저쪽 서가에 있어요. (친절.)
팔라딘:그렇게 시비 건 것 치고 학생, 너도 되게 친절하다?
(웃으면서 어깨 툭툭. 두드려줌.)
고맙다. 책 안 본지 너무 오래 되어서 좀 토나오려고 하지만. 휴.
힘내보자. (저벅저벅. 서가로 간다.)
큰일났습니다!
저기 학생들이 싸우고 있어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매혹. 고.)
팔라딘:매혹기준치: | 70/35/14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나.)
(그.)
(한번만 더.)
(강행. 렛츠고.)
팔라딘:(아... 안 움직이시네. 머리 좀 굴림.)
헉, 저기 책을 집어던지려고 하는데요!?
매혹기준치: | 70/35/14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아.)
(됐다 가라 진짜 아)
경비병:네..., 뭐. 아까도 싸우고 있던데요.
여기에선
요새 애들 참... 잘 싸우네요. 안 그렇습니까. (어깨에 팔 얹고 자연스럽게 안 들어가려던 척 함.)
경비병:애들이 워낙 혈기가 넘쳐서 그런지, 잘 싸웁니다. 그래서 뭐..., 심각한 일이 아니고서야....
근데 이쪽은 무슨 일로...?
싸우는 게 심각해 보여서 말려달라고 왔는데...
익숙하시다면야.
네, 음. 흠... 네. (자리 뜬다.)
수고하십쇼.
(자리 뜨면서 고민한다.)
(애들 둘 꼬셔서 좀 크게 싸우는 척 해달라고 하면 안 되나?)
(그래 그럼 싸우는 거 꼬드겨보고 안 되면 그냥 저벅저벅 들어간다.)
(A랑 B한테 다가간다.) 오빠가 부탁이 있는데 말야.
매혹기준치: | 70/35/14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나 행깎할래.)
(진짜 걍 힘들다.)
(55>53)
알겠지?
멱살 잡아줘?
(그리고 모른 척 감.)
시키지도 않은 남의 성적과 단점과 치부들을 외쳐대며 주먹다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미안하다.
이 김에 주먹다짐 한 번 시원하게 하고 사과해라.
(경비원님이 말리러 가는 동안 냅다 몰래 들어간다.)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큰대.
서가에서 눈에 띄는 책으로는
붉은 책
,
녹색 책
,
파란 책
,
표지 없는 책
,
깔끔한 책
이 있습니다.
추운 지방의 건축 양식에 대해 다룬 책 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붕의 경사를 높게 짓는 이유를 읽을 수 있습니다.
눈이 쌓여 무너지는 것을 대비하려고 높게 짓는다고 하네요.
(파블의 건축물을 생각해본다.)
(지붕이 어땠더라.)
하나 같이 지붕 경사가 높고..., 뾰족했던 것 같은데?
…… (기묘한 복식과 좀 많이 더웠던 예복과 건축물.)
원래는 겨울 나라였다는 것 같은데. (책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고 녹색 책 꺼냄.)
책의 앞부분은 심하게 훼손되어 잘 읽을 수 없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난방 방식은 특히 최북단의 파블에서 발명되었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팔라딘:SAN Roll기준치: | 75/37/15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되게 희한하네 이거.
(이미 보고 들은 게 있기에 오히려 척척 정리되는 기분.)
이래서야 정말로 B양의 말이 맞다는 건데. 아니, 이 쪽이 더 신빙성 있어.
선동당하는 건가? 아니, 확신이다……. (작게 중얼... 책 넣고 파란 책 꺼낸다.)
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2 차이는 좀 심하지 않았니.)
(행깎 어때.)
어우. 여기 빛이 안 들어.
읽어낼 수 있는 문장은 많지 않으나, 더듬어 보면 각 국가별 농산물 생산량에 대해 다룬 책 입니다.
스튜를 그렇게 끓여대는 모습을 보면 이 쪽이 더 신빙성이 있어.
(파란 책 집어넣고 표지 없는 책 꺼내본다.)
표지가 없고, 잉크가 심하게 번져있는 종이뭉치를 엮은 것 입니다.
따뜻한 지방의 생활 양식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얇은 옷감을 짓는 방법이 나와있습니다.
그러고보면, 파블은 이렇게 더운 나라인데 사람들 옷차림은 거의 털이나 짐승의 모피로 지은 옷 입니다.
팔라딘:우리에게 필요한 건 얇은 옷감인데 말야.
(표지 없는 책 집어넣고 깔끔한 책을 펼쳐본다.)
그들의 시조가 누구이고, 파블의 개국공신들은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적혀있습니다.
그 자체로보면, 왜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쭉 읽어내리다보면, 지금 파블내에서 개국공신이라고 알려진 몇몇 귀족들의 이름이 누락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들 모두 기세가 드높고, 친왕파로 영향력이 큰 귀족들인데요.
읽다보면, 팔라딘은 문득 기묘한 이질감을 느낍니다.
팔라딘:최근에 성도 주변에 귀족 저택이 늘었다는 원성은 들었어.
SAN Roll기준치: | 75/37/15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말 이건,
……. (우화 - 파블 - 이고, 날조고, 미끼 아닌가?)
참으로 불온하기 짝이 없구만.
(서적을 전부 확인하고 밖으로 나온다. 쟤네 아직도 싸우니?)
대신에 학생회장에 팔라딘 쪽으로 은밀하게 다가옵니다.
팔라딘:화이팅. 먼저 쓰러지는 쪽이 지는 거니까 이 꽉 다물고 버텨! (이딴 걸 응원이라고.)
(하다가...)
어, 음. (고개 돌린다.)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안녕하세요, 팔라딘경. 저는..., 그, 이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입니다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아슬아슬하군.)
조금은 낼 수 있어.
무엇이지?
아카데미의 학생회장:다름이 아니라... 불온서적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카데미의 학생회장:... ... ...들으시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하실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상해서요.
저는 이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으로 교육과정과 그 정규 수업 중에 사용하는 교과서들은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단체로 구매하는 것도 제가 관리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지. 이런 건 선생이 담당해야 할 일인데. 정말로 고생이 많아.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아뇨, 괜찮습니다. 아카데미를 위해서니까요.... 하지만 팔라딘경,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맹세코 지금 드리는 말씀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제가 교과서들을 주문해서 모아둔 창고가 있었어요. 그곳에는 교수님들이 부탁하신 서적들과 학우들에게 나누어줄 참고서들이 있었습니다. 그 위치를 알고있는 사람은 교수님들 중에도 몇 분 안 계신 것으로 압니다. 졸업하신 다른 학생회장분들도 모르시는게, 제가 학생회장에 당선되고 나서 창고 위치를 옮겼었거든요.
그 창고에 불온서적이 족히 수백권을 쌓여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불온서적을 교과서로 쓰려 했다니, 그게 교과서 창고에 있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에덴님께 따로 서신을 보내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조용히 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 불안해요. 왜 불온서적이 교과서였던 걸까요?
... ... ...어? 방금 제가 혹시 무슨 말을 했나요? 기억이...
팔라딘:(아, 어쩐지. 책 읽기 뒤지게 싫더라.)
(상념이 지나간다.)
(교과서니까 읽기 뒤지게 싫었던 거지. 표정 갈무리한다.)
……음, 괜찮아.
내가 기억했다.
좋아. 에덴 님께는 내가 따로 찾아뵈어서 얘기 나눠볼게.
팔라딘:뭔지 기억 못 해도 돼. 하지만, (다시 어깨 툭툭.)
알려준 건 장해. 고마운 일이야. 감사를 표하마.
아카데미의 학생회장:뭐,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왜 여기 있지... 이런! 학사회의가 있는데! 죄송합니다, 팔라딘경! 먼저 가보겠습니다! (꾸벅.)
(손 팔랑팔랑 흔들어준다.)
나도 곧 가야 돼서. 나중에 따로 말할 거 있으면 기사단 통해서 얘기하고!
이크. (나도 곧 갈 시간인가? 더 볼 데 없으면 당장 궐로 복귀해야지.)
겨울의 얼룩이 남은 복도를 가로질러 알현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신들의 시선이 팔라딘을 향해 쏟아집니다.
해 떨어지기 전에 왔습니다. 아~ 뜨거운 시선. 저 인기 좀 많네요?
레베카도 가신들의 눈에 그러한 안도감이 서린 것을 모르지 않으나, 방금 전까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던 것을 뚝 멈추고 그만 나가보라며 가신들을 물립니다.
팔라딘:음, 그런데 별 다른 소문은 없던데 말입니다.
좀 주목할 만한 얘긴 있지.
그, 뭐냐. (손가락 튕기는 소리.)
평민 여자애가 그 댁에 일하러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왔다. 정도, 그리고...
...그 댁의 귀족이 노란 색. 그 뭐냐, 고름?
그런 거라고 하던데요. 역병에 관심이 많습니까?
... ... ...그쪽을 죽이면 되겠네. 심심한데 잘 됐네.
심심하다고 목숨을 날려대면 이미 국가의 절반이 죽었겠습니다.
대신 심심하지 않게 제가 놀아 드려요?
레베카 로렌스:이리와. (시선 마주하고, 손짓한다.)
레베카 로렌스:...내 마음대로 할 거라서 죽일 거긴 하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건방지게 굴었지?
팔라딘:내 말은 좀 들어 주실 줄 알았는데. 아쉽네. (정말 눈 앞이었고,)
(몸이 살짝 기운다. 좀 키득댄다.) 뭘 어쩝니까. 원래부터 이랬다는 거 알면서.
건방진 맛에 두고 보는 거 아니었습니까?
누가 죽든 상관 없잖아, 너.
(눈을 감는다.) ...나를 잘 아는 것처럼 굴지마.
팔라딘:객관적으로 폐하를 제일 오래 보긴 했지... 내가.
그래, 잘 모를 겁니다. 그건 사과하죠.
(눈을 감네. 짧은 순간에 허리를 받친다.) 그런데 말이죠. 누가 죽든 상관없다는 말은,
누가 살아도 괜찮고, 기쁘다는 말이 되기도 하죠.
(잠시 침묵.)
ㅡ더 가까이 오는 걸 허락해 준단 뜻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이거? (웃는 소리.)
레베카 로렌스:... ... ...네가 제일 나를 몰라. (내가 그렇게 만들긴 했어, 이어져야 하는 말을 생략한다.)
너를 죽이는 내가 살아도 괜찮고 기뻐?
되게 재미없게 산다, 너.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제일 무방비한 채로.) ... ...더 가까이 오는 걸 허하면, 어떻게 할 건데?
팔라딘:내가 재미 없다는 말은 폐하께 처음 들어요? 나 이래봬도 되게 재밌단 말 많이 듣는데!
(한참을 웃는다. 가까이에서, 아주 가까이에서 있다가.) 궁금하면 허락해 보시죠.
폐하의 삶이 제 기쁨인 건 사실입니다. 다만, (뭔가 좀 더 단단히 껴안지 않았나.)
스스로 죽기를 소원하신다면 조력자 또한 될 수 있을 정도로 매일 매일 폐하만 생각하거든, 난.
지켜준다고 했단 말은 어기지 않으니까. (살짝 힘 준 팔을 푼다.)
레베카 로렌스:.... (기분 나쁘게 심장이 뛰는 거 같아. 들릴까? 안 들렸으면 좋겠는데.)
왜?
...그럼 한 번 죽여봐.
... ... ...같은 말.
듣고 싶어?
밀고 당기기의 귀재라고 생각해.
(괜히 한 번 웃는다.) 내가 늘 말하잖아요.
원한다면 명하라고. 아니라면,
진심을 담아 부탁한다면.
분부대로 해 드릴 텐데. 괜히 그래, 괜히. (불경하다. 다시 자세를 바로한다.)
팔라딘:하여튼. 잠이 부족해 보이니까. 좀 주무셔 두고.
정신이 맑지 않을 때 하는 결정이야말로 최악이 되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습니까?
더 하실 말씀이 없다면 이만 물러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얄미울 정도의 여유.)
레베카 로렌스:(자세를 바로 한 네 앞에 선다. 살짝 발꿈치를 들어서 네 목에 팔을 두르고, 매달리듯 안겨서....)
... ... ...그럼 같이 죽을까?
(허리를 살짝 굽힌다.)
명령이라면 죽음을 불사하고, 죽어보죠? (가벼운 말장난.)
레베카 로렌스:나만 두고 혼자 살겠다는 뜻이네.
... ...더 가까이 와.
팔라딘:음, 그렇지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저는.
(흠. 그렇지만 주군 없는 기사라는 거... ...여인을 떠나보낸 남자라는 건 좀 로맨틱하지 않은 것 같은데. 상념을 자르고 그냥 더 가까이 온다.)
그럼 정말로 되돌아갈 수 없는 거고……. (정말 가까워서 누가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거의 연인 같을 법한 자세.)
서약을 깨트리는 건 멋 없는 짓이죠…… …혼자 떠날 일은 없을 걸요.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주겠다는 말은 어디로 들은 거래.
레베카 로렌스:... ...그거 알아? 너를 보면 심장이 뛰어서 늘 기분이 나빠. (내용과 달리 무미건조한 표정.)
그러니까 죽을 때 내 곁에 네가 없었으면 좋겠어. 기분 나쁘니까.... (짧게 네게 입을 맞춘다. 닿긴 닿았나 싶을 정도로 아주 짧게.)
팔라딘:그건 있잖아. 아마ㅡ (얘기 하려다가 입 막힌다! 아, 이런...)
(몇 초의 망설임.)
…아니다. 스스로 왜 기분 나쁜지 찾아 보십쇼.
폐하가 명을 달리하실 때까지 꼭, 나는 반드시. 곁에 있어 줄 테니까. 그 전까지는 이유를 찾아 보면 좋겠네.
더해서 그 입맞춤도 키스로 보답할 테니까 ㅡ 아, 좀 많이 불충한가. ...뭐, 어때. (이마랑 이마 콩, 부딪혀준다.)
레베카 로렌스:... ... ...가. (너를 밀쳐낸다.)
내가 다시 마음이 변해서 이번에야 말로 네 목을 베어내겠다고 생각하기 전에.
... ... ...역시 너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팔라딘:예, 미쳤습니다. (간결.) 어쩔 도리 없이,
(뭐가 이렇게 당당해.) 어떠한 수식어를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감히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음, 그리고, 흠. 사랑스러움도 덜해졌나? 어이쿠, 이건 진짜로 더 말하면 목 달아나겠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지도 않는다. 진짜 목 달아날지도 모른다. 담담하게 이어간다.) 그런 주군 옆에 계속 매인 저도 미친 거나 마찬가지겠지 싶습니다, 예!
레베카 로렌스:... ... .... (단번에 네 허리춤에 있을 칼을 뽑아내 목을 겨눈다.)
요약하면?
팔라딘:경애한다는 뜻입니다. (눈 깜박 하지 않고.)
...지겨워. (중얼거리고는 칼을 집어 던진다.)
너 짜증나, 꺼져.
팔라딘:아, 그 칼 귀한 건데. 직접 하사하신 거를……. (폼 안 나게 줍는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도 기사라고. 예의있고 절도 있는 인사를 하고 물러난다.)
팔라딘이 보고를 마치고 나오면, 시종이 찾아와 오늘 저녁 왕녀님께서 종교구역에서 뵙자고 하십니다, 라고 말합니다.
(이미 정보도 다 빠져나간 것 같은데. 대놓고 만나면 안 되나. 조금 불충한 생각.)
이 일 전부 끝나면 잠이라도 몰아 잘까.
(시간을 확인하고 종교구역으로 향한다.)
어느새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달빛이 조각나 번지는 깊은 밤입니다.
은밀하게 모여든 사람들이 둥근 테이블에 저마다 베일을 쓰고 앉아 그 아래로 시선을 주고 받습니다.
팔라딘이 들어서면, 그제서야 그들은 오셨습니까,
하는 다소 딱딱한 어투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베일을 걷습니다.
이 곳에 모인 귀족들은 본래부터 파블의 귀족이었던 사람들입니다.
팔라딘이 자리에 앉고나면, 뒤이어 에덴이 들어옵니다.
팔라딘:(그렇지. 오늘 봤던
불온 서적에 적혀있는 사람들이겠지...)
(헐렁한 태도로 자리잡는다.)
그럼..., 팔라딘경, 오늘 낮부터 성을 돌아다녔다고 들었네.
낮동안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보고해줄 수 있겠는가?
(정말 빠짐없이 보고한다. 심지어 학생 두 명이 싸운 것까지. 어, 이건 쓸모 없나? 하고 혼자 웃었고.)
이상입니다.
오늘도 여러 사람이 죽어나갔고,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하였다. ㅡ로 요약이 되겠습니다.
팔라딘이 모두 말하고 나면 에덴은 고개를 기울이며 침울한 얼굴로 창 밖을 한 번 돌아봅니다.
그는 안녕했던 계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빚어 만들어진, 그 처절했던 평화를요.
팔라딘이 바라보기에는 그저, 그 눈동자가 아득히 먼 과거 속 어딘가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팔라딘:(무엇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예의 없게 턱에 손을 괴고 본다.)
에덴 로렌스:...더이상 미룰 수 없으니 혁명을 시작할 날을 잡는 게 좋겠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경 역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엄, 뭐겠습니까.
선제 공격밖에 남지 않았지.
에덴 로렌스:어차피 준비는 얼추 다 되어 있지 않은가. 계획 역시도. 다들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지 않을 뿐.
ㅡ아, 사사로운 질문인데.
에덴, 어디를 보고 계십니까?
돌아올 수 없는 안녕했던 과거를.
팔라딘:(웃는다.)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일 겁니다.
붙잡을 수 없으니 결단하는 수밖에.
나흘 후 오전에, 우리는 폐하를 끌어내린다.
그 중간에 다들 목 날아가지 않게 조심합시다.
어느 정도 회담이 진행되다보면, 에덴은 은밀히 할 말이 있으니 팔라딘과 단 둘이 있을 수 있게 자리를 비켜달라며 다른 귀족들을 돌려보냅니다.
하실 말씀이라 함은?
에덴 로렌스:아, 그냥 별 말 하고 싶은 건 아닐세. 폐하께서는 좀 어떠신가?
사무적인 보고가 아니라, 그냥, ... 자네가 느낀 그대로가 궁금해서. 자네가 폐하의 곁을 제일 오래 지켰으니까 잘 알 테지.
……여전히 절 아끼고 계십니다. (조금 가벼운 태도.) 저도 여전히 그를 아끼고 있고.
앙탈이 조금 심해지신 건 있습니다. 주로 칼을 빼는 방식으로.
미쳐 있고, 아이 같고, 사랑스럽고, 끔찍한 태도로 군림 중이라고. 그리 고하면 되지 않을까.
더 망가질까봐,
그게 큰 걱정이라는 점을 덧붙이죠.
에덴 로렌스:... ... ...폐하께서는 여전하신가....
자네도 여전한 게 폐하를 봐주는 것 같아서 그건 다행이네. 자네가 아니면 누가 폐하를... ... ...그렇게 걱정해주겠는가.
팔라딘:길거리를 가면 모두가 저주하는 왕님인데.
나의 황제님인데.
(씨익. 웃는다.) 나라도 아껴주지 않으면 그건 가엾지 않겠습니까.
에덴 로렌스:그런가... ... .... 자네에게는 폐하가 그런 존재인가.
... ... ...그럼 자네는 아주 오래 전에 지나가버린 영광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렇게...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인데, 어느 순간 사라진 그런 것들 말일세.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눈부신 그런 날들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아보는 것만큼,
사냥과 추적에 쓸모 없는 일은 없겠지요.
(아주 장난스러우나 냉담한 태도.)
그러나 사람들은 짐승과는 다르더군요.
비효율적인 짓을 서슴없이 하잖습니까.
팔라딘:그러니 오래 전에 지나간 영광에 매달리셔도 됩니다. 그건 참, 참고 못 배길 만큼 사랑스러운 행동입니다. 왕녀님.
에덴 로렌스:...이상한 소리를 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그런 단어라도 나열하지 않으면 요즈음에는 통 견딜 수가 없어.
혁명이라는 단어가 사람 마음을 술렁이게 하는 것 같네. 파블에서는 아무래도 처음 있는 왕권 교체이기도 하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 ....
...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폐하를, 레베카 님을,
어찌보면 미숙한 부분이 있는 그 분을, 잘 부탁하네.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의 자네에게는 이 말들이 묘하게 들릴 것을 알고 있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하게. 기사로서 말일세. 자네가 서임했던 그 말들처럼...
잊지마시게. 한동안 폐하께서 자네에게 계속 도성 안을 살펴보라 명하실 것 같으니, 모든 장소를 빠짐 없이 조사하게. 알겠나? 굳이 나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좋네. 가능한 상세하게... 기사로서,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에덴 님과 폐하. …누가 동생인지 가끔은 구분이 안 돼서. (왠지 이 말투는 부드러웠던 것 같다.)
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우리 둘일진대,
말썽꾸러기 혈육을 보살펴 달라는 말을 부탁하다니. 변절도 이런 변절이 따로 없다고 욕이나 엄청 들어먹을 걸요? (그게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다시 엄청나게 가벼운 말투.)
맹세는 깰 수 없는 것입니다. 그건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뒤를 돈다.)
그러니, 끝까지 폐하를 지켜야지요. 끝까지 모두를 구하면서. (쉽지는 않겠지... ...말을 끝으로 망설임 없이 걷는다.)
에덴의 미소와 함께 종교구역의 문이 닫힙니다.
레베카를 만나러 가거나,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팔라딘:(좋아. 그러면 예민한 그 사람. 그 이. 그 분이 잠에 드는 걸 지켜보고 하루를 마무리하자.)
웃기는 소리지. 만인에게 손가락질받고,
단 두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니...
불만 켜져 있는 게 아니라 소란스러운 소리도 나는게...
(마침 잘 왔다. 문이나 벌컥 연다.)
레베카 로렌스:...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팔라딘:그런 말 없었습니다. (뻔뻔하게 문 걸어잠근다.)
폐하께서 행여 다치시기라도 하면 제 책임이니까... 어이쿠. 도자기 깨졌다.
잠이 안 와요?
(걸어온다.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들어온 데다가 가까이 가기까지...)
레베카 로렌스:...꺼지라고 했을 텐데. 왜 돌아왔지?
나가.... (들고 있던 베개를 냅다 집어던진다.)
걱정돼서 돌아왔습니다.
가끔 잠 못 자니까.
또 못 잘까봐. (베개 다시 건네준다.)
레베카 로렌스:네가 뭘 알아. 내가 잘 자는지 못 자는지 뭘 아는데.
팔라딘:끙끙대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게 잘 잔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자장가라도 불러 드릴까 해서 왔는데 필요 없으신 모양이네.
(장난기 넘치는 얼굴이다. 정말 평소와 같아. …언제나처럼.) 정말 이대로 꺼져요?
진짜?
레베카 로렌스:.... (이대로 또 잠들면 악몽 꿀 거 같은데. 그렇다고 옆에 있으라고 하긴 자존심 상하고.)
...진짜 꺼져. 나가. (새하얗게 질린 낯으로 베개만 휙 뺏었다.)
(베개 휙 뺏기는 거 보면서 두 손 든다.)
환자 옆에 두고 나갈 만큼 냉혈은 아닌데, 제가 또.
그럼 이 정도는 어떤가요. (살짝 뒤로 물러난다.) 아니, 이왕 불충한 김에 부탁을 해볼까.
있게 해 달라, 고 간청하는 건 어떻습니까? (제법 상쾌한 목소리.)
레베카 로렌스:그게 간청이야? 하나도 안 간절해 보여.
무릎 꿇고 네 손등에 입 맞춰봐, 혹시 알아? 들어줄지.
팔라딘:(조금의 정적. 무표정 대신에 미소나 입에 걸친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레베카 로렌스, 그러니까... 황제 폐하의 손을 가볍게 들고 입 맞추며 위로 올려다 본다. 윙크는 또 왜 해. 윙크는.)
레베카 로렌스:.... (허락의 대답을 얹지 않는다. 대신에 그냥, 네 손을 잡은 채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딱 이만큼만 여기 있어. 어디 가지마.)
팔라딘:(그럼 말 없이 딱 그 만큼만 있는다. 어디 안 가고.)
(계속 같이 있었을 것 같지. 새벽 내내. 어쩌면 아침이 올 때까지도…….)
오늘도 역시나 숭고한 아침으로 파블이 시작됩니다.
레베카를 재워두고 아침쯤에나 나와서 겨우 잠깐 잤던가....
밖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는 소리와 어우러진 여름의 활기가 수도 안에 꽃처럼 만발해있습니다.
어제보다는 이 열기에 익숙해진 것인지,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얼굴도 한결 편안해보입니다.
좋아. 또 명령이 있었으니까 나가봐야지.
그으럼~
(현재 위치는 왕궁이니까. 보자.)
(서고로 간다.)
오래된 타국의 서적들부터 파블의 역대 왕들에 대한 기록물들이 보관된 장소입니다.
엄중한 감시하에 놓여있으며 이곳에 들어가려면 경비병에게 대인기능을 사용해야합니다.
팔라딘:(하~... 어제의 쓴맛이 떠오른다.)
여, 형씨. 바쁩니까.
(경비병한테 간다.)
...설마 장군님이 서고에 볼? 일? ...이? 있으... 신 건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표정.)
팔라딘:(아 왜. 나 그렇게 학식이 없어 보여?)
경비병:...서고에 오신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나저나, 곤란하게 되었다고...
(속닥속닥.) 아끼던 액세서리가 어딜 찾아봐도 없는데...
…설마. 설마설마 서고에 있나. 해서. 부탁이야. 몰래 들어갈 수 있나? (하며 불쌍한 척 올려다본다. 키가 큰데 어떻게 올려다 봤냐면 허리 굽혔다. 매혹 고.)
팔라딘:매혹기준치: | 70/35/14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씁)
(잠만.)
(강행 부탁요.)
팔라딘:매혹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초롱초롱초롱)
빨리 보고 올게. 부탁입니다!
경비병:진짜 딱..., 액세서리만 있는지 보고 나오시는 겁니다! 빨리 나오셔야 해요!
고맙습니다. 그럼 진짜 빨리 나올게요.
쉿, 진짜 쉿……. 빠르게 뒤져보고 올 거니까.
경비병:어두워서 잘 안 보이실 테니 촛불 들고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촛불 넘겨줌.)
(검지에 입술 대고 찡긋.)
(해주고 쇽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오면 빛이 완전히 차단된 어두운 암실입니다.
(촛불 들고 더듬더듬... 봄.)
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팔라딘:밤눈이 아직 그렇게까진 어둡지 않은 모양이지.
(세 권 빠르게 뽑아서 후루룩 살핀다.)
첫 번째 책은 파블에서 멀리 떨어진, 최북단에 위치했다고 알려진 나라에서 건너온 고서적입니다.
책을 펼쳐보면 그 나라는 본래 해가 잘 드는 남부의 나라였으며, 농업이 번성했었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어쩐지 현재 '파블'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군요.
책에는 왜 우리나라는, 농업과 무역에 대한 기록물들이 많은지 모르겠다는 한탄식의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우리는 예정된 죽음으로 간다.' 고 적혀있습니다.
두 번째로 펼친 책 또한 파블에서 멀리 떨어진 항구도시에서 건너온 책 입니다.
열어보면 '겨울의 나라 파블'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가난하고 볼품없는 눈의 나라 파블의 그 알량한 왕이란 작자를 비웃는 내용이며, 가만 놔둬도 얼어 죽을 불쌍한 것들이라고 칭합니다.
파블에 매기는 세율을 폭발적으로 올려 국왕이 직접 한번만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친서를 보냈다는 내용도 적혀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레베카의 이름이 적혀있으며, 조롱조로 고슴도치들의 위대한 왕이라고 쓰여있습니다.
파블이 건국된 이후 가장 처음 적힌 책이며, 내용을 살펴보면 '추위에서 살아남는 법'이 적혀있습니다.
눈보라가 치고 겨울이 360일간 반복되더라도 이 나라의 아침은 찬란할 것이며, 영광이 지지 않을 것이라 적혀있습니다.
세 번째 책을 살펴본 팔라딘은 순서에 상관 없이 현재의 파블과 모순된 내용에 이성판정 (0/1).
팔라딘:SAN Roll기준치: | 75/37/15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역시,
……어제 본 게 꿈만은 아닌 가 보다.
정말로, 그게 꿈만은 아닌 모양이야.
우리가 집단 환각에 빠져있거나, 진짜로 겨울이 맞거나...
(빠르게 집어넣고 밖으로 나온다.)
팔라딘:(잘 봤다. 역시나 없었다. 나 책 좀 많이 봐야겠다는 농담조의 말을 건네고...)
(좋아. 복도로 얼쩡대며 나간다.)
알현실과 화원을 가로질러 레베카의 집무실까지 이어진 긴 복도입니다.
기본적으로 햇볕이 잘 들지않아 늘 어둡고, 그 탓에 항상 초를 켜 불을 밝혀둡니다.
팔라딘:폐하께선 무슨 어둠의 자식이냐. (불충죄 적립~~!)
여기가 햇볕이 안 드니까 그렇게 우중충해지신 거지.
거 참. 채광 좋게 창을 크게 틀든가 해야지.
팔라딘:(그럼 창문 얘기 한 김에 창가를 살펴보자.)
창틀을 타고 물을 받는 라인이 있었던 흔적이 보입니다.
태양열을 이용하여 얼음을 녹였던 흔적도 보입니다.
이젠 녹일 얼음도 없는데.
(복도 전체를 빤히 살핀다.)
성 안의 구조는 대체로 창이 작고 단열 효과가 뛰어난 나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파블은 여름의 나라인지라 강수령이 많으니, 썩어서 무너지기 쉬울텐데요.
오히려, 추운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 입니다.
팔라딘: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따뜻해졌으면 모든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할 텐데.
아무리 무식한 나라도 알 수 있다고.
그러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창틀을 훑으며 지나간다. 집무실로 그대로 향한다.)
눈에 띄는 것으로는
책상
,
서랍
,
벽면
,
편지함
이 보입니다.
팔라딘:음, 흠. 보통 여기를 뒤져보면 목이 날아가겠지?
(목 날아갈 것 같은 곳부터 본다. 책상.)
책상을 보면 최근 파블의 무역량에 대한 내용이 적힌 서류들이 가득합니다.
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뭔지 모르면 대강 눈에 띄는 것만 보면 된다.)
(거의 틀린 그림 찾기 같이 자료조사를 함.)
미친 사람이 휘갈겨 적은 것 처럼 필체가 엉망 진창입니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초조하게 갈겨 쓴 것 같습니다.
워낙 악필이라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지만, 손가락으로 더듬어가며 읽어보면 몇 개의 문장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나라의 왕이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분명합니다.
이곳은 파블, 영원한 봄과 초목이 우거지는 여름의 나라입니다.
농업이 번성하여 배곯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먹거리라면 발에 채이도록 많고, 하물며 빈민촌에도 옷이 없어 거적을 기워 입는 사람은 있어도 굶는 사람은 없습니다.
광기가 느껴지는 기이한 문서에 팔라딘 이성 판정 (0/1).
팔라딘:SAN Roll기준치: | 74/37/14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미 듣고 본 게 있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예상을 해서 그런 건지.)
(한숨을 폭, 내쉰다.)
그래서 말이지, 어떻게 이 겨울의 나라가 어찌 풍요로운 나라로 바뀐 거냐고.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왕성에 들어오기 전을 떠올려 보면 항상 굶었던 것 같은데. 추웠던 것 같고.)
(상념을 빠르게 자르고 서랍을 열어본다.)
(일단은 보류. 열쇠 따는 기술은 못 배웠다. 찾는 게 더 빠르겠어.)
(벽면을 짚어간다. 벽면 보자.)
벽면을 살펴보면 겨울 늑대의 머리가 박제 되어 걸려있습니다.
그 아래 쇠사슬로 칭칭 묶인 책 한 권이 놓여있습니다.
(책을 빤히 본다. 이게 뭐길래?)
팔라딘:(이거 못박혀 있는 거라 그런 거지.)
팔라딘:근력기준치: | 80/40/16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우와.
미쳤는데?
뭐 저렇게 단단하게 박혀 있담?
(편지함부터 갔다와서 시도한다. 후. 남자는 물러날 줄 아는 게 진짜 남자다.)
편지함은 다른 나라의 사신들이 보내온 문서나, 타국의 왕이 적은 친서등 중요한 편지들이 보관된 통입니다.
안을 살펴보면 에덴의 이름이 적힌, 타다 만 편지 한 장과 열쇠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발견한 것 같은데. (열쇠 퉁, 튕겨서 손 안에 넣고.)
(타다 만 편지를 본다. 둘이 사이가 확실히, 어땠더라.)
팔라딘:(글을 요새 너무 많이 읽는 것 같지 않니.)
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눈 침침해.
눈도 침침한데 중간중간 너무 심하게 타들어가 일부밖에 읽을 수 없습니다.
팔라딘:이건 좀 물어봐야 할 게 생긴 것 같은데.
구원이란 말을 입에 담는 종자들 치고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별로 없었거든.
(편지 두고 서랍으로 간다. 열쇠를 밀어넣어본다.)
서랍 안에서 표지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얇은 종이뭉치를 발견합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겨울의 나라 파블을 지켜왔던 미아 로렌스에 대한 존경과, 나라의 멸망을 막지 못한 자기 혐오가 소설처럼 적혀있습니다.
구원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이들 중에서 끝까지 제정신인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내가.
(뒤로 돌아보고 있어서 표정은 제대로 안 보인다.)
물어봐야 할 게 많이 늘었구나. 그럼...
…… (진짜 마지막으로 책 보자.)
(흡! 힘 줌.)
팔라딘:근력기준치: | 80/40/16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조심스럽게 책 안을 살펴보면 레베카의 필체로 적힌 책입니다.
그러나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빼곡하게 적혀있는 문장은 단 한 가지입니다.
금서의 신이여, 이 겨울의 나라를 구원하소서. 내 피로 겨울을 녹게하소서.
기이한 집착을 마주한 팔라딘, 이성 판정 (0/1).
SAN Roll기준치: | 74/37/14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내가 세 번째 말하는 건데.
감히 무언가를 구원하려다가는 제정신도 유지 못 하고 망가진다고.
(말 없이 덮고 다시 제자리에 둔다.)
오늘 밤엔 물어봐야 할 게 많아졌네, 이거.
팔라딘:자~ 그럼, 그럼. (집무실 벌컥 열고 화원으로 향한다. 그냥 그거야. 분위기 환기.)
팔라딘이 기억하기로는, 레베카가 변덕을 부려 겨울에만 자라는 식물들을 심었던 장소입니다.
화원에 심겨진 나무들은 모두 이 나라에 실존하지도 않는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만 자라는 식물들입니다.
이 화원을 만들때 반대하던 가신들이 모두 목이 베여 50m 간격으로 표지판처럼 매달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팔라딘:생체 표지판이었지. 말 그대로. (뭔 소리야.)
겨울, 겨울이라……. (집무실에서 봤던 것들이 아른아른. 바깥 풍경도.)
(볼 거 있나? 나무들 손으로 훑어본다.)
나무들을 살펴보면, 가지는 비록 앙상하게 매말랐으나…….
꽃을 피우거나, 잎을 틔우지는 못해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 목숨을 이어갑니다.
(쪼끔 화색임.)
(아마 공부할 때 잤을 것이다.)
(들어봐라. 교육 극단이 식물학보다 더 높은 것 같다.)
(교육으로 비벼보면 안 되겠냐.)
(이거 성공하면 내가 안 잤다는 거다.)
교육기준치: | 50/25/10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어유. 잘 잤네~
(이왕이면 죽은 것보단 사는 게 낫지 않겠나...)
(터벅터벅 떠난다...)
팔라딘이 화원에서 나올 쯤 레베카가 나타납니다.
팔라딘:오, 폐하. 아침엔 어디에도 통 보이지 않으셔서.
그냥~ 어디 있으셨나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술래잡기 같은 감각으로? (설렁설렁.)
레베카 로렌스:...네가 왜 내가 어디 있는지 찾아?
내가 부를 때만 나와.
팔라딘:얼굴 안 보면 허전해서 말입니다. (능글맞게 웃는다... 재수없는 자식.)
명이라면 받들겠습니다만……. 이 정원, 아끼시나 봅니다?
레베카 로렌스:.... (무언가 움찔한다. 뭐라도 들킨 것처럼....)
...함부로 들어가지 마. 짜증나니까.
하나 첨언하여도 괜찮습니까?
(그리고 허락 안 받고 말을 잇는다. 왜 의문형이었지 그러면?)
폐하가 계시는 곳만 겨울을 하나 똑, 잘라서 데려다놓은 기분이 듭니다.
그럼, 물러나겠습니다~
레베카 로렌스:... ... ...허락 듣지도 않을 거면 왜 물어보는데.
...너는,
... ... ... ... ...겨울을 좋아해?
... ... ... ... ... ... ...아니, 됐어, 알현실로 와. 할 일이 많아....
팔라딘:분부 받들겠습니다. (뭐, 벌써 시간인가……. 하늘 바라보고 걸음을 옮기다가,)
겪어보지도 않았으나 퍽 익숙한 계절이라고 답해드리죠.
(그 후에 어떤 대답 얹지 않고 발걸음만 다시 뗀다.)
알현실 문을 열고 들어 가면 평소와 다르게, 가신들 사이에 포박된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팔라딘:(어허. 속으로 한숨 삼키고 본다. 누구지?)
레베카는 팔라딘을 향해 검 한 자루를 던집니다.
죽여.
네가.
팔라딘:검 그렇게 던지면 상한다니까. (과장되게 투덜댄다.)
그래서,
이 자가 프로디티오네 백작이군요. 뱉은 말은 지킨다는 건가…….
…어지간히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본인이 한 말을 철썩같이 지키시고.
조금은 불성실해도 좋을 텐데.
(그래서 정말로 고름 투성이인가? 보통의 사람인가? 얼굴을 살펴보자.)
(여자아이가 성에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왔다는 소문은 내 그대에게 필히 묻고 싶다. 그러나…….)
베기에 마땅한 인물입니까?
명을 어길 건가?
팔라딘:주군을 받들어 지키는 것이 기사의 몫이죠. 그러니…….
옳지 못한 주군을 바로잡는 것 또한 제 몫이라고 여깁니다.
제가 그대를 지키는 방법이 이것 뿐임을 용서하시길. 올바른 대답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마땅합니까? (제법 높낮이 없는 목소리.)
레베카 로렌스:내가 당장 너에게 명한 건 그게 아닐 텐데, 그럼에도 굳이 건방지게 구는 걸 용서해야 하는 건가?
대답하지 않겠다.
내가 죽이기 전에,
죽여.
(비뚜름하게 웃는다…….) 용서받지도 못하고, 불충하게 반항한 김에! 제가 한 마디만 더 얹어도 괜찮겠습니까.
(마찬가지로 대답을 기다리지를 않는다. 버릇 없기 짝이 없는 태도로 칼을 한 바퀴 손에서 돌린다.)
(한 번 허공에서 칼을 내리그으면 뒤이어 피분수겠다…….. 피를 뒤집어쓰고 황제를 향해 뒤돌아본다.) 더 이상의 피를 손에 묻히지 마시길.
이것이 명령의 끝인 줄로 알겠습니다.
... ... ...사람의 목을 베는 연습을 더 해야겠네.
그래야 나를 위협하는 반역자의 무리들을 실수 없이 죽일 수 있을 테지.
...나말고 너.
... ... ...전부 물러가.
팔라딘:자랑할 건 아니지만 목은 많이 베어봤습니다. 아마~, (얼룩덜룩 물든 채로 고개만 기울인다.)
폐하가 벤 수급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
(저 이는 아는지 몰라. 눈 앞의 사람이... ...자신의 눈이 미동 없이 앞의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러니 실력은 걱정하지 마시길.
ㅡ들어가 보겠습니다. (아, 몸을 닦아야 되는데... 중얼거리면서 물러가는 중.)
팔라딘이 나오면, 시종이 찾아와 오늘 저녁에는 왕녀님께서 단 둘이서만 종교구역에서 뵙자고 하십니다, 라고 말합니다.
팔라딘:(알았다고 하고 대충 물린다. 목욕은 좀 하고 가겠다고 농담처럼 덧붙여줌.)
에덴은 팔라딘이 종교구역으로 들어오면, 다소 피곤한 얼굴을하고 천천히 걸어나와 그를 맞이합니다.
창백한 피부와, 그보다 더 창백하게 보이는 눈동자가 달빛 아래 스산하게 번들거립니다.
에덴은 깊은 피로속에서 방금 기어나온 사람처럼 한숨을 몰아쉬며, 팔라딘의 이름을 나지막히 부릅니다.
그것은 매달릴 것을 찾는 간절한 목소리 같습니다.
이제 와서 매달릴 것을 찾다니, 기이한 일 입니다.
팔라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덴은 곧 초조한 얼굴로 마른 세수를 하더니 계단에 걸터앉습니다.
소맷부리로 입가를 훔치며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고 팔라딘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권력의 꼭대기에 서서, 다른 이들을 이끄는 자가 가지는 눈 입니다.
그러고보면, 과거에는 레베카 역시 저런 올곧은 눈을 하고 팔라딘을 마주보곤 했습니다.
그것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아득하게 멀게 느껴질 뿐이지만 그 굳건한 왕의 피가 에덴에게도 흐르고 있습니다.
에덴 로렌스:... ... ...사람이... 사람이 정말 너무 많이 죽고있네, 팔라딘 경....
오늘도 당장 한 사람을 베고 왔기에. (피곤해 보이네. 뭐 있을까, 뒤적뒤적……, 아.)
(손수건을 건네준다.) 피곤해 보이는데 용케 나오셨네요? (가벼운 미소나 걸침.)
에덴 로렌스:...폐하가 자네에게 프로디티오네 백작을 죽였다고 시켰다고 듣자마자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네.
대체 인간의 어디에 죽어야 한다는 표식이 새겨져 있단 말인가? 왜 죽어야하는 사람과, 살아야하는 사람이 나뉘어져 있냐는 말이야.
폐하께서는... ... 무엇을 보고 계신지. 폐하께서 가는 길이 이제는 너무 어두워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네. 나보다 폐하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자네는... 이해할 수 있는가?
본인이 입을 열어 의중을 전하지 않는 이상은,
영영 모르리라 생각합니다. ㅡ아니, 애초에…….
이해할 수 있다는 마음 자체가 오만 아닐지. (어깨가 꽤 무거워 보이네... 빤히 바라보다가 으쌰, 옆에 앉는다.)
난 왕녀님도 걱정이야.
저어~, 폐하 닮아갖고. 둘 다 생각이 많거든.
에덴 로렌스:...그런가. 나는 폐하를 이해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 분이 가시는 길이 그토록 어두우니 얼마나 어두운 길인지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만인가.
(고개를 기울인다.) 내가? 나는 폐하와 별로 닮지 않았다만.
팔라딘:(키득댄다.) 네가 감히 날 이해한다고 하려고 칼부터 뽑을 것 같지 않나?
어렸을 때도 동정표는 싫어하셨던 것 같은데.
음, 굳이 따지자면……,
폐하께서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일을 그르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놀려댔다가 혼났는데. (혼날 만했다.)
에덴 님도 행동보단 생각이 많은 편이시지요. 그래서 가끔 걱정이 된다, 정도? ㅡ물론, 아직 그르친 일은 없지만.
(손뼉 짝.) 그것도 그렇고! 하여튼 얌전하고, 하여튼 눈에 잘 안 띄려고 하고.
팔라딘:안 닮았는데, 닮았어. (묘한 얼굴.)
그래, 돌아가신 누님과 폐하를 섞어두었나.
에덴 로렌스:동정을 드릴 순 없으니 이해를 드리고 싶었던 거라니까. ...뭐, 자네의 말이 옳아. 지금의 폐하라면 감히 날 이해하려는 거냐며 칼을 뽑고도 남으시겠지.
(어린 시절 얘기인가? 눈을 빛낸다.) ...폐하께서도 그럴 때가 있으실줄은. ...멋모를 때에는 폐하를 닮았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닮기에는 피가 많이 섞이지 않았을 테니 기대하지 않았네.
...그런가, 나는 그래도 닮을 수 있었던 건가...
팔라딘:……연적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생긴 건가? (헛소리다. 아마 에덴도 익숙할 것이다. 옛날에도 저러다가 사랑해 마지않는 레베카에게 처맞았다.)
날 자꾸 위기감을 들게 만드네, 이 왕녀님이? (밝게 웃는다. 최근 들어서 가장 순수하게 웃은 듯.)
아 맞다,
(손뼉을 짝.)
묻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에덴 로렌스:연적이라니. 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을 거야. (작게 웃어보인다. 마음이 놓였다.)
허한다. 얼마든지 물어보게.
왜 사과부터 드리냐,
에덴 님의 편지를 훔쳐봤습니다. (무슨 첫사랑 얘기가 쓰인 일기를 훔쳐본 것마냥 목소리를 잔뜩 낮춘다.)
읽을 수 있는 내용은 대강ㅡ
구원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무슨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폐하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습니까? (속닥속닥.)
에덴 로렌스:아, 그걸, ...그건 본 건가. 으음,
... ... ...나와 폐하는 잘못된 세상을 바로 잡고 싶었을 뿐이라고. 약탈당하며 지옥의 진창에서 모멸받는 그런 약자의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네.
...그리고 그건 나보다 폐하께서 더 절실하셨을 테고.
... ... ...그래서 폐하가 이 나라를 구원하고 싶어 하셨네. 그뿐인 이야기일세.
팔라딘:(모호한 미소.) 구원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은 종자 중에서,
끝까지 미치지 않고 버틴 자는 거의 없습니다.
(짧게 웃음 비슷한 것을 터트린다.) 에덴 님은 겨울을 좋아하십니까?
에덴 로렌스:... ... ...알고있다. 구원이란 그렇게 덧없는 것이지.
(미묘한 표정이다. 기쁨과 슬픔..., 그리움이 섞인 듯한 그런.) ...좋아, 하지만은 않아. 겨울에는 너무 많은 고통이 있잖나.
팔라딘:황제 폐하께서는 좋아하시는 모양이더군요. (아니, 좋아한다고 말은 한 적 없다. 끈질기게 겨울을 좋아하냐고, 물어봤지.)
겨울을 지낸 기억은 없으나,
제게 겨울은 굶주림과, 추위와, 생존, 그리고…….
…야성이 가득했던 계절인 듯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어쩐지 그런 계절이라고 여깁니다.
왜 이 국가의 모든 사람은 지내지도 않은 겨울에 자꾸만 익숙한 감각을 느끼는지 아십니까? (턱을 괴고 눈을 가늘게 뜬다.)
에덴 로렌스:... ... ...겨울을 본 따 만든 정원을 만드시고 싶어하시는 게 그냥 변덕만은 아니었나.
자네는 왜, 사람들이 겨울에 익숙하다고 생각하는가?
자네의 추측을 말해주게.
팔라딘:뭐, 어차피 불경이란 불경은 전~부 저질렀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황제 폐하께서 아시면 가신의 목을 두어 개 정도 날릴 짓을 했습니다. (안 들켰으니 됐다는 안일한 태도.)
(조곤조곤.) 이 나라가 북쪽의, 겨울의 나라라는 기록만이 계속해서,
계속해서 나오더군요.
그러나 누가, 어떻게.
팔라딘:이미 존재하는 사실과 자연 현상을 바꿔 두겠습니까?
그것이야말로 우화-파블입니다. 알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적어도 누군가는 그러고 싶어한 모양입니다.
(웃는다.) 그게 전부입니다. 아~ 저는 머리 쓰는 게 특기가 아닌 걸 잘 아시면서.
이런 걸 시키시네?
에덴 로렌스:하하. 직접 추리해야지 의미가 있는 법이지. 타인이 말해준 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는 법일 테니까.
...이미 다 알고 있는 거 아닌가?
제가요?
여기서요?
에덴 로렌스:아직 모르겠다면 모르는 대로도 좋네.
진실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말라. 내가 이 나라의 차기 왕으로서, 기사인 그대에게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명령이다.
무리한 부탁을 하십니다.
가장 어려운 부탁을.
이러다가 일개 검인 제가 불만을 가지고 말 겁니다? 과로하겠다고?
(그런데 어쩌겠어. 진실로 나아가고자 하는 건 내 성질이 맞다. 그걸 알고 하는 말이겠지…….)
(편하게 앉아서 농담이라도 지껄이던 자세를 고치고, 괜히 한 쪽 무릎을 꿇어본다.)
에덴 로렌스:그래. 그럼 이제 돌아가봐도 좋아. 내가 한 말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게.
(뒤를 돌아본다.)
……무리하지 마십시오.
망가지거나, 무너지지도.
(다시 떠난다.)
달빛이 깊게 물든, 어딘가 처연하게 느껴지는 밤 입니다.
오늘도 레베카를 만나러 가거나,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팔라딘:(만나야지. 어쩌겠어. 오늘도 잠 못 자면 어떡해.)
레베카 로렌스:... ... ... .... (대답이 없다. 그냥 이불에 파묻힌 채로.)
팔라딘:(무언의 허락으로 멋대로 받아들이는 건 여전하다.)
(가까이 들어가서 침대 곁에 선다.)
(한숨 한 번 푹.)
(옆에 앉아서 아무 말 안 하다가, ……)
(먼저 손 내민다.)
레베카 로렌스:... ... ...분명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손을 바라보다가 탁, 내친다.)
팔라딘:그러니까 그런 말 없었다니까. (가볍게 중얼거린다.)
폐하께서 못 주무시는데 어떻게 제가 눈 뜨고 있을 수 있습니까?
이야, 이거 마음 불편해서라도 잠 못 잔다구요.
팔라딘:차가워! (뎅ㅡ 하고 충격 받은 표정.)
(...일 리가 있냐. 빠르게 얄밉게 히죽대는 얼굴이 된다.)
음, 어제 이미 간청 찬스를 써버렸는데~…….
……이번엔 어느 핑계로 남아있지?
봐요, 어느 핑계를 대서라도 남아있고 싶다는데 불쌍하지도 않으십니까?
봐 주세요~. 네? (이미 침대 옆에 의자 하나 끌고와서 꽃받침하고 본다. 불경하다!)
낮부터 그렇게 사람을 죽였는데, 웃을 수도 있고 좋겠어....
...그러니까 딱히 불쌍해 보이지는 않아.
(투덜대는 목소리.) 침울해 있으면 귀엽게 여겨주셨을 겁니까?
(침울한 표정 지어보인다. 낯짝이 두껍다.)
레베카 로렌스:네가 진짜 애첩인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역시 그럴 시간 있으면 그냥 나가지?
베개 맡 이야기라도 하면서 밤 새자, 그거죠.
어쩐지 부군도 들이지 않으시고 계시더라. 솔로 지향이신 편?
레베카 로렌스:... ... ... .... (무표정이었다가 황당한 표정이 됨.)
...그냥 얌전히 나갈래? 아니면 조용히 하고 있을래?
팔라딘:조용히 하고 있겠습니다~. (입 잠그는 시늉.)
레베카 로렌스:... ... ...잘래. 말 걸지마. (이불에 머리 끝까지 넣어서 이불 도롱이마냥. 아예 꽁꽁 숨어버린다.)
팔라딘:……. (정말로 말 안 하고 있다가,)
(한 5분 정도 지났을 때,)
이불 위로 손 얹고 토닥이는 건 허락해 주십니까? (꽤 상냥한 목소리.)
왜 해주는데?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무책임하다!)
잠 안 오면,
... ... ...사형이야.
팔라딘:목숨을 걸고 옆에 있게 되는군요, 저? (무섭다는 듯 호들갑 떠는 목소리와 달리 아주 태연하다.)
(싱글벙글.) 제 목숨이 전적으로 폐하께 달려 있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네, 사활을 걸고 재워 드리죠.
(손 슬쩍, 대고 토닥여준다.)
레베카의 숨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일정해지고, 잠에 든 듯 보입니다.
팔라딘:(봐봐, 이렇게 잠들면 고요한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밤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문득 생각한다.)
(그런데 그럴 순 없으니까.)
(이번에도 끝까지 남아 있어주다가 아침 되어서야 잠깐 나가지 않았을까.)
레베카를 재워주고, 옆에 있어주다가 아침에 되어서야 나왔습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은 누구 안 죽었으면 좋겠다, 라고 맘 먹는 것도 익숙하네~.)
(슬렁슬렁 나간다. 나가다가 잠시 지하실에 발길이 멈춘다.)
(지하실 고고.)
내려가보면 성 안에서 죽어나간 하인들과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한 가신들의 시체가 아무렇게나 뒤엉켜 썩어들어가는 중 입니다.
지하실에 처음 진입한 팔라딘은 무조건 이성판정 (0/1D2).
팔라딘:SAN Roll기준치: | 74/37/14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힘도 세지.
여기에 전부 덤핑해 둔 건가...
팔라딘:(조금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고 생각한다.)
(그럼 봐야지. 누구 누구를 내가 죽였는지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좋나?)
시신을 살펴보면, 친왕파였던 가신들과 혁명군에 속해있던 가신들이 섞여있습니다.
팔라딘이 아는 얼굴 또한 섞여있으며, 죽은 방법도 가지각색입니다.
그리고 시신들이 있는 바닥 한곳이 움푹 패여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팔라딘:훗날 의료학 연구에 도움이 되겠어. (농담이 질이 나쁘다.)
...응?
(바닥을 빤히 본다. 저게 왜 이렇게 움푹 패여있지?)
살펴보면..., 이건 어딘가로 통하는 숨겨진 문인 것 같습니다.
재밌는 걸 보게 됐어.
(내려가기 직전에 시체들에게 기도해준다. 미안해요, 그리고 편히 쉬세요...)
(끙끙 내려가서 문으로 쏙 들어가보려고 한다. 되나?)
입구로 들어서면 강가에서 흘러들어온 물로 바닥이 축축합니다.
벽에는 밀랍이 발려있어 습기가 덜하지만, 몇 걸음 걷다보면 진흙이 묻어 밑창이 엉망이 됩니다.
안으로 깊게 들어가면 나무 궤짝같은 것이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궤짝의 바닥에는 방수포가 깔려있으며, 통로의 천장까지 빼곡하게 쌓여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궤짝 전체
, 와
세 개의 궤짝
그리고
방수포
인 거 같습니다.
머리 다 망가지겠어.
(저벅저벅. 궤짝 전체가 눈에 띈다.)
꺼내기 어려운 구조로 쌓아둔 것을 보아 상인들의 물건은 아닌 듯 합니다.
바닥에 깔아둔 방수포를 보면,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준비한 것 같습니다.
(내가 근력을 써서 궤짝을 열어도 힘들단 소린가?)
지하에서 꺼내기 어려운 거지 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럼 열어보자.)
첫 번째 궤짝의 뚜껑을 열어보면 기름이 들어있는 궤짝입니다.
그리 무겁지 않아 아무나 쉽게 들고 이동할 수 있을만한 크기입니다.
두 번째 궤짝은 화약과 착화제가 들어있는 궤짝입니다.
안에는 개수를 세 둔 것인지 숫자가 반듯한 필체로 적혀있습니다.
이 역시 사이즈가 작아서 쉽게 운반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세 번째 궤짝은 뜯어보면 바싹 마른 나무 기둥들이 들어있습니다.
기둥을 살펴보면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이며, 말리는데 공을 들였는지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화약에 기름을 붓고 나무 기둥으로 장작을 뗀다고 하면...
……장관이겠는데?
(위험하고 재밌는 걸 봤다.)
(흐흥~ 방수포에 눈길이 간다.)
값어치가 꽤 되는 종류로, 일반 상인이나 서민들은 구하기 어려운 물건처럼 보입니다.
이 정도로 튼튼한 방수포는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지방에서나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당연한 거겠지. 그래. (확신 같은 것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듯.)
호오호오.
……긴급 피난을 위한 공간이거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때 적이 성도에 진입하는 걸 방해하기 위한, …… (군사학 시간에 뭔갈 배우긴 했나 보다.)
하여튼 재밌는 곳이네. (자박자박 걸어서 북문으로 향한다.)
팔라딘이 북문으로 나오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어야 할 경비병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북문의 입구로 마차 여러 대가 일렬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마차를 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복면을 써 얼굴을 가리고 있으며, 그 앞에는 빨리 움직이라며 다급하게 그들을 재촉하는 남성이 보입니다.
남성은 상인처럼 보이지만 얼굴에 크게 베인 흉터가 있어 척 보기에는 흉악한 인상입니다.
어허. 이거이거.
(밀수꾼인가?) ㅡ여어, 바쁘십니까?
제가 도와드릴 건 없어요?
... ... ...아니, 대장군님 아니십니까???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로 직접 행차를……
근무 태만인가~ 싶어서 직접 보러 왔지.
마차에서 떨어져? 여기에 무서운 거라도 담겨 있습니까? (뭔가 히죽거리는 표정.)
밀수꾼:아, 이것들은... 그... 이런 말씀 드리면 뭣하지만, 왕께서 직접 성 안으로 들이라 명한 물건들입니다.
(……그 폐하께서?)
(대체 뭘?)
밀수꾼:그러니까..., 화약 종류지요. 제가 밀수로 밥 벌어먹고 사는 놈인것은 맞지만... 어쩌겠습니까? 들이지 않으면 다음에 날아가는 것이 가신의 목이 아니라 제 것이 될 텐데요. 저도 미친왕은 무섭습니다....
(방금 보고 온 것 같다.)
팔라딘:하긴, 많은 이의 목이 날아가고 있는 형국이지.
즉, 폐하께서~ 무언가를 주도하셔서 비밀리에……~ (말 끝을 늘이면서 흥얼거리는 듯...)
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세히 살펴보면 짐차에 화약과 기름, 착화제등 레베카가 들여오라한 물건 외에 귀금속 종류와 얇은 옷감이 실린 다른 짐차가 보입니다.
내가 정말 섣불리 손 댈 건 아닌 모양이었군! (두 손 들면서 살짝 뒤로 물러나는 제스처.)
ㅡ아, 그런데 저것들은 뭡니까?
저것도 황제 폐하께서 시킨 물건입니까? (옷감 실린 짐차를 말하는 것.)
밀수꾼:아이고오..., 장군님....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워서 들인 거니까 이건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지....
(싱글싱글 웃는다.)
그럼 어쩔까, 어떻게 할까.
본래라면 중죄인 건 아시지요. 제가 아~주 친절해 보이지만? (어깨에 손 올린다. 친해 보인다.)
법에 대해서는 빡빡하단 사실도 알고 계실 거고.
밀수꾼:아니, 아니, 한 번만 봐주시면 고급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고급 정보를!
고명하신 기사님께서 저같은 밀수꾼에게 부탁하실 일이 뭐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 기사님께서 몰래 성 밖으로 처리하셔야 하는 물건이나 사람이 있다면 제가 이 밀수 루트를 통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팔라딘:이거, 그 쪽의 생계 비법 아닙니까? 저에게 막 말해도 되는 거예요~? (장난스럽게 웃는다.)
밀수꾼:당연히 장군님이 봐주실 거라고 믿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까!!! 한 번만 봐주십쇼!!!
제가 또 뭘 가져왔냐면...,
팔라딘:(또 뭐가 있어? 흥미롭게 보는 중.)
밀수꾼:그 왜, 의료원에도 열사병 환자가 넘쳐난다고 하던데... 약을 구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그게 얼마나 구하기가 어려운지 아십니까??? 저쪽 짐칸에 그것도 조금 싣고 왔습지요!!!
아~...
아잇.
아~잇.
배짱 하나는 두둑하네. 인정하죠!
어디에 던져놓아도 잘 살아남으실 분이라는 점은.
팔라딘:좋아, 좋아... ...나중에 제가 부정부패로 잡혀갈 일이 있다면 그 때 연대책임을 묻도록 하고,
(찡긋.)
지금 통과하는 건 황제께서 은밀히 부탁한 폭약 마차 정도로 생각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당당하게 손 내민다.)
(약 주시겠죠? 하고 웃는 중임.)
(멀뚱....)
(팔라딘 옷에 동전 하나 슬쩍 꽂아 넣어줌;) 저희 상단 문장이 찍힌 동전입니다! 이걸 경비병들에게 보여주면 무난히 길을 터줄 것 입니다.
(이거 맞죠? 찡긋 해줌.;;;)
팔라딘:(음? 이거 아니었는데. 그런데 좋아보인다.)
(반짝거리고.)
네, 고맙습니다. 고생하십쇼! (냅다 주머니에 넣는다.)
밀수꾼:저희 상인들을 포함해서 국민들 전부 대장군님만 믿고 있습니다. 꼭... 그 혁명을 성공시켜주십시오. 태양의 나라 아닙니까? 썩은 것은 도려내야 상처가 아무는 법 입니다!
팔라딘:(여전히 히죽히죽 웃는 얼굴이다. 그 말에도 환하게 보답해준다!)
그래그래, 저 유명한 암살자 된 기분인데.
생각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인 건 맞고.
(어깨 툭툭.) 그 때는 조금 더 합법적인 일로 뵈었으면 좋겠군, 그래그래.
밀수꾼:어우, 이제 혁명이 성공하면 저도 합법적으로 장사 잘 하고 다녀야죠. 이렇게 힘들게 장사해서 쓰겠습니까!
지금도 말이에요, 착화제랑 화약 종류들이 수도를 통으로 불바다로 만들까봐 걱정이라니까요. 이게 다 비밀 통로가 수도 통째로 연결되어 있어서....
팔라딘:(보고 온 것들이 머리에 스친다...)
어이구, 그러게 말입니다.
황제께서 비밀 통로에다가 화약이라도 다 쌓아뒀다면, 그건 정말 더더욱 위험한 것이죠.
그나저나 비밀 통로라니, (모른 척.)
내게 제공해 준 밀수 루트와는 좀 다른 곳입니까? (난 진짜 궁금해서.)
밀수꾼:아이고, 아이고, 제 입이 방정이지!!! 장군님 보고 기뻐서 이것저것 다 말해버렸다니까요, 정말! 상인은 신뢰성이 생명인데....
뭐, 장군님 정도나 되시니 아셔도 괜찮겠지요. (한숨 푹....) 예전에 빈민촌에서 얼어 죽기 싫어서... 방금 제가 뭐라고 했나요? 하여튼 빈민촌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이게 북문에서부터 강바닥 아래로 쭉 이어집니다. 빈민촌을 가로질러서 아카데미 지하, 그리고 시계탑까지요.
이 물건들은 그 비밀통로 쪽으로 보내집니다. 저기 돌담 보이시지요? 저쪽에 지하로 통하는 길이 뚫려있습니다. 저도 그 미친왕이 이걸 왜 사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작게 덧붙여주며,) 괜찮아. 비밀로 해 드리겠습니다.
내가 상인으로 직업을 바꾼다면 모를까,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시길.
그래도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이것들이 전부 도움이 되겠지요.
팔라딘:(씩 웃으면서 한 손 든다.) 가 보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게 있다면 기사단을 통해 연락 주시길!
밀수꾼:네! 감사합니다! 장군님도 얼마든지 필요한 게 있으시면 따로 말씀주세요!
(밀수꾼 떠나보내고 생각한다.)
(혁명이 성공하면... 에덴 님이 지하경제도 잡아주겠지.)
(휘적대다가 가장 가까운 곳이나 간다. 기사단 건물에나 들러 보자.)
새로운 기사들을 교육하고, 기사서임이 이루어지는 곳 입니다.
과거에는 성의 알현실에서 직접 서임을 했었으나 요즈음에는 기사를 지망하는 수가 늘어나 이 곳에서 서임을 합니다.
팔라딘이 조사 차 방문하면 기사단원중 몇몇이 아는체를하며 팔라딘을 칭송합니다.
"다음 왕으로 에덴 경을 세우는 것에 이견은 없는가?"
팔라딘:어유, 다들 말이 많어~ 네네~! 여러분의 팔라딘 왔습니다~ (가벼워!)
이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운동장
,
건물의 외관 전체
,
입구
,
안내 표지판
인 것 같습니다.
팔라딘:(무수한 악수의 요청을 받으며 건물에 들어가려고 했으니까. 보자.)
(안내 표지판부터 보일 것 같네?)
기사단의 연혁이 간단하게 적혀있는 곳 입니다.
그 부분의 글자를 읽어보면, 파블 최후의 왕 레베카 로렌스라고 적혀있습니다.
이토록 번영하는 태양의 나라에, 최후의 왕이라뇨.
아무리 레베카가 폭군으로 악명 높다지만 이런 문장을 공개적인 장소에 적다니…….
역적으로 몰릴 것이 당연하건만 이상한 일입니다.
기이한 이질감에, 팔라딘 이성판정 (0/1).
SAN Roll기준치: | 73/36/14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그 이가 왕정을 무너트린다면 최후가 되겠다만...)
이상하네.
(어쩐지 최후의 왕이었던 게 당연한 것 같아서.)
(찡그리고 고개 기울이다가... 입구가 보인다.)
비를 흘리기 위한 배수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며, 건물 양식은 오히려 눈이 쌓이는 것을 대비한 것에 가깝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단단한 나무 목재로 짜여진 장식물들이 보입니다.
목재를 이용한 건축 양식이 이렇게 발전했던가?
팔라딘:SAN Roll기준치: | 72/36/14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새삼스럽지만.
진짠가, 이거...
(정말 어제 지껄인 말이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더, 더더욱 대단한 건데.)
(외관이 전체적으로 눈에 보일 듯 하다. 외관 전체 보자!)
외벽을 손으로 더듬어보면 온수를 통해 난방을 하는지 미미한 열기가 느껴집니다.
난방기능 보다는, 냉방기능을 넣어 짓는 편이 현명했을텐데…….
물끄러미 올려다보면 높은 첨탑이 눈에 띕니다.
그 끝에 구름이 살짝 스치고 가는 것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름의 향연입니다.
여름이구만.
(그런데 어제 읽었던 불온 서적이랑 서고의 책들의 내용이 자꾸만.)
(안 그래도 손까지 따뜻하니까.)
여름이면 안 됐을지도 모르겠군.
(자박자박. 기사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운동장 바라본다.)
들고있는 검은 모두 단단한 목재로 만들어져 있으며 저마다 허리춤에 하나씩 차고 다닙니다.
운동장 한켠에 목검이 널려있는 나무판은 추운 지방에서만 자라는 나무 종류입니다.
(한 번 의식하고, 의심하니 정말로 눈에 들어오는 게 많다. 진짜냐...)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인사해주고 코치도 해주고...)
(수련은 잘 하고 있냐고 봐주고 갈 듯.)
팔라딘:듣기기준치: | 65/32/13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나가는 견습 기사들이 재잘거리는 게 들립니다.
팔라딘:욘석들아. (말 못들은 척 이마 딱콩해줌.)
수련해 수련.
떠들 시간 있냐?
견습기사:직접 만나뵙게 되다니 가문에 다시 없을 영광입니다! 어찌나 직접 만나뵙고 싶었던지 성 근처를 왔다갔다 거리기도 했습니다! (눈반짝반짝)
더 찬양해 보도록.
(뻔뻔하게 군다.)
싸인이라도 해 주랴?
견습기사:네!!! 사인도 해주십쇼!!! 아니 이게 아니라!
팔라딘님, 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왜, 예전에는 파블이 서임을 왕께서 직접 받아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요즘은 선배 기사들이 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지만...
저는 꼭 서임을 팔라딘님께 받고 싶습니다!
팔라딘님이 서임을 받으실 때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 제 인생 최악의 실수일겁니다. 그 해의 마지막 눈이 내리던 날 서임을 하셨다면서요?
...엥? 눈? 제가 방금 뭐라고 말 했죠? 파블에 눈이 올 리가 없는데... 죄송합니다! 제 서임을 받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팔라딘:아하하, 서임식은 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지. 이제 검으로써 살아야 한다는 증명의 날이기도 하고...
…그래! 그 때는 정말 추웠어. 눈이 펑펑 내려서…
……눈?
음?
도련님, 방금 눈이 내린다고 하지 않았나?
견습기사:...그러게요?! 방금 팔라딘 님께서 눈이 펑펑 내려서 추웠다고...
하지만 파블에 눈이 내릴 리가 없잖습니까?!
...잘못 말하신 거 아닙니까?
팔라딘:그으~ 렇지. (사실 안 그런 것 같다.)
(눈을 굴린다. 이 애 앞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하나.)
(고민은 길지 않다.)
아하하, 모르겠네~
요사이에 자꾸만, 눈 오는 꿈을 꿔서 그런가 보다.
좋아, 일인 분의 기사가 됐을 때 다시 찾아와.
팔라딘:서임해줄게. (머리 복복복 헝클어둠.)
견습기사:네! 팔라딘 님처럼 존경받아 마땅한 기사가 되는 것이 저의 꿈 입니다. 팔라딘님처럼 올곧은 기사께서 하시는 선택에 실수가 있을 리 없습니다!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꼭 훌륭한 기사가 되어서 서임 받으러 갈 테니까요!
(잠깐 머뭇거린다.) 저어..., 그리고 이건 무례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 팔라딘 님... 저희 왕께서는 언제부터 미친 왕이 되셨나요?
기억하고 계신가요? 언제부터 저렇게, 미치기 시작하셨는지...
팔라딘:어허. 그래도 진짜 잘못된 짓이다 싶으면 언질을 줘야 한다.
그게 올바른 검의 역할이야.
(이어지는 질문에는 잠시 멈칫.)
……그러게,
서임을 내려줄 때까지도 괜찮았어.
당장 즉위했을 때도 나쁘지는 않았지. 과로는 했지만.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그런데 말이야, 그게 왜 궁금하냐? 그냥 호기심? (시선 맞추고 앉는다.)
견습기사:아니, 아니..., 그게. 팔라딘 님... 저희 아버님...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기사단에서 견습 기사들을 가르치셨던 분 입니다.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에 제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씀하셨었습니다.
폐하께서 너무도 큰 희생을 치르셨다고요.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큰 짐을요. 그래서 이상해지신거라고...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그래서 미친왕은, 당연히 처음부터 미친왕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팔라딘 님도 모른다고 하시니..., 역시 아버님의 말씀이 기이하게 느껴지기는 하네요....
(어제 보았던 문서들, 어제 에덴 님께 들었던 이야기들이 와르르 머리 속에 쏟아지는 중.)
(그리고 기이하다, 라는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어,
어어.
그렇지, 그래...
팔라딘:그렇게 끊임없이 의문을 갖는 태도 또한 좋은 태도야.
누군가가 그랬걸랑,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ㅡ우리 꼬맹이 기사님도, 마음에 새기고 다니는 건 어때?
견습기사:어, 그렇습니까?! 좋은 말씀이네요! 마음에 새기고 다니겠습니다!
팔라딘:엉. 필요한 일 있음 언제든 얘기하고.
궁금한 거 있으면 팍팍 물어봐. 알았지?
시간 나면 대련 같이 해 줄게.
견습기사:네!!! 어쩐지, 속 시끄러운 소리를 한 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꾸벅.)
아이고, 곧 체력 단련 시간이네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만나뵙게 되어 다시 한 번, 정말 큰 영광이었습니다!
(손 흔들어준다.)
(견습기사 보내고 눈을 한 번 더 굴린다…….)
(…아, 진짜 이 모든 게 사실이라고?)
(그렇다면 진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해가 어디까지 떴나 가늠하고 다시 왕성으로 발을 옮긴다.)
알현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평소와 똑같이 가신들의 시선이 팔라딘을 향해 쏟아집니다.
사람을 죽인 채 검을 쥐고 피투성이인 모습으로.
죄송합니다. (주어는 모호하나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는 명확한 말.)
레베카 로렌스:... ... ...너 빼고 다 나가. (검을 미끄러트리듯 손에서 놓는다.)
부르신 까닭은?
레베카 로렌스:(앞에 서서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냥, 슬슬 부를 때가 돼서.
내가 보고싶을까봐.
늘 보고 싶었죠.
이렇게 성대하게 부르지 않아도 늘 올 텐데. (머리를 기대면 가볍게 뒤통수에 손을 감싸 놓는다.)
레베카 로렌스:너를 그냥 부르면... ... ...,
... ... ...아니, 됐어.
...나가고 싶어.
어디로 모셔다 드릴까?
레베카 로렌스:...네가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곳.
궁 밖에. 수도로 나갈래.
팔라딘:폐하께서 피투성이만 아니었어도 제가 조금 더 유쾌한 태도였을 텐데.
그건 좀 아쉽습니다.
앞에선 늘 웃고 싶은데 요샌 그게 잘 안 되어서. 그만. (말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이 가볍다.)
있지. 그럼 어디로 갈까... ...
아, 그래.
(손을 내민다.) 정했다. 손 잡으시겠어요?
웃으라고 한 적 없어.
.... (네 손 위에 제 손을 올린다.)
... ... ...근데 너는 왜 아직도 내 옆에 있어?
팔라딘:(손을 꽉 잡고 냅다 어딘가로 박차듯 달린다. 달리고, 달리다가...)
(어디에 멋대로 활짝 열려있는 창문으로 휙 뛰어내린다. 너 미쳤어?)
(ㅡ싶을 즈음에 익숙하게 한 명이 한 명을 안고 허공에 둥둥, 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
뭐라고 했습니까?
레베카 로렌스:(어릴 적 기억이 몸에 남아서, 자연스럽게 끌어안았다. 무의식에 남아 있다.)
...왜 혼자 안 날아가?
그게 걱정이셨습니까? (얄미운 얼굴 등장.)
(피 꼼꼼하게 닦아준다.) 여기 즈음이었던가~ (밖으로, 밖으로 멀리멀리 날아가다가.)
말했잖아요. 우린 서약으로 맺어진 사이라고.
서임을 깨면 기사 실격이라니까.
아~ 로맨틱. (사족이 자꾸 붙어, 사족이. 어르고 달래는 듯한 목소리 잦아들 때 즈음에 어디 가장 높은 산에 슬쩍, 앉는다.)
왜 혼자서는 안 날아갈까 하고....
(앉을 때쯤 되면 입을 다문다. 원래도 말 잘 안 했는데.)
꽃잎이 하나 둘 흩어진 길을 보면, 가히 신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푸르게 잎이 돋아난 나무들 아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며 잔잔하게 스며듭니다.
감히 잘라낼 수도, 잊을 수도 도망을 칠 수도 없을 정도로 짙은 평화.
그것들은 실로, 팔라딘로 하여금 이 나라의 유일한 오점이 정말 레베카 하나 뿐이라고 느끼게 만듭니다.
전에 벌레 이따만큼 갖다줬다가 공주님이셨던 폐하께서 엉엉 울어갖고.
여기 찾으려고 동네방네 고생 좀 했으니까. (옷 구겨졌다. 치맛자락 팡, 펴준다.)
혼자서는 왜 안 날아가냐면,
재차 얘기하지만 폐하께 매였기 때문이죠? (그 모든 일이 안 일어난 것처럼 웃는다. 웃지 말라 그랬는데도.)
하지만 나도 좋아했어.
... ... ... .... (한 손으로 네 눈을 가린다. 안 보이면 좀 나을까....)
...가버렸으면 좋겠다.
(앞이 안 보인다. 손 같은 거 빠르게 치울 수도 있는데.)
(일부러 치우지 않고 둔다.) 헤엥.
제가 미워졌습니까?
밉고 말고 할 것도 없어.
지금은 몰라도 예전의 폐하께서는 확실히 절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 (흥얼거리면서 옆에 있는 꽃을 살짝 딴다.)
... ... ...정말로, 안 좋아해. (고개를 살짝 기울여서 가볍게 입술을 맞댄다.)
(또 먼저 왔다. 가만히 눈 감고,)
(얄미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손이 제 자리를 찾는다. 어렸을 땐 너, 입맞춤 많이 해 봤어? 하고 타박받았을 법한 그런 태도.)
(깊게 얽히진 않는데 그렇다고 가볍게 놓지는 않는 정도의 거리감으로 응해주고,)
(살짝 입술을 뗀다.) 내 체온이 뜨거운 건지,
폐하의 체온이 낮은 건지 잘 모르겠어서. (손으로 얼굴을 잘 쓰다듬어준다.)
레베카 로렌스:(...너무 자연스럽지 않아? 한 소리 하는 대신 눈을 감는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는다고 어떻게 될 것도 아닌데....)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안겨 있는다. 그냥 이대로....) ...네가 뜨거운 거야.
팔라딘:원래 부끄러워하면 몸이 뜨거워진다고 하잖습니까.
그런 셈이죠.
(토닥토닥. 가볍다.)
네, 웬만한 가신이라면 폐하의 곁을 떠나는 게 맞죠. 그것이 세간의 정답입니다.
너무 많은 피가 흘렀고,
너무 많은 사람을 베어왔어요.
팔라딘: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목숨이 없어졌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헝클어트리지는 않고. 머리 빗듯.)
하지만 그것이 폐하를 떠날 이유는 되지 않아요.
(그냥, 이 말도 아주 가벼운 말.)
좋아하는 건 전부 손에 쥐고 못 놓고 싶어서 이렇게 힘든 걸지도 모르지…….
레베카 로렌스:그럼 그냥 지금 죽일래? (오랜만의 나긋나긋한 어조.)
어딜 찌르면 죽는지 알잖아.
힘들지 않게 놓게 해줄게....
...봐, 너한테 제일 무방비하잖아.
팔라딘:너무하십니다. (당신의 머리카락이 내 손바닥에서부터 바닥으로 사라락 떨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폐하께서는 평생 저를 떠나지 못하게 되는 셈이 되니까.
죽어서도 못 떠나는 주박, 망령, 이런 거. 와, 저하곤 평~생 연이 없을 단어 같은데.
그걸 만들어 주신다니. 영광인가? 다른 의미로.
(농담 같은 말로 답을 돌려주고... ...농담이 좀 살벌하지 않아?) 그러나 전에도 말했듯,
그걸 원한다면,
이건 명령입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무언가를 뽑지도 않을 것 같은 태도고.)
레베카 로렌스:... ... .... (네가 죽이지 않는다고 해도 딱히, 네 곁을 떠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너무 오래 봐왔으니까.... 하지만 떠나지 못할 거라는 말은 하지 않을 거라고. 그럼 네가 웃을 테니까.)
... ... ...원한다고,
말한다면?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크게 내쉰다.)
그 무거운 목숨, 받아가고 기사 직위에서 은퇴하도록 하지요.
계속 불복종에, 불충했는데. 한 번 즈음은 충성스레 굴어봐도 좋지 않겠습니까.
덤으로, (꺾었던 꽃이나 귀에 꽂아준다. 농담이 지나치다. 너도, 나도…….) 폐하를 절대 못 잊을 사람까지 생겼으니.
레베카 로렌스:... ... ...지금 대답 안 해줄래.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
보류해둘게.
... ... ... ... ...있잖아,
(귀에 꽂힌 꽃을 만지작거린다.) ....
좋아해?
팔라딘:(그 일이 뭔지, 내가 질 수 있는 일인지, 내가 막아야 할 일인지. 그것조차 모르겠네. 에이, 무식한 게 병이지.)
(피식, 웃는다.)
예.
좋아합니다.
좋아하니 이러고 있는 것 아니겠어…….
데려다줘.
팔라딘:네. 가시죠. (마찬가지로 손을 뻗는다. 처음과 같이…)
레베카 로렌스:(손을 잡는데 망설임은 없다. 네 손에 제 손을 올린다.)
(ㅡ한 번, 두 번, 도움닫기하듯 뛰어 날아오른다. 이번 만큼은 정말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서…….)
팔라딘:민첩기준치: | 85/42/17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무언가 번뜩이는 것이 보인다 싶더니, 빠르게 날아와 레베카의 발치 바로 앞에 박힙니다.
(그리고 날아온 지점 그대로 다시 휙, 날린다.)
나오지 그래?
방금 단도에 맞아서 아플 텐데.
팔라딘의 말 그대로 단도에 맞은 자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팔라딘:어디에서 보냈어? (꿇어앉아서 얼굴을 본다.)
말 안 할 건가?
자객:저 미친 왕을 끌어 내릴 수 있다면 난 뭐든지 하겠다는 마음 뿐! 누가 보내서 온 것이 아니다!
(실상 내가 하는 일도 같은데.)
그 용기 하나는 높게 사지.
허나 용기가 만용이 될 수도 있는 것임을 깨닫지 못한 죄는 크지 않나.
(제압한 채로 일어선다.) 압송토록 하지.
소란에 용서를 구합니다. (마저 웃는다.) 가시죠.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급한 상황이 아니면 칼을 빼드는 일은 없어야 하죠.
……오전의 일은,
(어깨 으쓱.)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덩어리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런가.
다음에는 실수하지 마.
...난 혼자 돌아갈래.
팔라딘:에이~ 같이 가시죠. (쫄래쫄래 죄인 달고 간다.)
죽음의 무게가 아무리 가벼워졌다고 해도, (당신 자신이 가볍게 만들었지.)
그건 좀~, 그래요. (쫄래쫄래쫄래.)
레베카 로렌스:... ... .... (힐끗, 바라봤다가 집무실로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
(쾅, 닫힌 문을 본다.) 쌀쌀하시긴.
(마저 갈 길이나 간다. 죄인도 압송하고, 그래야지...)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불안이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번져들고 상황을 혼란스레 몰고 갑니다.
그것이 팔라딘의 발목을 움켜쥐고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도록 그를 몰아세웁니다.
사람은 어디에서 걸어와, 어디로 뛰어들며…마지막에는 어떤 식으로 그 목숨을 태우던가요.
아주 깨지기 쉬운 자그마한 유리 조형물을 손에 들고 있는 듯한 불안감.
희미한 피냄새와 함께 번지는 아득하게 느껴지는 먼지 냄새.
살인을 혁명이라 칭송하며, 폭군의 시대를 끝내기위한 방법이 팔라딘의 손에 있습니다.
검으로 빚어진 자는, 검으로 모든 것을 끝낼 것 입니다.
에덴 로렌스:...다들 별 일 없었기를 바라네.
혁명을 일으키는 날은 다들 알겠지만 지금으로부터 이틀 뒤.
정오의 태양이 시계탑을 가로지르는 순간일세.
이견이 있나?
가능한 빨리 움직여야겠습니다.
황제를 시해하기 위한 자객을 보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손가락 튕긴다.)
명분도 없고, 대의도 없이 집단만 남겠지.
에덴 로렌스:...그런가. 역시 날짜는 이틀 뒤가 제일 적당하겠군.
... ... ...폐하의 목을 베는 건, 팔라딘 경. ...자네가 해줄 수 있겠는가?
에덴 로렌스:결정이 났군. 팔라딘 경이 마지막까지 수고해줘야겠어.
회의는 이쯤 끝내도록 하지.
...경만 남아주겠는가?
(힘 쓰는 건 제가 여기서 대장이니까, 라는 식의 실없는 농담으로 모두에게 호언장담을 해두고 떠나보낸다.)
에덴 로렌스:(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문을 꾹 붙잡고 있다가 너를 올려다본다.)
팔라딘 경, 지금 내 말이 얼마나 이상하게 들릴 지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영영 후회하게 될 것 같네.
... ... ...폐하를, 레베카 님을 구해줄 생각은 없는가?
(시원스레 웃는다.) 아, 핏줄은 핏줄인가?
두 분 모두 복잡하시네.
한 분은 죽기 싫어하시면서도 계속, 계속해서 나를 죽여달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지질 않나,
한 분은 죽이라고 하면서도 구해달라고 하질 않나.
(조금 길게 웃다가 웃음기가 잦아들면 고요한 얼굴.)
팔라딘:저는 이 자리에, 아니 서임식 때부터,
계속해서, 언제나, 폐하 곁에서 지켜드리겠다고 서임을 했습니다.
그를 베는 것은 즉, 그가 죽을 때 제가 곁에 있어 드리겠다는 맹세고, 끝까지 그를 생각하겠다는 저주이죠. 네…….
(가늘게 눈을 뜬다.) 그를 베는 것이 제가, 그에게 줄 수 있는 명예이자, 유일한 구출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들어봐야겠군요.
어떤 식으로 구하고 싶습니까?
에덴 로렌스:... ... ...자네도 이젠 알겠지만, 폐하는 이 나라의 구원자일세.
모두를 구원한 주제에 스스로는 구원하지 않는 분이시지.
...그러니까 나는 폐하가, 레베카 님이, 계속 여기 남아 죽기를 바라지 않아...! 행복하셨으면 해!
레베카 님과 도망쳐서 행복하게 만들어 줄 생각은 없는 건가?! 자네라면 할 수 있잖아!
죽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게 해줄 수 있잖아...!
팔라딘:꽤나 무른 방식이군. 정말 무른 방식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
알잖습니까.
누군가의 목을 성도 위에 걸어서 새로운 레짐을 만든다.
한 번의 파괴 없이는 혁신이란 없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잘라내고, 죽여서라도 해내야 할 것이 있다면 비정하게 하나를 잘라내야 되는 것.
그런 걸 각오하고,
팔라딘:(한 걸음 다가간다. 조금 복잡한 표정이다.) ㅡ이 자리에 서신 것 아니십니까, 예?
목을 베지 않으면 혁명에는 명분이 없어집니다.
솔직히 좀, (작은 한숨이 탁, 터져나온다.)
…너무하잖아, 응? 지금까지 내가 몇 번이고 내가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다짐했던 게 뭐가 되냐.
좋아하니까 내가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짐했던 건, 내가 포기한 마음은 전부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여기까지 한 번에 몰아붙이듯 얘기하다가, 숨을 들이쉰다.)
팔라딘:황제는 이미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내가 알아요. 그런 건.
그래도 해내고 싶어요?
에덴 로렌스:... ...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 건 레베카 님이잖아.... 아무리 마음을 잘라내고, 무언가를 더 희생시키더라도 햇빛 아래에서 살아 있을 수 있게 해준 게 한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네.
... ... ...난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살리고 싶어.
...자네는 모르고 있겠지만, 레베카 님은 이미 대다수의 일을 알고 계신다네. 혁명에 대한 것들도. 그런데도 왕성을 지키고 계신 것은 분명 자네의 말대로 죽을 결심을 했기 때문이겠지.
...이 나라에서 레베카 님의 편이라고 볼 수 있는 건 자네와 나. 단 둘뿐. 그러니까 자네의 의견이 확고하다면 나는 더 이상... ... ... ..., 레베카 님을 살리고 싶다 말하지 않겠네. 어차피 혼자서는 구할 수도 없어. 자네가 결정하게.
팔라딘:(이야기를 듣는다. 조금 가까워진 거리에서……,)
(조금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단단해 보이기도 하고, 껍질 하나만 들어내면 연해 보일 것 같은……, 그런 표정이라고 생각해.)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고 단 두 명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니…….
어떤 의미로 황제는 축복받긴 했군요.
어떤 일을 해도,
사람을 죽이고, 재앙으로 등극해도 끝내 좋아해줄 두 명은 언제나 남을 테니.
……단 하루만,
하루 말미만 주세요. 아니,
하루를 반으로 나눈 시간만, 그것보다도 더 짧아도 됩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표정은 단단하거나 차가운 것이 아닌 평소의 그대로.) 에헤이, 그 정도 시간 하나 내게 못 주겠습니까, 그렇죠?
이틀에서 단 몇 시간 뿐인데.
팔라딘:나도 생각이란 건 하고 산다고요. 아시죠? (키득댄다.)
어때, 괜찮습니까?
에덴 로렌스:...폐하께서도 아셔야 할 텐데. 폐하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내일 오전.
오전..., 왕성 입구 쪽에서 기다리겠네.
그 전까지는 답을 내려줄 수 있겠나?
그 정도면 됩니다.
그럼, 물러나 보겠습니다.
(당신을 스쳐 지나가려다가,) 아. 맞아.
방금으로 저희, 엄~청 깊은 사이가 된 것 같으니, 공공연한 비밀 하나만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늘 그 이를 구하고 싶어했어요.
팔라딘:말 해줘서 고맙단 뜻이죠~ 가겠습니다~ (손 흔든다.)
마주 손 흔드는 에덴의 모습과 함께 종교구역의 문이 닫힙니다.
(가볍게 문 열고 들어간다.)
여어, 안 주무십니까. 저랑 비밀 얘기 하시겠습니까?
좋아하는 호위기사 있으십니까?
레베카 로렌스:...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데.
이정도면 널 그냥 들여보내주는 경비병들을 싹 다 베어야 할까....
그 경비병들을 베면 저도 그냥 기사 때려치고 안빈낙도 하러 낙향하겠습니다, 예.
나만큼 멋진 호위기사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잘 생각하세요.
레베카 로렌스:(이제 슬슬 상대해주기 귀찮아서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 있음.) ...괜찮아.
무슨 상관이야....
(상처받은 소년처럼 훌쩍. 훌쩍훌쩍. 입으로 훌쩍 소리 낸다.)
이잉~ 폐하~ 사실 저 없으면 안되시잖습니까~
난 폐하 없음 안 되는데~
(대충 훌쩍거리는 체는 관두고.)
악몽이에요?
레베카 로렌스:세상에서 내가 없어도 제일 잘 살 거 같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네.
... ... .... (악몽이냐는 말에 어떻게 알았지 싶어서 눈을 뜬다.)
... ... ...아닌데.
팔라딘:침묵이 깁니다, 폐하. (살짝, 놀리는 듯한 말투가 얹어지긴 했는데.)
옛 동화에 악몽은 요정의 장난이라고들 했는데.
요정이 간밤에 왔다갔을지도 모르죠.
(평소의 그 깐죽거림보다는 살짝 느릿한 목소리.) 아니라고 하니 길게 말하지는 않겠는데,
예에전에, 그러니까. 어쩌면 계절도 몰랐던 아주 예전에, (일부러 모호하게 말했다.)
배고프고 나쁜 꿈을 꿨을 땐 혼자였어서 더 서러웠던 것 같거든요.
팔라딘:나쁜 꿈을 꾸었다면 말해주시길. 그거, 서러운 게 진짜 장난 아니어서 다 죽여버리고 싶고 그래요. (헉, 진짠가?)
레베카 로렌스:...어쩌라고. 나쁜 꿈 꿨을 때 혼자 있지말라고?
오늘 핑계는 그거야?
하루하루 핑계 쥐어짜느라 머리 아픈데 그 노고를 알아주시니 기쁘지 그지 없답니다. (상냥하다.)
레베카 로렌스:...내가 악몽 꾸고, 서러워서,
널 죽이면 어떡하게.
저 튼튼해서 잘 안 죽어요.
폐하의 칼질 한 번에 죽으면 호위기사를 못 하죠. ㅡ아, 지당하신 명령이라면 이조차 뛰어넘겠지만? (무슨 학생들이 비밀 얘기하듯 조곤조곤.)
레베카 로렌스:... ... ...피곤해. 이리와. (부르고 마저 눈을 감는다.)
팔라딘:어느 정도까지? (구태여 한 마디를 보탠다. 다가가는 것을 멈추지는 않는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침대 안까지 들어가야 하는데도? (멀쩡한 표정으로 또 멀쩡하지 않은 말을 하네, 이거…….)
레베카 로렌스:... ... ... ...올 거야?
팔라딘:(괜히 슬슬 웃음이 피어오르는 걸 가만 둔다.)
감사합니다.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가,)
(털썩, 쓰러지듯 모로 누웠다가,)
(결국 서로는 서로의 얼굴이 똑바로 보이는 자리에 위치한다. 그랬을 것이다…….) 이러는 것도 오랜만이지.
예에전에, 괜히 내 방에 튀어왔던 겁쟁이 아가씨. 그 때는 그런 아가씨께서 위대한 옥좌에 앉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레베카 로렌스:... ... .... (시선을 마주하다가, 오래 마주하고 있으면 또..., 자꾸만 심장이 뛰니까. 네 품에 얼굴을 묻는다.)
아무도 몰랐을 걸....
(머리를 빗듯 쓰다듬는다.) 나도 몰랐지.
귀족집에 갔으면 갔지.
그 전에 나랑 결혼하자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무시하고. (키득댄다.)
폐하, 전 가끔 옛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팔라딘:조금씩은 기억이 흐릿해요. (피식. 웃는다.)
요새 청년 기억력 감퇴가 사회 현상이라던데, 뭐. 큰일났네…….
사라졌잖아.
나도 지나갈 걸.
에헤이, 이거 큰일날 사람이네.
지금도 조금씩은 흐릿하다며.
어떻게든.
잊지 않도록 발버둥쳐 보고 싶은데요.
폐하, 겪지 못했던 겨울이 가끔씩 끔찍하게 밀려 닥쳐옵니다.
그런데 더 가끔씩,
겪어보지 못한 눈보라 속에서 나랑 눈 마주쳤던 공주님이 떠오르고요.
팔라딘:……진짜 겨울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가끔 들더라고. (여전히 손은 상대방의 머리 위에. 토닥토닥, 으로 바뀐 손길.)
레베카 로렌스:...잊어버리면 겪어보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잖아.
잊어버려.
없었던 일로 해.
그러면 좋겠습니까?
행여 폐하만 모든 걸 기억한다거나. 그런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나는 건가. 그건 좀,
슬픈 일 같은데…….
... ... ...그럴 거야?
팔라딘:명령 불복종으로 시장거리에 목만 걸릴까요? (농담.)
사람 기억을 멋대로 주무르기는 쉽지 않죠.
세상을 뒤집는 일도.
명 받으면 오랜 시간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성공할지는 장담 못 드리겠는데.
죽기 직전까지 안 될지도 모릅니다.
레베카 로렌스:... ... ...그럼 됐어, 의미 없네.
맨날 제대로 말 듣는 게 하나 없지... ... ....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라고 하면 그 때부터 코끼리 생각밖에 안 나는 거 아닙니까?
잊으라, 고 하면 잊지 위해서 계속 생각을 되살릴 수 밖에 없지요.
끔찍한 순환 아닙니까. (잠깐 힘주어 안는다.)
그래,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라볼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편하게.
……정말, 그 어떤 근심도, 어떤 걱정도 하지 말고.
(눈을 감지 않는다. 대신에 침묵. 짧은 침묵 후에만 느릿하게 입을 뗀다.)
가끔 그런 생각을 했어…….
팔라딘:그냥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이렇게,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를 꽉 껴안고,
질펀하게 뒹굴어도 별 걱정 안 해도 되는 날 같은 거.
상상만으로 철창에 가거나 목이 떨어지진 않겠죠? (피식 웃어버린다.)
아니, 입 밖으로 냈으니 이제 글렀나?
레베카 로렌스:(팔을 네 목에 매달리듯 두른다. 얼굴은 보여주기 싫어. 여전히 네 품에 고개를 묻은 채로 팔에 힘을 준다.)
... ... ...다른 여자랑 해.
이제 할 수 있잖아.
욕구불만이라서 싫어요?
말했잖습니까. 서약은 결혼식 같은 거라고. (키득키득 웃는다. 꼭, 껴안고 있네. 바라보다가 우리 위로 흰 이불을 확, 뒤집어씌운다.)
이거 봐, 꼭 베일 같지.
결혼한 몸이라 그거 안 되겠네요~ 유감.
내가 없으면?
팔라딘:그럼 모실 이 없고 맺어질 이 없는 거죠.
다행히도 이 세계는 사별한 남자를 높게 쳐주지도 않고요.
레베카 로렌스:... ...싫다, 그거. (정말 싫은가? 팔에 힘을 준 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데.)
(무언가 계속 걸렸던 걸 뱉어낸다. 효과도 좋은 치료법이지.)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 가끔, 그리고 많이 생각해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쌓아올린 죄는 깊습니다.
하지만,
그냥.
그냥 대답해 주세요.
돌아가고 싶어요?
레베카 로렌스:(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그냥. ...어려운 일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무언가를 늘 쉴 새 없이 생각 해왔는데....)
(어렸을 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텐데, 똑같은 일을 할 게 뻔하고, 똑같이 후회할 텐데.)
... ... ...돌아갈래.... (하지만 그 때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너랑 내가 있잖아.)
네, 알았습니다.
……힘들겠지만, 기억해 주셨으면 하고.
그 대답을 했던 마음과,
누군가는 그 마음을 구하고 싶어했다는 사실 정도는.
(쓸데 없는 사족이 나간다.)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고?
누구랑 다르게 바보 아니라서.
누구보다 총명했던 아가씨.
(아가씨라고 했다. 폐하가 아니라.)
안녕히 주무세요.
레베카 로렌스:... ... ... ...잘 자.
레베카는 아침부터 팔라딘을 무시하고 침실을 나갔고요...,
먹고 버린다는 거…….
(손 탁탁 턴다.)
내일 되면 바빠질 테니 오늘 부지런히 놀아 두자~ (옷매무새 슥슥 만짐.)
(배도 고프니까 외출! 시장 상가로 간다.)
상인들이 모여 시장 거리를 형성한 곳 입니다.
번영이 시작되는 장소로, 가장 먼저 아침이 시작되고 가장 늦게 밤이 끝나는 장소입니다.
물건 값을 흥정하는 소리와 호객 행위를 하는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걷다 보면 이곳의 건축 양식도 성과 시계탑의 형태와 비슷합니다.
아래로 온천수가 흐르는지 걷다보면 더운 느낌도 납니다.
사람들의 복장 역시 솜이 들어있는 털 옷이 대다수이며, 그들도 더운지 옷을 반쯤은 헐벗고 있습니다.
파블 사람들 외에도 외국인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이질적인 외국어로, 그들은 파블어로 말하지 않습니다.
팔라딘:오케이... 내가 수업시간에 안 잤는지 한 번 보자.
교육기준치: | 50/25/10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어유 잘 잤다.
(잘 안 들리는 소리는 그냥 시끌시끌한 소리로 치부한다.)
(저벅저벅 걸어가서 사과나 하나 산다.) 이거 얼마입니까?
(동전 세 개 쥐여준다.)
제가 무식해서요~ 외국 말을 몰라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그러니까... (교육 실패한 사람처럼...)
외국인 상인:그럼 남의 나라에 물건 팔러 와서 외국어도 못하겠나?
팔라딘:Where are you from? 어 진짜 잘하네.
(외국어 때려친다.)
아유~ 거 외국어 못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어디 사람이신데요? (사과 한 입이나 먹는다.)
아니 그래, 당신 이 나라 사람이지? 뭣 좀 물어보자.
이 나라는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외국인 상인:분명
겨울의 나라라고 들었는데.... 겨울 옷감들만 가지고 왔다가 전부 망하고 돌아가게 생겼다니까!
아이고~ 안 됐어요.
그래서 겨울 옷감은 잘 파셨나 본데?
(사람들 가리키고, 자기 옷도 가리킨다.)
여기 사람들 겨울 옷 되게 좋아하거든요?
외국인 상인:그건..., 그래 보이더만! 이 나라 사람들은 미쳤는지 이 더운 여름 날씨에도 털 옷감이라면 눈을 뒤집어가며 사려고 달려든다니까?
내가 팔다 팔다 너무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그제서야 엥? 내가 이걸 왜 사지? 미쳤나? 하면서 내려놓고 그냥 가! 그 뒤로 손님이 싹 끊기긴 했지만....
어떻게 잘 팔아보면 단단히 챙겨갈 수 있겠지!
그런데 그렇게 뒤통수 치고 그러시면 벌 받아요 나중에~
사과가 동전 세 개인 게 말이 되냐?
(빙글빙글 웃으면서 다 먹은 사과 대 휙 어딘가로 던진다...) 거 앞으론 조심히 장사하시죠.
나중에 오실 땐 여름 옷 좀 많이 들고오세요. 나라에 없으니까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예예. (어깨 둘러메고 친한 척 함.)
외국인 상인:당신이 살 때 뭐라 안 했잖나. 가격에 불만 있으면 진작 말하던가. (심기불편.)
다음에 올 때는 여름 옷감 가지고 올 걸세. 이 나라 사람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얇은 천으로 옷 지어입는 방법을 모르더라니까?
거기다가 사람들 좀 봐, 전부 창백한게…. 꼭 햇빛 못 받고 큰 사람들 같지 않나? 배 타고 온 우리도 그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피부가 탔는데!
팔라딘:아무래도 그렇죠~ oO(아무래도 그렇겠지! 젠장!)
제 얼굴도 좀 하얗지 않아요? (꽃받침 하고 싱긋 웃음.)
이 정도의 꽃미남은 여름 남자가 아니라 겨울 남자였어도 인기였을 텐데~
이제 곧 여름에 다들 익숙해질 겁니다. 걱정 마시고 여름 상품들 팍팍 챙겨서 오세요.
외국인 상인:아니..., 딱히 그런 것 같진 않은데. (냉정한 취향.)
외국인 상인:(휙..., 살펴보다가,) 흠..., 당신 옷을 보니까 좀... 왕가 쪽에 연이 있나? 그럼 그 이야기도 아나?
외국인 상인:파블 왕가에 내려오는 고서적말일세. 그거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온종일 장터를 다 돌아다녔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니까....
oO(들어갈 때 진짜 힘들게 들어갔던 것 같은데 심지어.)
아~ 아. 고서적 말씀이십니까~ 예~ (시침 뚝 떼고 들음.)
외국인 상인:왜, 왕가에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위급할때 보랍시고 만들어둔 금서라고 했던가? 그게 이단들의 책이라던데….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법이 적혀있다더군!
진짜로 있는 건가? 그거.
팔라딘:oO(내가 생각했던
그거는 아닌데 어쨌든 맞긴 하네)
아~
그런 소문이 돕니까?
세상에나~ 소원이 그렇게 뿅! 하고 이뤄진다면 아무도 일 안 하고 살 걸요? (꺄르르 웃으면서 옆구리 찌른다.)
외국인 상인:아이고!!! 사람을 찌르면 냅다 어떡하나!!!
하긴..., 그런게 진짜 있었으면 1왕녀였나? 그 사람이 진즉 썼겠지. 미친왕을 죽여달라고.
(쿡쿡쿡. 찌르다가.) 우리 폐하의 위상이 참으로 드넓어서 그 쪽까지 소문이 쫙~ 퍼졌나 봅니다.
하여튼 그 책은 왜 찾으시는데?
찾아서 팔려고? (턱 괴고 봄.)
외국인 상인:상인이 왜 찾겠나? 찾으면 팔아야지.
그리고 정보도 돈이 되지 않겠는가?
oO(근력 판정도 성공해야 돼)
으흠~
그렇군요~
아~ 죄송하지만. 책만 보면 3초 내에 잠들어갖고.
고서적 소문엔 도움이 안 되겠습니다. 미안해요, 형씨?
외국인 상인:그래보이네. 딱히 기대는 안 했어.
(상인은 속아넘어가긴 했지만 유쾌하진 않다. 나 진짜 책 안 볼 거 같이 생겼어?)
어허~ 책 잘 안 보고 사는 건 사실인데 말야.
인텔리해 보이지 않나? 그래보인다니. 뭔 소리야, 이게.
외국인 상인:...좀 책과는 멀리 할 거 같고, 대충 무력으로 해결보면 안 되냐고 할 거 같은 그런 인상이네만?
어떻게 알았어?
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동전 세 개 값 정도의 사과를 추가로 멋대로 가져가서 아삭, 씹음.)
외국인 상인:내 사과!!! (눈물 찔끔....)
팔라딘:제 값 치렀다고 생각해. 어우, 달다.
외국인 상인:상인 일 하면서 내게 복을 줄 사람인지, 해를 끼칠 사람인지는 인상으로 보고 판단할 줄 알아야지....
나가.
이 복덩이 걷어차면 평생 후회한다?
(사과 하나 마지막으로 입에 꽉, 깨물고 아삭!)
(상인한테 손 흔들어준다. 어슬렁어슬렁~)
아! 맞아. 내일은 제법 시끄러울 거고, 도성에 사람 많이 모일 테니까 참고하고~
(시장 잘 빠져나간다. 아~ 오늘따라 시간이 안 지나간단 말야.)
(시계탑도 슬쩍 들른다. 시곗바늘이 정오를 지날 때라~)
시계탑 앞에 도착하면 뾰족한 형태로 높게 솟은 첨탑과 거대한 종, 시계가 보입니다.
눈에 띄는 것으로는
계단
,
난간
,
지붕
그리고
벽
`이 보입니다.
(들어가기 전이니까 벽이 보인다. 벽 빠안.)
벽을 손으로 만져보면, 안에 온수로 난방을 하는지 미미한 열기가 느껴집니다.
360일이 여름인 이 더운 나라에서, 굳이 난방 설비를 할 필요는 없죠?
지난 겨울 뜨끈~하게 잘 지냈겠네.
(높게 솟은 지붕도 본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면 고딕 양식의 높게 솟은 첨탑이 눈에 띕니다.
극단적인 경사를 자랑하는 첨탑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자면, 왜 시계탑을 이렇게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종교구역이 아니니 굳이 하늘에 가깝게 디자인할 필요가 없었을텐데…….
눈 쌓이면 무겁걸랑. (어구, 뾰족해. 계단 올라가야 되니까 계단부터 본다.)
계단을 통해서만 시계탑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계단 간의 높이가 꽤 높은 편 입니다.
그러나 파블이 여름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비를 흘려보내기 위한 배수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난간 꽉 잡는다. 난간 본당.)
그러나 손잡이 부분이 굉장히 뾰족한 편이며, 난간을 따라 물이 흐를 수 있는 라인을 발견합니다.
손가락으로 더듬어보면, 이것은 배수 역할이라기 보다는 녹은 물을 이동시키는 용도로 건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가워?
(갸웃...)
헛, 뜨거. (말 정정하고 다시 난간 잡고 계단 오른다. 자자. 내부 들어가자. 고고.)
시계탑의 안으로 들어가면 음울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 도끼를 휘두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맞을 뻔했네. 안녕하십니까. 도끼질이 날렵하신데요?
나무라도 베는 연습을 하고 계시는 건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한다.) 에구머니, 기사님 아니십니까? 이런 곳에서 만나뵙다니 영광입니다!
나무 베는 연습을 하는 건 아니고! 제게 꿈이 있어서 그럽니다!
팔라딘:아유, 뭘 그렇게 허리까지 숙이시고. 편하게,
편하게 있으세요.
(손사래 휙휙.) 꿈? 어느 꿈인데?
처형 희망자:제 꿈은 오직 그 미친놈의 목을 직접 베는 것 입니다! 연습도 부지런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절대로 한번에 끝내지 않을 것 입니다. 그 악랄하게 미친놈은 목을 열 번은 쳐서 죽여야 분이 풀려요!
아~
그런 설정이시구나.
도성의 모든 사람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고 계시잖습니까. 황제는. (웃으면서 도끼 땡그랑... 떨군 거 주워서 날 살펴보고 있음.)
목 베는 건 어, 그러니까~
흠.
팔라딘:좀 힘들거든요. 이게 생각보다 한 번에 쓱! (도끼 쥔 손 허공에 가른다.)
잘라지지가 않는다는데. 엄청난 숙련도가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처형 희망자 손에 쥐여줌. 상냥함.)
처형 희망자:(감동....) 하지만 이렇게 연습을 하는데도 안 될까요?!
어차피 그런 놈은 목을 베서 죽이는 것도 사치에요! 돌을 맞아 죽게 해야지...
그래서 말인데, 기사님께서 에덴 경에게 부탁을 드리면 안되겠습니까? 제가 그 레베카 놈을 끝장낼 수 있게요!
(은은하게 웃는다...) 아이고,
그걸 그렇게 바라신다면,
흠, 저랑 한 번 에덴 님 같이 만나러 안 가시겠어요?
(어깨에 손 두르고 익숙하게 친한 척 함.) 마침 곧 만나야 하거든?
약속이 있어서~ 직접 부탁하는 건 어떱니까?
처형 희망자:예?! 저 같은 미천한 신분이 어떻게 에덴 경을 직접 만나겠습니까! 어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심지어 에덴 경은 곧 폐하가 되실 것 아닙니까! 내친김에 당장 오늘부터 에덴 경을 폐하라고 불러야겠습니다! 나중에 실수가 없게요!
성실하시군요!
하지만 아직까진 황제가 건재하니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연습해두도록 하죠.
(어깨 툭툭 치면서 위로해준다.) 세상이 각박하잖습니까, 예.
처형 희망자:...역시 이 나라에 레베카같은 미친왕이 들어선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에덴경과 기사님께서 계신 것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역사가 기사님과 에덴경의 이름을 기억할 것 입니다.
역시 기사님이..., 에덴 경..., 아니 폐하..., ...흠, 에덴 폐하! 께 부탁을 드리면 안 되겠지요? 어려운..., 부탁이겠죠?! 제가 꼭 레베카 그 놈을 끝장내고 싶은데!
팔라딘:얘기는 해볼게요, 예! …그런데 잘 될지는 모르겠네.
oO(당장 내일이고 내가 베는데.)
아니면 내가 에덴 님께 부탁해 놓을 테니,
한 번 직접 만나 보십쇼. 에덴 님은 미천함, 고귀함, 같은 것을 신경 쓰는 분은 아니니까. (에덴에게 토스했다. 이 녀석!)
처형 희망자:아, 그렇게까지 해주시면 영광입니다! 저는 언제든 시계탑에 있을 테니 시간 나실 때 저를 찾아와주시거나..., 아니면 사람을 시켜서 저를 오라고 부르시면 된다고요!
그런데, 내일이 당장 처형이니..., 안 될 수도 있긴 하겠네요.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에덴경이 얼마나 준비가 철저하신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기사님께서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아 왜, 시계탑 지하에서 이어지는 비밀 통로 있지 않습니까. 저기 북문까지 쭉 이어지는 그거요. 그 아래에 에덴경께서 기름이랑 화약... 같은 것들을 사 모으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미친왕에게 뭐라고 조언하셨는지 왕이 제 사비로 사들이게끔 하셨답니다!
뭐 이 나라에 그 미친왕을 옹호할 사람은 더 이상 없겠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내전에 대비한 것이겠죠? 그 정도로 기름같은걸 사모으셨으면, 싹 다 불질러서 죽여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팔라딘:(아, 그러시구나~ 하고 듣다가...)
?
(에덴이 왕을 시켜서 사모으고 있는 거라고? 그 지하에 있는 것들이?)
아,
어,
그래? 그렇단 말이지?
팔라딘:세상에, 지하에 폭탄이 숨어 있군요. 말 그대로! 발 밑을 조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어깨 툭툭 치면서 나간다.)
에덴님께서 오지 않는다고 해서 상심하지도 마십쇼. 최근에 정말,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 같아서. 자! 그럼 가보겠습니다.
더 이야기할 것이 있으시다면 기사단을 통해 전해 주세요!
처형 희망자:네! 만나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대강 시간을 다 때우면 마지막으로 안 먹은 사과 하나 공중에 휙~)
(던졌다 받으면서 왕성 입구로 향한다.)
좀처럼 종교구역에서 나오는 일이 없던 에덴이 왕성의 입구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팔라딘을 은밀하게 불러 세웁니다.
에덴 로렌스:... ... ...이쪽에 가만히 서있으면 눈에 띌 테니, 북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이야기 하도록 할까.
(한 입 먹더니... 불쑥.)
드시겠습니까?
(한 입 더 먹고 걷는다.)
세상이 뒤집히기까지 남은 시일이라봐야 고작 하루입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존의 소리들 속에는 어떤 긴장도, 위기감도 없어지면 시선이 맞부딪히는 매순간마다 서로가 때가 임박했음을 확신합니다.
내일 정오, 태양이 시계탑을 가로지르는 순간 폭군 레베카의 목을 베어 이 번영한 나라에 영원한 안녕을 가지고 올 것 입니다.
오직 그것만이, 이 나라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에덴 로렌스:... ... ...그래. 이제 답은, 결정했는가?
그 전에,
하나만 더 묻죠.
결심에 쐐기를 박거나, 혹은 돌릴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니까.
잘 들어두십쇼.
저의 검이 어디를 향해있는지는 익히 아시죠. 그럼ㅡ
팔라딘:ㅡ귀하의 검은 어디를 향해 있습니까? (빤히 바라본다.)
아, 이건 어렵다. 그러니까~, 좀 더 쉬운 얘기로 해보죠.
신념이 발하는 곳이 어딥니까?
에덴 로렌스:...나의 검은, 나의 신념은....
내가 생각하는 옳은 길을 위해서.
...그 뿐이네.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도, 레베카 님을 구하고 싶은 것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이 그렇게 덧없이 져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네. 설령 그 사람이 폭군이 되어 나라를 휘두른다고 할지라도....
(말을 고르는 듯 한참을 느릿하게 걷다가,)
요컨대,
여자아이를 지키느냐, 세계를 구하느냐, 에서,
둘을 전부 선택하는 이야기네요.
물론 그 여자애가 세계를 구해놓고, 그 세계를 보기 싫어하고, 또 벗어나고 싶어하기는 하는데.
그러면,
정말로 둘 다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신 있어요?
자네가 도와준다고 한다면.
...처형 직전, 이목을 끄는 건 내가 하겠네. 화약과 기름을 이용하면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에덴 로렌스:(고개를 끄덕인다.) 봤을 거라고 생각했네. 그걸 이용할 걸세.
이목을 끌어서 레베카 님과 자네가 도망가면 그 이후에는... ... ..., 다른 이의 시신을 레베카 님으로 둔갑시키든, 다른 방법을 쓰든. 나라를 안정 시키는 건 내가 하겠네.
그것은 나에게 맡기게나. 기사란 족속들이 본래 말재주가 없겠지만, 나는 다르지 않겠는가?
나도 기산데?
(키득댄다.) 농~담. 아~…….
이봐, 꼬맹이 공주님. (불경하다. 격이 없어도 너무 격이 없다. 그러니까, 음, 옛날 같을지도 모르겠고.)
누굴 닮아서 그렇게 욕심이 많아? (볼 쭈욱!)
에덴 로렌스:...! (손 탁 침.) 불경하네!
나도 이제 다 컸는데 어린애를 대하듯 굴면 안 되네!
팔라딘:하 씁. 죄송합니다~. (안 죄송해 보임.)
하지만 내 눈엔 어린 앱니다. 치기 어리고,
욕심 많고,
무엇 하나 포기하려 들지를 않고.
아~……. 좀 자존심 상하네? (뒤통수에 손 깍지 끼고 걷는다.)
나이 아주 쪼~끔 더 먹었다고 이 치기를 잊어먹고 있었다니.
팔라딘:(툭, 툭, 툭.) ……많이 컸어, 진짜.
에덴 로렌스:...욕심이 많다니. 포기할 수 있는 건 적당히 포기하는 법을 배웠네. 그걸 욕심이 많다고 할 수는 없지. 레베카 님을 살리는 것 또한 자네가 없었으면 포기했을 테니. 나에게는 레베카 님을 살릴 수 있는 방도가 없으니까.
... ... ...레베카 님을, ...구해주겠는가?
팔라딘:(거사를 앞둔 사람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장난스러운 얼굴이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명예,
신뢰,
지위,
……그리고 돈?
………아마도 여자 관계? - 아, 이건 정리했나.
팔라딘:그런 걸 다 내버리고, 평생 손가락질당하며 한 사람만을 구해서 도망가는 일을,
그리고 멀~리서나마 이 나라의 명운을 빌 수 밖에 없는 큰 일을,
(마지막 사과 한 입 먹는다.) 받아들여보죠.
요컨대 공동 작업이란 겁니다. (아, 이건 좀 바람 같은데. 라며 말을 고친다.)
난 여자아이를 구할 테니까,
그 쪽은 나라를 구해보라고.
에덴 로렌스:... ... ...그래, 잘 부탁하네.
그래도, ... ... ...역시 이건 어려운 일이니까. 내일 검을 차는 방향으로 내게 확실히 알려주면 좋겠네.
진정으로 자네가 레베카님을 모시고 파블을 빠져나가겠다면... 검을 오른쪽에 차 주시게. 마음이 바뀌어 반드시 그 분의 목을 베어야겠다면... 검을 왼쪽에 차고 오게나.
팔라딘: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면 쪽팔리지만.
그건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러면, (팔 벌려서 한 번 두 번, 성큼성큼 뛰어가서,)
(꽉 껴안고 한 바퀴 빙그르르! 돌려준다.) 이걸로 내일이면 영원한 이별!
기사도 문학에 걸맞는,
손잡고 도망친 두 남녀와 그 남녀를 혼자서만 기억하는 왕녀 하나.
팔라딘:뭐, 멋지게, 낭만적으로 장식해 보죠. (다시 땅으로 에덴 내려놔준다. 그리고,)
(예의바르게 인사한다.) 미리 작별의 인사를.
고마워요!
영원히 만나지 맙시다, 에덴 님. (내일 빼고. 라는 듯이 윙크 같은 거나 얹어 준다.)
에덴 로렌스:아니...! 어린애 보듯이 보지말라니까! 나참!
... ... ...그래! 다신 보지말자고!
……보고 싶을 거예요.
에덴 로렌스:난 레베카 님을 데려간 한량 기사 따위는 안 보고 싶을 거네만.
...어쨌든 오늘은 나를 종교구역까지 와서 만나러 올 필요 없네.
나 대신, ...그렇지, 폐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으니... 지금 알현실로 가신들이 부름을 받아 들어있네.
...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레베카 님의 곁을 지켜주시게나.
팔라딘:…솔직히 불길한 예감밖에 안 들어! (솔직하다.)
좋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이크, 나도 빠르게 가야겠다. 해가 뜬 위치 가늠한다.)
죽지 말자고요.
햇살이 스미지 않는 겨울이 내린 복도를 뛰듯이 걸어가면, 멀리서부터 분노한 레베카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소리를 지르고, 웃음을 터트렸다가 화를 내뱉는 목소리입니다.
진짜 불길하다 못해,
……큰일인데? (빠르게 뛰어가서 문을 박찬다.)
내일이면, 목이 베여 떨어질지도 모르는 이 찬란한 제국의 왕.
전혀 다른 공간인 것 처럼 매섭게 닫힌 알현실의 문을 밀어 열면 일렬로 늘어선 가신들과, 가운데 칼을 맞아 죽은 가신 한 명이 시선을 잡아 끕니다.
목소리가 마치 세상의 끝에 부딪혀 깨지는 듯 합니다.
견고하게 느껴지는 정적을 가르고 들어선 기사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날카롭습니다.
하나의 생명이 죽어 나간 장소에, 또 다른 생명이 들어오는 것.
순환 오류처럼 돌아가는 상황이 묵직하게 파도가 치듯 팔라딘에게로, 레베카에게로 밀려듭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팔라딘을 발견한 미친왕의 입매가 묘하게 뒤틀립니다.
(웃어주면 같이 웃는다. 뭘 웃어?)
비웃음이 분명한 것을 만연하게 머금은 레베카는 팔라딘을 향해 턱짓하더니, 천천히 바닥부터 훑어 올라 우두커니 서 있는 가신들을 바라봅니다.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의 시선을 닮은 그것 안에서, 무언가 유리알처럼 반질거리는 듯 합니다.
그 눈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시야가 팔라딘의 시선 안에서 자그맣게 몸을 뒤틀었습니다.
레베카 로렌스:마침 그대들이 헐뜯던 자가 직접 행차하질 않았나? 다들 입이 붙었는지... 왜 갑자기들 말이 없을까?
내가 친히 그대들의 입을 찢어주면 될까....
레베카가 그렇게 말하고나면, 드러워진 침묵이 더 단단하게 몸집을 불립니다.
바닥을 융단 대신 붉게 물들이는 핏자국이 선연합니다.
왕좌에 앉은 레베카의 웃음도 그처럼 붉게 물들어 다정하게 번집니다.
수십 수백의 목숨을 가볍게 으깨어 놓은, 고귀한 왕좌의 주인.
가신:폐하, 그러나 기사 팔라딘경께서 수도에 떠도는 반역의 무리들을 통솔하는 자임은 분명합니다. 당장 저잣거리에만 나가보셔도 들으실 수 있는 것을, 어찌 모른체 하십니까?
(어허. 이 말 왜 안 나오나 싶었네.)
(앞팔짱 끼고 비딱하게 선다.)
레베카 로렌스:그럼 그대는 내가 직접 서임을 받은 나의 기사가 내 목을 칠 자객이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가신:것은... 폐하. 팔라딘경께서 호위기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폐하의 안위를 위협하는 자입니다.
레베카 로렌스:허면 그대의 말은 나더러, 나의 기사를 죽여 성 문에 걸어두라는 소리인가?
레베카와 가신들은 팔라딘을 앞에 세워두고 그런 말들을 주고 받습니다.
레베카 로렌스:...그래 그럼, 당사자한테 직접 물을까....
대답해봐.
내 목을 칠 예정인가?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자, 모든 것을 끝낼 자리입니다.
와, 지독하다, 진짜…….
(태평한 목소리다.)
여러분 모두의 의사에 달려 있죠.
지금 당장 내 목을 뎅강, 치고 싶다면 "네. 내일 주군이 되는 자의 목을 베겠습니다." 라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놓아 두고 싶다? 그러면 "설마! 그럴 리가요!"
흠, 흠. 역시 모두의 인기인인가 싶었더니 나도 정적이라는 게 생겼나~ (한 바퀴 돌아본다.)
그래서. 절 제거하고 싶으십니까, 아닙니까?
대답 좀 해 보죠? 입이 많은데,
왜 다들 말을 안 하고 계시지?
세상이 아낌없이 팔라딘의 위로 쏟아지는 듯 하더니, 레베카의 웃음소리에 흩어져 사라집니다.
레베카는 여전히 왕좌에 고압적인 태도로 다리를 꼬고 앉아 팔라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듣고있자니 가소로워서, 원...
레베카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휘휘 흔듭니다.
팔라딘:(어깨 으쓱... 하고 시체를 바라본다...)
(안 보는 사이에 묵념이나 해 주고 둘러메고... 퇴청하자. 어유, 왜 이렇게 삶이 힘들지.)
... ... ...아니 조금 후부터.
화원에서 기다려.
...너 말이야.
분부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걸어간다.)
(죽은 자는 죽은 자대로 돌려 보내고...)
(화원으로 간다.)
복도를 밟아드는 고요한 걸음소리 끝에 허리춤에 찬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섞여들어갑니다.
팔라딘이 화원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레베카가 화원으로 들어옵니다.
레베카는 왕관을 쓰고, 망토까지 모두 두른 정복 차림입니다.
허 씁.
(침 닦는다.)
……?
………………………?
폐하. (눈 깜박.)
왜 불러?
팔라딘:… (눈을 비빈다. 희미한 은빛에, 살짝씩 금속 재질이 비치고...)
꿈인가…….
오후에 온 것 같은데 왜 밤이지?
왜 정복을 전부 갖췄지? 최근엔 입은 적이 없는데……. (왔다갔다, 왔다갔다……. 하다가.)
폐하. 긴히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레베카 로렌스:... ... .... (꿈인 줄 아나?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나? 계속 꿈인 채로 둬도 되나?)
... ... ...응. 뭔데? (꿈인 채로 놔둬야지. 그대로 네게 걸어가서 꾹 안긴다.)
팔라딘:이거 꿈인지 아닌지 몰라서, 뺨 좀ㅡ (여기에서 안겼다. 말 못 잇는다.)
(막힌 게 맞다.)
ㅡ이야……. 대담한데. 대담해졌는데. (중얼.)
(꿈이고 생시고 뭐 어떠랴…….) 아뇨, 뺨 좀 쳐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분위기 깰 것 같으니까.
부탁은 전언 철회.
부르신 이유는? (껴안은 채로 쓰다듬는다. 옳지, 옳지.)
일어나면 전부 깰 거야.
...응, 괜찮아.
... ... ... ...보고싶어서?
팔라딘:(웃는다.) 이렇게 정복까지 전~부 갖추고 와서?
에이, 난 생시였으면 좋겠는데.
꿈이라고 치고 말이나 놓자. 아~,
격식 같은 건 진짜 안 맞는단 말이지.
(숨 크게 들이쉬고,)
우리 폐하께선 말야,
그런데 오늘은 대체 무슨 심정이셨을까?
죽여줄 거야?
계속 말해왔긴 했었지.
그런데 말야……. (껴안은 채로 볼에 손이 간다. 희미한 빛을 따라 손이 볼을 쓰다듬는다…….)
…진짜로 목숨을 내던지고 싶어?
레베카 로렌스:...그러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준다고 했잖아....
마지막엔 충성스럽게 굴어준다고 했잖아....
(별 말을 다 했네. 피식피식 웃는다. 말 같은 거 그래서 함부로 하는 거 아니랬는데.)
쓸 데 없이 기억력이 좋아.
아니면 뭐,
내가 한 말은 저언부 기억해 주는건가? 이야, 그건 또 영광인데.
레베카 로렌스:... ... ...이제 지치니까 그만할래. (눈을 감고 네 손에 기댄다.)
네 생각하는 거....
…응, 생각하지 마.
많이 애썼지?
많이 힘냈어.
조금 바보인 것 치고는 엄청 열심히 일했잖아?
슬슬 은퇴할 때 되셨지. 노후 계획은 세워 두셨어요?
레베카 로렌스:... ... ... ...왜 세워둬?
...네가 있잖아... ... ....
... ... ...살아있으면 계속 네 생각을 해.
그러니까 그만하게 해줘.
(진짜로 죽고 싶어했을 줄은. 이 말은 뒤로 삼키고, 대신.)
뭐지, 역시 젊은 나이에 사별해서 네 생각만 하라는 건가……. 역시,
폐하께서는 욕심이 많아.
자기는 모든 고민을 훌훌, 털고. 나한테 모~든 걸 맡겨두고 떠나시려는 거지.
……있잖아요.
레베카 로렌스:...다른 여자 만나... ... ....
나한테 매여있지마.
내가 죽어도 네가 나한테 매여있으면 그건,
... ... ...진짜 싫은 것 같아.
... ... ... ...미안하다고도 하지마....
... ... ...내가 너한테 더 무거워지게 만들지 마....
(안겨있는 채로, 번쩍! 든다.)
이렇게 가벼운데?
좀 먹어.
운동 신경이 둔해. 폐하는.
레베카 로렌스:... ... ...그 얘기가 아니잖아.
바보 아냐?
더 말랐어.
어렸을 땐 그래도 삼시세끼 다 먹었는데.
(그 상태에서 손목 만지작대다가 툭, 놓는다. 품에 안고 화원 여기저기를 걸어다닌다.)
난 요새도 잘 먹어.
피비린내가 나도,
네가 화를 내도 삼시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거든?
그런데 네가 못 먹으면 어떡해. (피식댄다.)
ㅡ아가씨께서 일궈낸 풍요인데.
레베카 로렌스:... ... ...적당히 먹을만큼 먹어. (숨을 내뱉었다가 너를 꾹 끌어안는다. 네가 떨어트리지 않을 텐데,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아가씨가 아니라 폐하.
...내가 일궈낸 풍요여도, 내가... ... ...간섭할 권한이 있는 건 아니지.
내 게 아니니까....
(으쌰, 몸을 잘 받쳐준다. 응, 안 떨어트릴 건데.)
미스 로렌스.
쌀쌀맞긴. 역시 겨울에 살던 여자라서 그런가?
레베카 로렌스:... ... ...꿈이어도 폐하라고 부르라니까.
... ... ...눈 내리는 게 보고 싶어.
네 말대로 겨울에 살던 여자라서 그런가봐....
그럼,
(거리를 가늠해본다.)
걸어가는 데는 수 개월이 걸리고,
마차를 타면 몇 주가 걸릴 거고.
날아가도 똑같이 몇 주가 걸릴 텐데.
레베카 로렌스:... ... ...오늘 안에 못 보면 약속이 의미 없는데도?
뭔 당연한 소리를 해?
출발 시간은 그렇지,
내일 정오로 해 두자.
짐은 미리 싸 두는 게 좋을 걸~ 내일, 아주,
아주 많이 바쁠 테니까. 둘 다.
레베카 로렌스:... ... ...
꿈이니까, 하는 말이야?
팔라딘:좋을 대로 생각하셔. (키득거린다. 뭐가 재밌는지.)
있잖아.
너 - 라고 말하면 또 시비 걸릴 것 같네. 폐하. 그러니까, 폐하를,
나는 이 손으로 끝낼 자신이 있어. 그건 내일 내게 주어진 임무가 아니더라도,
네게 명령받은 거니까, 해야만 하지. 그런데~
음,
나 바빠서.
... ... ...하고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내일은, ... ... ...너도 알잖아.
안다기보다는 주도자가 나 아냐?
으음~, 그런데 말이죠. 아가씨. 인생이라는 게~
뜻대로 잘 안 되는 법이고 그렇죠.
괜찮아.
너랑~, 너를 제외한 모든 국민들 사이에 저울질할 것도 없지.
팔라딘:둘 다 구해내기로 계획이 갑자기 바뀌었거든.
봐주라. 나도 힘들었거든?
레베카 로렌스:... ... ...내일 내가 없으면 안돼.
당연히 너도 없으면 안돼.
...네가 여전히 내 기사면,
... ...안돼.
그럼 기사 때려치고 남편 할까?
레베카 로렌스:뭐라는 거야 진짜... ... ....
... ...너는 나의 것이 아니라, 이 찬란한 나라의 칭송받는 기사니까.
여기 남아 있어.
날 너무나,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답고 고결한 문장으로.
그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해주는 걸 다 듣네.
원래 모두를 구하려면 다소간의 희생이 필요한 법이지. 예를 들어~,
괜찮아. 뭐, ……이 앞은 미리 말하면 재미 없을 테니까,
말을 아낄 거지만.
(속삭인다.) 나랑 너 둘 즈음 없어진다고 해도,
이 나라는 무너지지 않아.
그만큼 별볼일 없어. 너도, 나도.
팔라딘:그리고 난 아가씨 거 맞아. (뻔뻔한 얼굴로 얼굴을 뗀다.)
(네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내가 싫다고 했는데. ...그만하고 싶다고. 네 생각 하는 것도, 후회하는 것도, 살아있는 것도. 지쳤는데....
... ... ... ...왜 이렇게까지 해?
팔라딘:첫째, 너를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부탁받았고.
둘째, 그건 거절하기 어려웠고.
셋째, ……나도 받아들이고 싶었거든.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연인이 도망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행방불명 됐다는 이야기,
기사도 문학 같아서 어딘가 낭만적이지 않아?
그래도 지겨우면,
그 때는 정말로 약속을 지켜줄게.
레베카 로렌스:... ... ...그런 결말은 뻔한 결말이라서 별로인데.
그리고 나 아직 너 좋다고 말 안 해줬어.
... ... ... ...있지, 내가 아직 너의 주군이야? (네 귓가에 속삭인다.)
팔라딘:답을 돌려주기 전까지 봐야겠다, 그러면.
(그리고 괜히, 목소리가 조금씩 낮아진다.)
당연하죠, 폐하.
그 때 서임했던 것을 잊을 리가 없지요, 제가…….
레베카 로렌스:... ... ...그래도 내가, 내일 나를 죽이라고 명령해도 안 들을 거지?
주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기사가 하는 일이라고.
레베카 로렌스:... ... ...응..., 그럼 나 내려놔줘. (고개를 든다. 평소와 같은 표정.)
팔라딘:(에이, 재밌었는데. 투덜대는 듯한 표정이지만 내려놓는다.)
레베카 로렌스:... ... ...그리고 이제 마지막이니까,
다시 서임 받고 싶어.
해줘....
팔라딘:(한 무릎은 세우고, 한 무릎은 꿇어 앉는 그것.)
서약을, 깰 수 없는 맹세를 바쳐보도록 하죠.
지금부터 입에 담는 모든 단어와 약속들은 전부 귀하를 위한 것이므로…….
……평생,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조금의 침묵.)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다시 생각해도 평생을 함께한단 말은 결혼 같단 말야.
아직도 생각 없어? 그 옆자리 나한테 주는 거? (살짝 올려다본다.)
팔라딘이 검을 레베카에게 주면, 그 검을 사용하여 아주 오래전에 했던 서임을 다시 합니다.
은은한 달빛이 내려앉은 가운데, 아주 오래전 겨울의 어느날을 흉내냅니다.
누군가 보면 분명 우습다고 비웃을 장면을, 이어갑니다.
칼날이 가볍게 미끄러져 팔라딘의 오른쪽 어깨를 툭 스칩니다.
날이 잘 선 검을 다루는 행동은 도저히 미친왕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달빛이 검 위로 미끄러지며, 레베카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레베카 로렌스:... ... ...그대, 아침의 영광을 등에 진 나의 팔라딘.
팔라딘이 등에 진 아침의 영광은 다시 한번 고요한 밤의 허공을 가르고 왼쪽 어깨에 내려앉습니다.
레베카 로렌스:... ... ...오늘, 사실은, ... ... ...이제 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하려했어.
나한테 더이상 매여있지 말라고 하고 싶었어.
마지막으로 명령하고 싶었어....
검은 마지막으로 느릿하게 팔라딘의 머리 위에 자리합니다.
무릎을 꿇은 시야에 모든 것들이 어지럽게 녹아듭니다.
그 해의 마지막 눈이 내리던 날, 레베카는 지금과 같은 목소리로…….
레베카 로렌스:... ... ... ... ...
깰 수 없는 맹세를 바쳐 평생 나를 사랑하기를. 팔라딘:끝까지 미련하기 짝이 없는 바보 황제님.
그건 기본 전제랍니다.
나한테, 그리고 그대를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한 번 더 속아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레베카 로렌스:... ... ... ... .... (검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나도. (그대로 너를 꼭 끌어안는다.)
팔라딘:아이고. (휘청, 하고 뒤로 넘어가는 체를 짐짓 하다가,)
(꽉 껴안고 웃는다. 뭐가 그렇게 즐겁지?)
(하여튼 원망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말 전부를 나도, 한 마디에 묻어버릴 수 있다니…….)
(진짜 무서운 여자다.) 응, 그래…….
……오늘도 같이 있을까!
레베카 로렌스:... ... ...나 오늘 밤에 바쁜데?
... ... .... (고민하다가, 네 이마에 살짝 입 맞춰준다.)
레베카 로렌스:(...그럼 입술에도 살짝.) ... ... ...이거보다 더?
이 이상은,
……모든 게 끝나고. (가볍게 눈을 감는다.)
레베카 로렌스:응.... (아직 해준다고 안 했는데 눈부터 감네, 그게 웃겨서 미미하게 미소를 띄웠다.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고 혀를 섞는다. ...잘할 자신 없는데? 조금 서투를 지도.... 눈을 꾹 감은 채로 네 목을 끌어안는다.)
(남의 것이 입 안에 가득 들어차 오는데. 이걸 처음부터, 언젠가부터 바랐던 것 같아…… 눈 오는 날 언젠가부터.)
(한 번 입술을 떼어놓았다가,)
(다시 입을 맞추었다가, 떼었다가, 다시 맞추기를 반복하다가.)
……아직도 못하네. (낄낄대며 웃는다. 눈 앞에 있는 입술을 바라보다가, 제 손으로 입 주변을 훑어준다.)
레베카 로렌스:... ... ... ... ...너 때문에 숨 차. (한참 호흡을 고르고 내뱉은 말.)
안 해본지 오래 돼서 그래....
... ... ... ...좀 더 하면 잘 할 수 있어.
좀 더 하자.
많이, 많~이.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술과 입술만 살짝, 맞부딪힌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나의…….
……(뭐라고 불러야하지?)
주군, 연인, …아가씨…….
…레베카. (잔소리가 쏟아지기 전에 냅다 튀자.)
레베카 로렌스:...집무실에 있을 거야. 내일 태양이 시계탑을 가로지를 때까지.
... ... ... ...네가 나를, 이 세상에서 뺏을 때까지?
... ... ...내일 봐.
하나의 세상을 끝내는 날, 여름의 나라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창문으로 스며들어오는 음울한 먹구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왕의 집무실이 보입니다.
손을 뻗으면 음울한 기운이 손가락 사이에 얽혀드는 듯 합니다.
팔라딘이 성 밖으로 나서면, 정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기사들과 가신들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영원히 번영하는, 안녕한 나라를 위하여 일어선 사람들입니다.
치열하게 이어지는 삶을 조금이라도 평온하게 빚어보고자 악을 쓰는 사람들.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와, 자리를 잡아 버텨낸 삶의 흔적들.
그 모든 기대와 선망이 당신의 등을 타고 올라와 단단히 자리잡습니다.
승자가 기록하는 역사에서,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영웅의 일.
파블의 영웅은, 이 사람들의 영웅은 다른 누구도 아닌 팔라딘 당신입니다.
평소에도 몇 번씩 거닐었던 빛이 들지 않는 복도를 가로질러 집무실의 문을 열면, 그곳에는 레베카가 있습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웃는 입매는 평소와 다름 없습니다.
누군가 팔라딘의 등 뒤에서, 레베카의 이름을 크게 외치고 죄인이라 비난합니다.
삽시간에 번진 불씨는 전염병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파먹고 크게 번집니다.
레베카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전한 폭군으로 남고자 하는지, 팔라딘에게 그 어떤 말도 건내지 않습니다.
가장 앞쪽에 자리한 호위기사를 바라보다말고 여느때처럼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합니다.
살고자 하는 자와, 죽이고자 하는 자가 뒤바뀐 순간입니다.
레베카가 죽여온 것들이 또 다른 칼날이 되어 세상을 베어갈 것 입니다.
그것은 마치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본래 어떤 형체였는지도 더듬어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렇게 무로 돌아가는 것이 아쉽거나 애처롭지 않습니다.
본래부터 그래야했던 것 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 처럼.
레베카를 포박하고 성 밖으로 빠져나오면 국민들과 견습 기사, 아카데미 학생들까지 모두 몰려 레베카를 비난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레베카는 여전히 웃는 얼굴 입니다.
이 모든 것의 종말이 기껍다는 얼굴로 다정스레 웃으며, 그들 모두의 얼굴을 돌아봅니다.
하나하나 눈동자 안에 새겨두려는 것 처럼 진득하게 바라보고, 걸어갑니다.
오래도록 빈곤하고 치열했던 파블의 삶을 이토록 번영하고 풍요롭게 만든 미친 자들의 왕!
불과 몇시간 전, 팔라딘에게 입맞추던 아가씨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저 이대로 걷다가, 원래 없던 것 처럼 사라질 최후의 왕.
이 다시 없을 폭군의 장례 행렬은 길게 이어져 시계탑에 이르기까지 천천히 진행됩니다.
시계탑에 도착하면, 어느새 정오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찬란한 태양도 폭군의 행보가 징그러웠는지 먹구름 사이로 고개를 감춘 오늘, 팔라딘은 레베카를 끌고 처형대에 오릅니다.
(조금 흐리네.)
조금 덜 멋진 날이구나. (다름 없이 웃는 얼굴로 오른쪽에 맨 검을 뽑을 듯, 말 듯.)
(찰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처형대에 서 모두를 내려다본다.)
사람도 많고.
오늘 낮의 주인공 납셨다. 짜샤들아.
에덴 로렌스:그대의 신념과 맹세, 내가 분명히 이어받았다. 어느새 다가온 에덴이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입니다.
그대의 몫으로 돌아갈 비난과 불명예,
내가 전부 지고 갈 테니.
그대가 베풀지 못한 사랑까지.
내가 전부 베풀어 드리도록,
맹세드리겠습니다.
(치고 지나간다.)
에덴 로렌스:거참 꼬맹이가 아니라 다 컸다니까.
...최대한 처형대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게.
곧 화약을 터트릴테니... 그때가 되면, 처형대 아래에서 견습 기사들이 발판을 부숴 자네와 폐하를 빼돌릴 걸세. 뒷일은... 자네의 몫이네. 이목을 끄는 것은 내가 할테니, 부디...
레베카님을.
(자신만만한 승자의 얼굴을 띤다.)
내가 실패할 리가 없잖아.
(이것이 끝.)
...네가 나를 세상에서 빼앗는 일의 시작.
그러니, 폐하.
당당하게 소리 높여 웃어주세요.
그야,
(속삭인다.) 가끔 가다 네가 소리 내서 웃는 걸 내가 많이 좋아했어.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서,
(얼굴을 뗀다.) 단상에 오르실 준비는 되셨나?
레베카 로렌스:... ... ...황당하고, 어이없고, 이상해.
사실 웃는 건 좀..., 나랑 안 맞는 일인 것 같아....
... ... ...근데, 나... 네가 나를 세상에서 빼앗아가면 너의 것이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웃지 못할 것도 없는 거 같아.
웃긴 일이야....
...그래도 네 말처럼 소리 내서 웃는 건 자신 없어. (살짝 웃는다.)
(한 번 멈췄다가 거둔다.)
응, 그 기세야.
우린 세상 모두를 속이는 대악당이 될 거거든.
그러면 즐겁기라도 해야지.
……그리고 지금, 어쩐지. (포박당하고, 결박당해있지만.)
팔라딘:지금 너, 너무 예뻐. (둘만 들릴 정도. 그리고 담담하게 고개를 돌린다.)
...많이.
팔라딘의 말이 끝나자 처형 희망자였던 중년 남성이 레베카를 붙잡고 처형대에 무릎을 꿇립니다.
그리하여 팔라딘은 아침의 영광을 등에 진 날개의 기사로서!
적폐의 근간이 되는 간악한 무리의 목을 베고자하니!
너의 이름이 곧, 이 나라를 좀먹은 가장 큰 죄악이다!
...그런 음성이 빗소리를 뚫고 울려퍼지면, 온 나라의 국민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터집니다.
죽음 위에서 피어날, 새로운 나라에대한 열망입니다.
죽어나간 수십명의 목숨을 거름삼아 피어난 혁명의 불길입니다.
모두가, 레베카의 죽음에 아낌없는 축복을 던집니다.
레베카가 팔라딘을 바라보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면 다음 순간 시계탑 아래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굉음이 터집니다.
지하 통로에 보관하고 있던 화약들과 기름을 사용한 것 입니다.
광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이리저리 떠밀리며, 그 누구도 처형대 위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에덴이 예고했던 것 처럼 처형대의 발판이 무너지고, 팔라딘과 레베카는 아래로 떨어집니다.
견습기사들이 두 사람을 잡아주어 다치지 않습니다.
고마워, 꼬맹이 기사님들.
그들은 레베카를 혐오감 섞인 눈으로 바라보지만, 팔라딘이 하는 일이 잘못될 리 없다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레베카의 구속을 풀어주고 길을 열어줍니다.
견습기사:... ...팔라딘 경이 가시는 길에 행운이 따르시기를! 경을 믿습니다!
네 앞날에 축복 있길,
창대한 하늘을 등에 업은 기사가 될 거야. 너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박차고 뛰어간다!)
둘이 앞서 달려나가면 처형 희망자가 팔라딘과 레베카가 도주하는 지하 통로와 정 반대되는 방향을 가리키며 저곳으로 도주했다고 소리를질러 이목을 끌어줍니다.
처형 희망자:저쪽입니다!!! 저쪽으로 달려나갔어요!!!
미안하고 고마워.
네 앞 날에 축복 있길. (또 다시, 계속해서 뛰어간다! 날아갈 것 같이!)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광장 가운데에서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파블은, 1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추운 북부의 나라였다!"
"이 나라를 번영할 수 있게 세상을 뒤바꾼 이가, 우리들 중에 있다!"
"영원히 찬양받으소서, 우리의 진짜 왕이여! 우리가 잊어버린, 우리들의 왕이여!"
팔라딘:어허. 결국 싸움에선 그 애가 이겼던 모양이야!
(시계탑을 빠져나와, 아카데미 건물로, 빠져나와 마을로…….)
미안하다. 좋은 말 해주려고 했는데 역시 싸워서 이겨라!
(달려나간다!)
팔라딘과 레베카는 다시 빠져나와, 강가로 진입합니다.
강가에 진입하면 의료원의 의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팔라딘과 레베카를 발견하자마자 뛰어와 미리 챙겨둔 옷가지며 약재, 먹을것들을 쥐어줍니다.
묻지 않으십니까?
귀관이 하시는 길이 옳은 길이시겠지요.
(늙은 의사님. 한 번 껴안는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날을! (그리고 다시금 달음박질친다.)
마지막으로 북문으로 진입하면, 밀수꾼과 마주칩니다.
그는 말 두마리를 준비하여 북문 근처에서 미리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밀수꾼:하!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요! 것봐요! 제가 필요하실 거라고 했지요?
(검은색 로브를 둘에게 뒤집어 씌워준다.)
제가 준 동전은 아직 가지고 계십니까?
(손으로 나이스캐치.)
엉.
극비로 부쳐야 하는 물건 하나가 있는데,
부탁할 수 있겠습니까.
밀수꾼:당연하지요, 두 분이 같이 떠나시는 거지요?
성문에 경비병들이 있겠지만 제가 준 동전을 보여주면 확인도 하지 않고 내보내 줄 겁니다.
감사하게 됐수다. 형씨.
(어깨 툭, 친다.)
나중에, 언젠가는 보게 될 것 같아.
그러면 좋은 하루를!
밀수꾼:하하! 무사히 멀리까지 가셔서 저랑 만나시면,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가시는 길에 축복이 있길 빌겠습니다!
(다시 달음박질친다. 말을 재촉한다. 성문까지!)
레베카는 이제까지 수십, 수백에 가까운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가 무감정한 어투로 죽이라며 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아직도 팔라딘의 뇌리에 선명합니다.
그들을 죽이던 순간이 눈동자 안 어딘가에 들러붙어 밤이면 팔라딘에게 이유를 묻기도 합니다.
그 의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레베카도 팔라딘도 그것에 감히 이유를 붙일 수 없습니다.
죽은 사람과, 죽인 사람만이 존재하는 수도를 가로질러 두 사람은 말을 타고 멀리 도망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로부터, 자신이 외면한 혁명으로부터.
이곳에 있는 것은 모든 것을 홀로 끌어안고 지옥에 거꾸로 떨어져 망가진 왕과 그를 위해 검을 고쳐 쥔 신념의 기사입니다.
목숨이 다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파블의 안녕을 빌며 살아갑시다.
죽은 사람들의 무덤에 꽃을 놓고, 사죄하며 살아갑시다.
내일도 이 여름의 나라에는 찬란한 태양이 뜰 것 입니다.
새로운 왕의 즉위를 축하하며 더욱 부강한 나라가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