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들지 않는 7일의 저택 』




『잠들지 않는 7일의 저택』
w. 풉

잠저택
분주한 대저택의 하루 일과가 끝이 났습니다.
모든 정리를 마친 오토하는 한적해진 2층 복도를 걸어갑니다.
댁의 주인어른과 부인, 다른 식구들은 런던에 용무가 있어 한동안은 이 깊은 숲속 저택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고, 저택에 남은 하나뿐인 막내 아가씨…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그렇게 말해도 안 잘 거라니까?
또 시작입니다.
침대 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느니, 꿈에 괴물이 나온다느니, 잠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느니, 온갖 핑계를 들어가며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저 아가씨 말이에요.
이미 3일째 꼴딱 샌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 걸까요.
먼발치에서 보이는 레일라는 이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메이드와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의 방문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보수가 월등히 많은 탓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아가씨의 어리광을 몇 년째 받아주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 때가 된 것인지…
오토하가 어이없는 광경에 잠시 고뇌를 하고 있으면, 신입 메이드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오토하를 쳐다봅니다.
코마사 오토하:(대충 알았다는 눈빛을 보내요) 아가씨, 이번엔 무엇이 불편하신가요? 침대 밑을 다시 확인해드릴까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오늘은 그냥 침구가 마음에 안 들어.
자기 싫어!
코마사 오토하:그러면 침구를 새걸로 갈아드릴게요. 더 부드럽고, 보송보송하고, 감촉이 좋은 걸로요.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춥니다. 안 자면 키가 크지 않을 거라 으름장을 놓을까 생각했으나, 3일씩이나 밤을 새운 시점에선 키가 중요한 게 아니죠. 아가씨는 어른... 스럽진 않지만, 똑똑한 아이기도 하고요.) 수면부족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대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그런 걸로는 부족한데. 나는 이 집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호수가에서 풀어놓고 키운 오리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깃털을 하나하나 뽑은 걸로 만든 이불을 갖고 싶어. (흥.)
디케, 수면부족으로 죽어봤어?
코마사 오토하:완두콩 공주님도 이렇게 까탈스러우시진 않을 텐데... (읏차... 레일라를 안아 들어올립니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제가 지금 아가씨를 이렇게 안고 있진 못하겠죠. 하지만 어렸을 때 옆집 아저씨가 과로로 죽은 적은 있답니다. 추리 소설가였는데, 소설 속 트릭을 고안해내느라 몇 주 동안 밤낮 없이 고민하다가 급사했다나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완두콩 공주님보다는 내가 훨씬, 훨씬 대단한 사람이 될 테니까? 혹시 알아, 세계를 걸고 도박할 수 있는 사람이 될지. (안아들어올려지자 남의 머리채를 손잡이처럼 꽉 부여잡는다.)
흥, 안 죽어봤는데 어떻게 알아? 라고 하려는 건 바로 알아차렸네. 옆집 아저씨가 과로로 죽은 사건을 말해주다니... ... .... 근데 그정도면 본인이 추리 소설 속 트릭을 실제로 실현한 걸 수도 있지 않겠어?
코마사 오토하:oO(음... 두피가 좀 당기는군)
과로로 죽은 게 아니라 과로로 위장된 거란 말씀이신가요? 상상력도 풍부하셔라~... 커서 작가가 되셔도 되겠어요. (세상을 걸고 도박하는 도박마보단 그 편이 훨 낫겠지요...) 하지만 탐정도 경찰도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지 못하고 끝나는 소설은, 어딜 가도 인기를 끌진 못할 것 같네요. (자연스럽게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레일라를 눕힙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작가가 되면 집사인 디케를 마구 데리고 온 세계를 돌아다닐 건데 괜찮겠어? 디케는 한 곳에 정착해서 무탈하게 살고 싶은 거 아니야? (알면서도 데리고 다니겠다는 못된 마음.)
사건의 진상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단순 과로사로 죽은 게 되어 이렇게 디케가 아가씨 한 명 재울 때 사용되는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겠어. ... ... ...근데 뭐지? 너무 자연스럽게 나를 침대에 눕히고 있지 않아? 나 안 잔다고 했는데?
코마사 오토하:작가든 뭐든, 멋진 어른으로 자라나려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법이에요~... (이불을 끌어당겨 턱 끝까지 덮어드림...) 자, 눈 감으시고... 제가 토닥토닥도 해드릴게요.
(토닥토닥... 토닥토닥... 토닥토닥...)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말똥말똥.... 눈 부릅 뜨고 있음.)
코마사 오토하:(손바닥으로 눈꺼풀을 살살 쓸어내려봄...)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 (오토하 손 꾸욱... ... ...)
코마사 오토하:(잡혀줍니다...) 눈 뜬 채로 자는 건 눈 건강에 좋지 않을 거예요, 아가씨...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침구가 별로라고 했는데, 나는.
그김에 침대 밑에 괴물이 있나 봐봐. 있어?
초록색 강아지 같은 거 있으면 어떡해? 금화 좋아할 거 같은.
코마사 오토하:(레일라를 몇 번 더 토닥이다가 몸을 일으킵니다.) 초록색 강아지? 특이한 색의 강아지네요. 그런 걸 발견하게 된다면, 풀물이라도 든 건 아닌지 일단 씻겨보아야겠지요... (그리고 몸을 기울여 침대 밑을 살핍니다.)
당연하지만 침대 밑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인형 하나가 덩그라니 굴러다니는 중.
코마사 오토하:(가엾은 것... 어쩌다가 이곳까지 굴러왔느냐. 인형을 빼내서 먼지를 텁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나중에 디케가 키울지도 몰라. 초록색 강아지 같은 거. 괴물은 아니겠지만.
코마사 오토하:괴물이 아닌 편이 좋네요, 저는. (인형을 옆구리에 끼우고 아가씨를 일으킵니다.) 잠깐 일어나시겠어요~? 오리털이 들어간 걸로 침구를 갈아드릴게요. (부디 그 오리들이 행복한 오리였길...)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이제 다시 안 누워야겠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코마사 오토하:(옷장에서 새 침구를 꺼내 능숙하게 바꿉니다.)
oO(음... 이제 다신 안 누워야겠단 표정이군.)(...생각하며 아가씨를 다시 안아 들어올립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머리카락 꾹... ... ... ... 절대 안 놔줘야지.)
코마사 오토하:oO(아가씨... 언제부터 힘이 이렇게 장사셨지)
(하는 수 없이 같이 눕습니다.) 만족하시나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 ... ...난 안 눕고 싶었는데? 그리고 이 오리 별로 안 행복했던 거 같아. 느낌이 그래. 아니면 바다 근처에서 살았던 거 같아. (억지.)
코마사 오토하:그래요? 제가 느끼기엔 복지 혜택을 받으며 대가족을 이루고, 평균 수명 이상을 살아간 오리 같은데~...
...우유라도 데워드릴까요? 몸이 따뜻해지면 잘 기분이 들지도 몰라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아무리 디케가 오리 같이 생겼어도, 오리의 마음은 모르는 법이야.
... ... ...흠, 그러면 우유에 바닐라 시럽 두 스푼, 그리고 얼음도 두 조각 올려줘. 너무 뜨거운 건 싫으니까.
초콜릿도 한 조각 넣어주면 좋을지도?
코마사 오토하:(그냥 덜 뜨겁게 데워드리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얌전히 따르기로 합니다.) 본부대로 하지요.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눈을 또랑또랑하게 뜬 아가씨가 있는 방을 빠져나와... 주방으로 갑시다.)
주방으로 터덜터덜....
당연하지만 밤이라서 아무도 없습니다.
다람쥐쿼카집사 한 명만이 덩그라니.
코마사 오토하:(나는 밤의 thief. 우유의 마음을 훔치지.)
아가씨 마음은 못 훔친듯.
코마사 오토하:(ㅠㅠ)
(아침에 갓 짠 우유를 냄비에 넣고 끓입니다. 본부하신 대로 바닐라 시럽(비쌈)도 두 스푼 넣고, 초콜릿(비쌈)도 한 조갑 넣고...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머그컵으로 옮긴 다음 자그마한 얼음을 두 조각 올립니다.)
(도착하기 전에 얼음 녹으면 컴플레인 들어오는 거 아님? 후딱 아가씨 방으로 갑시다.)
사실 뭘 해도 컴플레인 넣을 거 같은 진상 아가씨긴 해.
가는 길에 아이디어 판정하게 해드립니다.
코마사 오토하: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팟-칭)
천재.
'레일라는 평소에 동화나 시를 읽어주면 잠을 잘 잤었다' 라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물론 동화를 읽어줬던 건 몇 년 전이라, 이제는 다 컸다며 진저리칠 게 뻔하지만요.
코마사 오토하:(여전히 아긴데)
(쑦 하고 안을 수 있는데!)
(암튼, 돌아가는 길에 서재에 들르기로 합니다. 우유가 식지 않게 후딱...)
오토하는 레일라에게 읽어줄 동화책이나 시집을 찾기 위해 서재로 향합니다.
담당구역이 아니기에 서재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분명 서재는 3층 왼쪽 복도 끝에 있습니다.
오토하는 먼지 하나 없는 계단을 밟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기본적으로 항상 쓸고 닦아 과하게 광이 나는 저택이지만, 최근 며칠 새에 저택의 구석구석이 눈에 띄게 낡아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관찰이나 예술 판정이 가능하여요.
코마사 오토하:(기강이 빠졌구만.)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오토하는 계단 벽에 붙어있는 초상화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그림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종이의 빛이 바래 누렇게 뜨고, 물감이 덩어리져 그림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제 사람을 그린 초상화라기보다는 마치…얼굴 없는 괴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토하는 알 수 없는 기괴함을 느낍니다.
오토하, 이성 판정 (0/1)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75
판정결과:실패
(...햇빛에 산화됐나? 이렇게 빨리 산화될 수가 있나? 초상화를 힐끗거리다가 지나칩니다. 아침이 밝은 다음에 조치를 취해야겠어요!)
뭐, 누가 사고를 쳐놓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혼내는 건 나중에 혼내도록 하고....
3층 왼쪽 복도 끝.
서재의 문을 열면, 벽면을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책장과 수많은 책들이 먼저 눈에 띕니다.
창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으며, 고급진 책상 위에는 여러 문서와 필기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흠... 아가씨께 읽어드릴 만한 책이 있나, 책장부터 살펴봅시다.)
온갖 장르의 책들이 꽂혀있는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목재 책장입니다.
얼마나 큰지, 책을 꺼내기 위한 간이 사다리까지 구석에 놓여있을 정도입니다.
분명 레일라가 예전에 읽던 동화책들도 어딘가에 꽂혀있을 텐데 말이에요.
자료조사 또는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코마사 오토하:
자료조사
기준치:55/27/11
굴림:30
판정결과:보통 성공
(어디 보자...)
엄마 거위가 아기 거위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표지의 책을 발견합니다.
책의 제목은 '마더구스(mother goose)' 입니다.
자장가나 짧은 동화가 여러 편 실려있는 책입니다.
코마사 오토하:(흠... 오리는 아니고 거위지만, 행복해 보이긴 하네. 만족스럽게 표지를 보다가 옆구리에 끼웁니다,.)
(책장으로부터 몸을 돌리는 동안, 창밖에 시선이 닿습니다.)
늦은 밤도 밤이지만, 창밖은 짙은 안개가 끼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며칠간은 밤낮없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한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안개는 이 저택에서 일하게 된 이래로 처음인 것 같죠?
코마사 오토하:(어쩌면 주변 환경이 낯설어져서 아가씨가 잠들기 싫어하는 걸까요? 아가씨께 그런 애틋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고?)
(나오는 길에 책상도 슥 살펴봅니다...)
이 댁 주인어른의 책상입니다.
책상 서랍은 굳게 닫혀있고, 책상 위에는 각종 문서와 서신이 수없이 쌓여있으나 깔끔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자세히 보면 문서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냥 대충 차곡차곡 쌓기만 한 것 같네요.
대체 여기 담당이 누구였죠?
코마사 오토하:(아... 이건 어쩔 수 없네 아... 집사는 이런 거 그냥 못 지나가니까... 아.......)
(아 이거 이렇게 하는 거 아닌데!! 하는 마인X래프트 스트리머 채팅창 초등학생처럼 문서를 착착 정리합니다)
하면서 자료조사도 함 굴려볼까.
코마사 오토하:
자료조사
기준치:55/27/11
굴림:73
판정결과:실패
(안돼)
(잠깐 졸았던 거 같은데? 다시 나의 집사 짬밥. 내 모든 집사의 역사. 나의 집사 지식. 동원해서 강행해요)
집사님은 위대하니까. 졸 수도 있음.
코마사 오토하:
자료조사
기준치:55/27/11
굴림:99
판정결과:실패
두 번 졸았나본데
코마사 오토하:많이 졸렵다...
졸려죽겠는데 잠 안 자는 아가씨 때문에 고생이 많아요.
오토하는 어디에도 분류해놓기 어려운 이질적인 문서 두 장을 발견합니다.
한 장이 더 있어야할 것 같지만… 마지막 페이지는 누락된건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코마사 오토하:(무슨 문서인지 살펴볼 수 있을까요?)
일단 첫 번째 페이지는... 깔끔한 고딕체의 영문 계약서인 것 같은데, 내용이 많이 손상되어 무엇에 대한 계약서인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밑에 아가씨의 삐뚤빼뚤한 이름과 서명이 있네요.
어린 아가씨가 계약서에 서명을 할 일이 대체 뭐가 있을까요?
코마사 오토하:(아가씨가 사기 계약을!?)
(누구를 상대로 사기를 친 거지?)
(두 번째 페이지도 봅니다)
레일라의 것 외에도, 두 개의 이름과 서명이 더 적혀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어른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의 것입니다.
오토하는 기본적으로 이 집안 사람들과 연이 있거나 친한 가문의 성 정도는 외우고 있을 터인데… 딱히 주인어른의 지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소한 이름입니다.
코마사 오토하:(읽어볼 순 있나요?)
(AKKUMA)
아쿠마 씨.
코마사 오토하:(아쿠마 쨩.)
메타적으로 딱히 이름이 지어져 있진 않은데 데몬 아쿠마 씨가 마음에 들어서
방금 그렇게 됐어요.
코마사 오토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우유 안 식게 품에 안고 아가씨한테로 돌아갑니다)
서류들 서랍에 안 넣어놔도 괜찮아?
개인적인 서류는 서랍에 넣어두는 게 좋을 텐뎅?
코마사 오토하:(서랍 다 닫힌 줄 알아또. 넣어둘랭.)
미안하지만 웬 일인지 책상 서랍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평소에 번거롭다며 서랍장을 잠구지 않는 분인데 말이에요…다른 사용인이 모르고 잠궈둔걸까요?
행운 판정이 가능합니다.
코마사 오토하:(음......)
기준치:25/12/5
굴림:15
판정결과:보통 성공
(헐)
25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주인 어른도 참ㅎㅎ 못 말린다니깐~)
(열쇠로 서랍을 엽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안에 든 서류를 볼 수도 있고... 흠흠...)
서랍 안에는 주인어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처음 보는 수첩이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토하가 수첩을 열어볼 경우, 같은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 필체의 라틴어와 기괴하고 기하학적인 원 모양, 출처를 알 수 없는 붉은 얼룩이 가득합니다.
수첩
오토하, 이성 판정 (0/1)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주인어른도 참 못 말리신다니깐. 토마토 주스 마시다가 흘리신 걸까요.
코마사 오토하:(검... 검붉은데? 주스의 제형이 아닌데? 엄청 피 같은데?)
(일단 수첩을 탁 닫고, 서랍도 도로 잠그고, 서류도 그냥 그대로 두기로 합니다. 난 아무것도 못 봤다...)
(주인 어른이 악마 숭배자라는 증거 같은 거 전혀 못 봤어~~)
자고로 영국의 신사이자 지식인이라면 라틴어에 능해야 하는 법이니… 주인 어른이 수첩에 라틴어로 쓰셨다고 해도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쓰여있는 모양새가 너무도 섬짓합니다.
역시 많은 부분이 손상되어 읽기도 힘들 뿐더러, 왼쪽에 이 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자고로 귀족저택 사용인의 덕목이라면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입니다.
코마사 오토하:(악마 소환진임, 백퍼)
주인 어른이 악마 숭배자라는 증거 하나도 못 봤으니까 모른 척 할까나~
코마사 오토하:(응! 뭐 집에서 소환하시진 않겠지... 저 멀리 시내 한복판에서 소환하시길)
(진짜진짜 아갓시에게루 가자.)
오토하는동요집과 우유를 들고 다시 레일라의 방으로 향합니다.
방문을 열면 레일라는 여전히 뜬 눈으로 오토하를 맞이합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내가 몇 살인데 동요집은 가져오는 거야?
코마사 오토하:열 살이시죠. 그새 까먹으셨어요~?
(아직 김이 피어오르는 우유를 레일라의 손에 들려주고, 동요집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깁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아니, 아니. 내가 열 살인데 동요집을 불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리고 얼음 녹았어!
코마사 오토하:네, 얼음의 희생 덕분에 우유는 뜨거워지지 않을 수 있었답니다...
어디 보자, '잘자라 우리 아가' 어떠세요? 클래식이죠, 클래식.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흥..., 그런 거 들려줘도 내가 잘 거 같아?
오토하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눈에 띄는 동요를 하나 찾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걸 자장가라고 들려줘도 될까요, 보나 마나 무섭다고 호들갑을 떨며 더 잠들지 않을 게 뻔합니다.
코마사 오토하:(이건 안 돼, 집사 윤리에 어긋나요)
(다시 팔랑팔랑... 평범하게 이쁘당 사랑스럽당 꿀잠자랑 하는 자장가 없는가)
다행히 책의 뒤쪽에도 무난한 가사의 노래나 동화가 많이 실려있습니다.
뒷장에서 평범하고 아기자기한 노래 가사를 발견합니다.
동화책
코마사 오토하:(그래, 이거지... 이상한 찢어죽이뿐다!! 동요는 잊고 반짝 반짝 작은 별을 불러드립니다.)
오토하가 약간의 흥얼거림을 섞어가며 레일라에게 동요를 불러주면, 레일라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은근슬쩍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 ... ...안 자고 싶은데?
코마사 오토하:(그러든 말든 꿋~꿋하게 부릅니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침대 위에 앉아서 우유 홀짝....) 디케, 어차피 부를 거면 여기 누워서 불러봐.
잘 안 들리잖아?
코마사 오토하:아가씨도 안 누우셨는데 제가 어떻게 눕겠어요? (다 마시셨나? 머그컵 안을 슬쩍 봅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벌써 다 마셨는데 안 마신 척 하고 빈 컵 홀짝이는 중....) 난 아직 우유를 다 못 마셔서.
코마사 오토하:에이, 깨끗하게 다 비우셨는데요, 뭘. (자연스럽게 머그컵을 가져가 침대 옆 협탁에 둡니다. 아가씨도 눕히고 나도 눕고...)
(다시 흥얼흥얼... 부릅니다. 무한반복작은별쇼.)
반짝반짝 작은 별을 수없이 많이 불러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레일라는 잠에 들지 않습니다.
점차 밤은 깊어가고, 오토하는 서서히 눈이 감깁니다.
아, 아직 레일라를 재우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오토하가 완전히 잠들기 전,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코마사 오토하: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졸령)
요즘잘자쿨쥐
요즘 잘자 쿨쥐는 코오 하고 잠에 듭니다.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눈을 떠보면 오토하는 레일라의 고급지고 푹신한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레일라는 오토하가 앉아 있었던 의자에 앉아 오토하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고용인의 침대를 차지하고 잠에 들어버리다니, 오토하는 이성 판정을 해야 마땅합니다.
오토하, 이성판정 (0/1)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당함)
숙면이 이렇게 좋은데...
자명종 시계를 살펴보면 벌써 정오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저택의 사용인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게 보통인데…오늘 당장 짤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응..., 숙면이 좋긴 하겠지.
잘릴 수도 있겠지만.
코마사 오토하:(......)
(긍정회로: 주인어른이 악마숭배자인 거 같음ㅎㅎ 잘려도 오히려 이득? 럭키비키야)
(부정회로: 잘리고 굶어죽을 것이다)
(정상회로: 미친!!!!!)
(벌떡 일어나서 아가씨를 붙잡고...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에 쏙 넣어드린 다음에 방을 빠져나옵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뒤 졸졸졸 쫓아가는 중.)
정원 산책 가자.
코마사 오토하:...한숨도 안 주무신 거 아니에요? 피곤하지 않으세요?
(그러고 보니... 아가씨, 며칠 밤을 새운 것치고는 말을 멀쩡히 하시는데... 말만 멀쩡히 하시는 건가? 눈이 충혈되거나... 피로한 흔적이 보이진 않는지 들여다봐요)
당연하지만..., 어제보다 한층 더 피곤한 낯을 하고 있습니다.
혈색이 점점 어두워져 오늘따라 더 안쓰러워 보이는 레일라 입니다.
또 밤을 샌 것 같은데, 대체 왜 잠을 자지 않는 걸까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흠, 하지만 디케가 쿨쿨 숙면하는 동안 안 잔 착한 아가씨가 오늘은 디케를 쉬게 해줄 거라고 다른 사람들한테 말해뒀는 걸.
코마사 오토하:(나... 안 잘려? 안 굶어죽어?)
(빳빳했던 어깨를 툭 떨굽니다. 우리 아가씨가 이렇게 섬세한 호의를 다 베풀어주시고...) 그건... 확실히 선한 일이네요. 주무시지 않은 것과 아가씨께서 선하신 건 별개의 일이지만요...
아가씨께 필요한 건 정원 산책보단 꿈나라 산책 같지만... 차라리 좀 걷고 나면, 주무실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같이 가볼까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내가 잠들었으면 디케는 분명, 잘렸을 걸? 안 잠든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지?
하여튼 내가 디케를 굶어죽지 않게 구해준 셈이니까, 오늘 하루는 나랑 놀자.
나한테 하루를 대여해줬다고 생각해.
오토하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레일라는 오토하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합니다.
레일라의 손에 이끌려 저택 문의 밖으로 나서면, 아침임에도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습니다.
저택 근처 이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정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레일라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거대한, 안개 낀 정원을 익숙하게 지나갑니다.
어린 풀냄새와 이르게 핀 꽃향기가 오토하의 코를 맴돕니다.
어느새 프리지아 꽃이 만개한 곳에 멈춰섭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나만 알고 있는 비밀정원이 있어.
여기 나무 담장 틈새로 들어가면 돼.
코마사 오토하:비밀정원이 있었다고요? 정원사가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레일라가 말한 나무 담장 틈새를 살핍니다. 다 큰 어른도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일까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나도 모르지? 나는 정원사가 아니니까.
틈새... 잘 하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크기 판정을 해볼까요? (오토하가)
코마사 오토하:(나... 성인 평균 사이즈인데 말이지)
크기
기준치:50/25/10
굴림:33
판정결과:보통 성공
(오오오오)
몸이 조금 낄 것 같지만, 레일라가 안에서 끌어당겨 준다면 어찌저찌 들어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나 먼저 들어가?
코마사 오토하:네에, 먼저 들어가서 당겨주시겠어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자기 혼자 쏙... 들어가버림.)
(얼굴 빼꼼.) 자, 이제 들어와!
코마사 오토하:(이런 곳에 끼고 싶진 않아... 몸을 최대한 웅크려서 틈새로 들어가봅니당.)
레일라가 안에서 끌어당겨줘 무사히 나오면...,
오토하가 비밀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맨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작은 오두막과 벤치입니다.
그 주변에 가득 핀 라일락 나무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소담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저택의 정원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요?
어쩐 일인지 유독 이곳에만 안개가 끼지 않아,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맑습니다.
문이 없어 햇살이 잘 드는 오두막 안에는 간이침대와 테이블, 간단한 취사도구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코마사 오토하:(한참을 두리번거립니다. 무슨 꿈속에나 나올 법한 장소네요...) 저 오두막은... 아가씨가 가꿔놓으신 건 아니죠?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나는 안 해뒀지, 당연히!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나는 컵보다 무거운 건 들지 않아.
그냥 우연히 발견했어. 공부하기 싫을 때 가끔 이곳으로 도망왔었거든.
코마사 오토하:대체 어디로 도망가시길래 그렇게 안 보이나 했더니만... (오두막 쪽으로 걸어갑니다.) 주인 어른께서 젊으셨을 적에 땡땡이 치려 만든 곳일지도 모르겠네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하지만 그런 거 치고 엄청 잘 가꿔져 있는 걸. 그 아저씨가 어릴 적 추억을 이렇게까지 가꿔둘 사람으로는 안 보이던데.
그리고... ... ..., (어디론가 쪼르르 뛰어간다.) 여기 좀 봐봐!
레일라는 이걸 좀 보라며 비밀정원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모종삽으로 화단 밑의 땅을 조금씩 파내기 시작합니다.
코마사 오토하:어디, 뭐가 있나 봐볼까요... (옆에 쪼그려 앉아 아가씨가 열심히 파내는 땅을 바라봅니다.)
오토하, 행운 판정이 가능합니다!
코마사 오토하:
기준치:25/12/5
굴림:29
판정결과:실패
(아깝다!)
아깝다~~~
자물쇠가 걸려있는 작은 나무상자를 발견합니다.
열쇠공이나 근력 판정으로 열 수 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제가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열쇠공
기준치:16/8/3
굴림:43
판정결과:실패
(자물쇠 가지고 달각... 달각... 하다가 아무 일도 없던 척 내려놔요)
(제가 다시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근력
기준치:40/20/8
굴림:32
판정결과:보통 성공
(보셨죠)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디케..., 이런 거 많이 해봤어? (ㅋㅋ)
코마사 오토하:그야 이런 건 탐정의 소양... ...아니, 집사의 소양이니까요.
나무 상자 안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금제 회중시계가 들어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음? ...비싸게 생겼는데?)
(저 '감정' 찍고 왔거든요 비싼 보석인지 봐볼래요)
아. 굴려보자. 팔아먹으면 얼마 나올지.
코마사 오토하:
감정
기준치:25/12/5
굴림:60
판정결과:실패
(모르겟더염.)
잘 모르겠고 그냥 세공 솜씨도 예사롭지 않은데 보석도 귀해보여서..., 비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코마사 오토하:(흠... 낡았나요? 아니면 새것같나요?)
새 것 같다!
코마사 오토하:(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비싸 보이는 시계를 사거나 세공해선, 땅 밑에 쳐박아둔다고? ...타임캡슐 같은 건가?)
저택의 누군가가 주인 어른의 물건을 빼돌려서 숨겨놓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한 번 알아봐야겠어요... (...라면서 자연스럽게 시계를 주머니에 넣습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뭐지? 너무 자연스럽지 않나?
그거 내 건데?
코마사 오토하:네? 아가씨 물건이라고요?
아가씨 물건을 상자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서 땅에 묻어뒀다가 저한테 보여주시는 거라고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응, 그러니까 여기 뭐 있으니까 보라고 하지?
구경시켜주는 거야. 이거 내 타임캡슐이거든.
코마사 오토하:oO(내 시계...)
진짜 타임캡슐이었군요... (아쉽지만 시계를 다시 돌려둔다.) 이런 시계를 가지신 줄은 몰랐는데. 언제쯤 다시 열어보시게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아저씨 시계 뺏어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보석들로 세공한 거긴한데, 디케가 갖고 싶으면 가져. (선심 쓰듯.)
지금 이미 한 번 열어버린 거니까, 다른 거 넣고 다시 열지 뭐.
코마사 오토하:(이 쿨함 뭐지?)
...제가 보관했다가, 10년 뒤에 아가씨께 드릴게요. 수제 타임캡슐인 거죠.
달리 넣고 싶은 게 있으세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흠..., 기다려봐. (오두막으로 잠깐 달려갔다가...,)
(연필이랑 종이 두 장을 들고 나온다.) ...편지 쓰자! 서로한테.
10년 후에 시계를 다시 돌려주면서 읽어주는 거야.
그때까지 디케는 여기서 일해야 해.
그때까지 여기에서 일을 하라니, 설마 악담은 아니겠죠?
코마사 오토하:(저주 같은데요?)
(일단 종이와 연필을 받습니다. 십 년 뒤까지 이 저택에 있을 것 같진 않으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겠죠.)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연필이랑 종이 손에 쥐어준다.) 자! 빨리 편지 써!
코마사 오토하:(휴, 숨 돌리고 종이를 착착 접습니다.) 전 다 됐어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나도 다 썼어. (종이 챡챡 접어서 상자에 쏙 넣는다.)
디케도 넣어.
코마사 오토하:(뭔가 투표하는 기분이 드네요)
(상자에 종이를 쏙 넣습니다.) 10년 뒤가 기대되네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10년 뒤에 여기서 일 안 하고 있으면 잡아올 거니까, 기대해?
코마사 오토하:(오싹......)
그만둘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만둘 거라면... 제대로 도망쳐야겠네요. 극동아시아 쯤으로 가볼까...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왜? 남극이나 북극이 더 좋지 않아?
코마사 오토하:온통 새하얀 곳에 노란 게 삐죽 나와 있으면 눈에 띌 거 아니에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흠, 그것도 맞는 말이네. 대신 내가 남극이나 북극에 숨으면 못 찾으러 오겠네?
숨을 일 있으면 그래야겠다.
코마사 오토하:자기 싫다고 남극이나 북극까지 가시면 안 돼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흐음, 남극이나 북극으로 지금 도망 가버릴까? (손에 흙 툭툭 털고는...,)
좀 더 고민은 해볼 테니, 돌아가자.
코마사 오토하: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정말~... (기지개를 쭉 켜고 아가씨의 손을 잡습니다...) 네, 돌아가죠.
비밀정원에서 시간을 보낸 후, 저택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주변은 어둑해져 있습니다.
여전히 끼어있는 안개에 오토하의 기분은 묘해집니다.
저택으로 돌아온 오토하는 오늘이야말로 레일라를 재우겠다는 마음으로 레일라의 방을 정리합니다.
정리를 마치면 여전히 잠에 들 생각이 없어 보이는 레일라가 잠옷을 입은 채 투덜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자기 싫은데....
꿈에 밥 못 먹어서 굶고 있는 불쌍한 초록색 개가 나올 것 같아서....
코마사 오토하:그렇다면 그 개에게 밥을 주면 되죠. 오히려... 아가씨께서 잠드시지 않으면, 개는 텅 빈 꿈나라에서 계속 계속 굶고 있을 걸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흠..., 그럼 디케가 먼저 가서 밥 주고 있으면 안 돼?
그 개가 빵빵해지면 그 때 내가 잠에 들어볼게.
코마사 오토하:제가 먼저 잠들라고요~?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라는 소리시네요. 아가씨께서 순순히 절 따라 잠드실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진~짜로. 디케가 먼저 가서 밥 주고 있으면 순순히 따라 잠들어줄게.
약속!
...초록색 개를 걸고.
코마사 오토하:(ㅋ... 심리학 판정 합니다)
(초록색 개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잣)
ㅋㅋ굴려볼까
코마사 오토하:
심리학
기준치:40/20/8
굴림:31
판정결과:보통 성공
개 커다란 구라입니다
코마사 오토하:(음, 그렇겠지)
절대 따라 자지 않을 거 같아요.
코마사 오토하:초록색 개, 꽤 아끼시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닌가 봐요. (또 아가씨를 번쩍 들어서 이불 밑에 넣어드립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하..., 초록색 개 좋아한다니까? 내기할까? 그래야지 믿겠어? (뻔뻔하기까지....)
코마사 오토하:그러셔도 탐... 집사는 못 속여요. 집사는 심리의 달인이니까요. (어제 침대 밑에 주운 인형(아까 세탁당함)도 아가씨 품에 안겨드려요) 오늘은 다른 동요를 불러드릴까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뽀송뽀송해졌군....) ...디케도 여기 누워. 무슨 동요 불러줄 건데?
코마사 오토하:(잠시 망설이다가 함께 눕습니다. 오늘은 절대 먼저 잠들지 않겠어...) 어디 보자... 오늘은 이걸 불러드릴게요.
오토하와 레일라가 서로 잠에 관해 양보할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누가 먼저 잠에 드는지 끝까지 가봅시다.
둘이 정신력 판정.
코마사 오토하:
정신
기준치:60/30/12
굴림:1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
정신
기준치:90/45/18
굴림:77
판정결과:보통 성공
레일라는 결국 피곤한 얼굴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레일라를 재울 수 있는 걸까요?
코마사 오토하:(시나리오 end)
시나리오 엔딩을 기대하며 오토하가 레일라를 바라보며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려는 순간, 오토하의 시야가 암전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면, 마치…
…또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또?
눈을 떠보면 역시나 오토하는 레일라의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지금이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방안과 창밖은 어둡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아도, 레일라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레일라는 어디로 간 거죠?
코마사 오토하:(황급히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옵니다.) 아가씨?
관찰이랑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코마사 오토하: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88
판정결과:실패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아... 졸리네)
잠이 덜 깬 거 같은데
코마사 오토하:(강행할래요, 눈 부비부비 귀 부비부비 해서 졸음을 깨워)
강행!! 해보자.
코마사 오토하: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1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보았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
방문이 조금 열려있다는 사실과..., 복도에서 누군가의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레일라일까요?
코마사 오토하:(발소리를 죽여 방문을 열고 나옵니다.) ...아가씨? 아가씨세요?
오토하가 레일라를 찾기 위해 문밖으로 나서면 처음 보는 인영이 복도를 앞서 지나가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코마사 오토하: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2
판정결과:보통 성공
희미하게 뒷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옷인데…,
잠깐, 고급스러운 옷이요?
저택의 사용인이 입을 법한 옷도 아니고, 이 집안 사람들이 돌아온 것도 아닐 텐데 '저건' 대체 누구죠?
불안한 예감이 밀려옵니다.
오토하, 이성 판정 (1/1d3)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75
판정결과:실패
3
(방으로 돌아가서 아가씨의 방에 있는 장식용 트로피를 쥡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방에서 나와 인영이 있던 곳을 돌아봅니다.) 당신 누구야!?
오토하가 알 수 없는 사람을 부르거나 쫓아가도 그는 멀어지기만 할 뿐, 뒤돌아본다거나 따라잡히지 않습니다.
대체 저 사람은 누구고 레일라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괴한?
납치?
…그 전에 사람이 맞긴 한 걸까요?
계단을 내려간 사람은 이윽고 저택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저택 밖의 자욱한 안개에 서서히 그의 모습이 묻혀들어갑니다.
이대로 가면 놓칠 것 같습니다.
그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아요.
붙잡아 그의 모습을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손에 트로피를 꽉 쥐고, 발소리를 쿵쿵 내며 계단을 내려갑니다. 수상한 이를 따라 저택 문 밖으로 몸을 던집니다.) 이봐!
오토하는 자욱한 안개 속 인영을 뒤쫓습니다.
닿을 듯 닿지 않고, 여전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오토하 주변을 에워싼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어느샌가 방향 감각도 잃을 것만 같습니다.
사람의 인영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됩니다.
오토하가 어디로 빠져나간다고 해도 같은 곳만 맴돌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치 안개 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아요.
오토하가 한참을 안개 속을 헤매면, 누군가가 뒤에서 오토하의 팔을 붙잡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웃는 표정의 작은 아가씨입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디케, 이거 떨어뜨린 거 같은데?
레일라의 손에는 회중시계가 들려 있습니다.
분명 레일라에게 받았던 그 회중시계인데…언제 떨어트렸던 거죠?
코마사 오토하:아가씨... (숨을 작게 헐떡입니다.) 어디 가셨었던 거예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여기 오래 있으면 안 돼. 내가 길을 안내해줄게. (익숙하게 네 손을 잡아 끌고 걸어간다.)
그리고 나는 계속 방에 있었는걸. 디케가 뭐에 홀린 듯 방 밖으로 트로피 들고 나가버렸어.
코마사 오토하:장난치시는 거죠? 분명 아까는... (하지만 돌이켜보면, 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건 맞다. 낯선 이의 존재를 뒤쫓느라 바빠서...) ...침입자가 있었어요. 대체 뭘 하려고 들어왔던 건진 모르겠는데...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흠..., 하지만 나는 디케 빼고 다른 사람은 못 봤는걸?
내가 못 봤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면 도둑이려나.
하지만 지금 도둑에 가까워 보이는 건 디케인 걸. 내 트로피를 훔쳐갔잖아?
코마사 오토하:(손에 들린 트로피를 잠시 바라봅니다...) ...무기로 챙긴 거였어요. 맨손으로 상대할 순 없으니까요.
아가씨를 납치해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덤비려던 거였으니까... ...봐주시면 좋겠네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나를 위해서 그런 거야? 그건 좀 감동적이네. 진짜 납치당한 상태로 본 거라면 더 감동적이었겠는걸.
다음에 진짜 납치당할 때는 나도 트로피를 하나 챙겨서 디케에게 암호를 남겨줄게. (꺄르르, 하고 웃는다.)
코마사 오토하:진짜 납치 당할 일이 없길 바라자고요. (레일라의 손에 얌전히 끌려간다...)
레일라를 따라 저택으로 돌아오면, 레일라는 1층의 넓은 로비에 멈춰섭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응, 그런 일은 없는 게 좋긴 하겠지.
디케도 어디에 납치 당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네.
잘 자.
그 말을 끝으로 오토하의 시야는 다시 암전됩니다.
어제의 일은 그저 꿈이었는지, 자신은 언제 이곳에 돌아온건지, 오토하는 원래 자신이 생활하던 저택의 1층 방에서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마자 오토하는 동료 사용인에게서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올 예정이니 오늘은 다들 저택 청소로 바쁠 텐데, 사용인 몇 명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소리 말이에요.
짐도 그대로이고, 사라진 물건도 없고, 밖에 나간 걸 봤다는 목격자조차 없다고 합니다.
오토하,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코마사 오토하: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사람들이 사라진 것도 이상하고…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온다뇨?
분명 7일에 돌아온다 반복적으로 전해 들었던 오토하입니다.
어제는 분명 4일이었고, 오늘은 5일일테고, 그럼 내일은 6일이잖아요?
날짜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동료 사용인에게 재차금 묻는다면, 오늘은 6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설마 꿈을 하루 동안 꾼 건 아닐 테고 말이에요.
찜찜한 기분을 뒤로하고, 슬슬 일을 시작할 시간이 되어 오토하도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방에서 중앙의 홀로 나오면 노년의 하녀장이 오토하에게로 다가와 한 가지 부탁을 합니다.
하녀장:집사님, 소문은 들으셨나?
사용인 몇 명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소문말이네.
코마사 오토하:들었어요. 짐도 가져가지 않았을 뿐더러 나가는 걸 본 사람도 없다면서요? 사람이 그렇게 마법처럼 사라질 수 있다니...
사라진 사람들도 걱정되지만, 우선은 오늘 청소가 제일 걱정이네요. 하필이면 이렇게 바쁜 날에 인원이 비다니.
하녀장:그러니까 말이네.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남는 인력이 거의 없는 것 같으니...
자네가 잠깐 저택을 돌아다녀보면서 사라졌다는 사용인들을 찾아봐 주겠나?
혹시 저택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코마사 오토하:음... 그래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일하던 사람들이, 저택 내부에서 헤매고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들지만. 밖보다는 안을 뒤지는 게 수지타산에 맞다. 못 찾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몽유병에 시달리느라, 이상한 곳에 고개를 박고 기절해 있을지도 모르니까. 제가 찾아볼게요.
하녀장은 우선 1층을 부탁한다며, 계단 위로 바삐 올라갑니다.
사라진 사용인들을 찾아달라니,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우선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묻거나 직접 찾아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1층 평면도
1층 중앙 로비에 서 있는 오토하의 좌측으로는 식당, 우측으로는 응접실이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현관, 북쪽으로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위치해 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현관으로 이동합니다. 신발장에... 숨어 있나?)
현관에서 밖을 바라보면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있습니다.
신발장에는...,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지만요.
어제의 그 이상한 꿈 때문에 오늘은 왠지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년의 정원사가 저택의 문 앞에서 정원 쪽을 쳐다보며 눈을 한껏 찌푸리고 있네요.
정원사:이그그그... 돌아오시기 전에 해놓아야 하는데...
안개 때문에 뭐가 보여야 말이지....
코마사 오토하:정원 쪽도 바쁜가 봐요. (눈을 가늘게 뜨고 정원 쪽을 바라봅니다.)
정원사:엄청 바쁘지! 주인 어르신께서 이렇게 이렇게, (손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어 보이면서...,) 둥글게 대칭을 맞춰 나무덤불을 잘 가꿔 놓으라고 하셨거든. 이렇게 말이야....
보기 좋게 둥글둥글하게 말이야. 큰 손님이 오니 그렇게 해놓으라 말씀하셨는데 말이야.
이그그그... 나원, 참.
코마사 오토하:(흠...... 흠...)
네, 뭐, 그럼.
아자아자 파이팅~
(이러고 식당 쪽으로 갑니다)
화나 있는 정원사를 두고 떠나면...,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식당과 주방입니다.
다들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탓에, 무언가를 물어본다거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토하가 식당을 조금 서성거리면, 은식기를 닦고있는 메이드와 키 큰 풋맨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이 가능하여요.
코마사 오토하: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93
판정결과:실패
안 들려... 왜이렇게 소곤소곤 말하는 거지.
코마사 오토하:(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무슨 대화 중이세요~?
사용인1:아니 작은 아가씨가 미쳐서..., 어! 아니,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제가 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소리를 죽이고 소곤소곤 말해요...) 저도 아가씨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할 말이 많거든요.
(하고 말재주로 나도 같은 편임ㅋ 편하게 말해봐ㅋ 시전할게요)
아 ㅋㅋ 굴려볼까 ㅋㅋㅋ
코마사 오토하:
말재주
기준치:35/17/7
굴림:23
판정결과:보통 성공
(오예)
사용인1:아니..., 그래요. 집사님도 좀 들으면 어때. (갑자기 태세전환.)
미친 아가씨에다 이젠 하인까지 없어지고, 이 저택 저주받은 거 아니냐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용인2:맞아..., 괴물 괴물 하더니 진짜 괴물이라도 나오나 봐요.
듣자 하니 저택에는 공공연하게 나쁜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틀린 말도 아닌 게, 아니, 사실이잖아요.
레일라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정말 미쳐버리기라도 한건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몇몇 사용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요.
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코마사 오토하:(흠, 그건 그래. 우리 아가씨한텐 좀 미친 여자 기질이 있어. 미친... 여자 좋아. 미친 여자도 좋아, 의 미친 여자가...)
괴물 얘기는 또 뭔가요? 그건 처음 듣는데~...
사용인2:못 들으셨어요? 자꾸 아가씨가 침대 밑에 괴물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나온 소문인데.
그 이후로 자꾸 사용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까....
코마사 오토하:(어린애의 말을 믿을 정도라니... 저택 내부의 분위기가 안 좋긴 한가 보네. 조금은 한심하단 생각이 들지만, 인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라진 이들의 행방에 대해서는 저와 하녀장 님이 알아보고 있답니다. 새로 알게 되는 게 있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저주 받은 저택'에서 일하는 건 제게도 무서우니까요.
(더 볼 게 없다면 응접실루 갑시다)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쓸 일이 없어 찬 공기만이 맴도는 응접실입니다.
오토하가 응접실의 문을 열면,
쿵.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견습하인:아, 아아, 아, 안녕하세요!!!!
아가씨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는 견습하인이네요.
딱 봐도 어딘가 수상해보이는 얼굴인데…견습하인은 다급히 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응접실 안에선 타는 냄새가 납니다.
냄새가 나는 쪽을 쳐다보면 벽난로입니다.
벽난로 안엔 '무언가'가 타고 있지만...불씨는 작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마사 오토하:(망설이지 않고 벽난로에서 '무언가'를 건져냅니다. 손을 파닥파닥 흔들어서 불을 꺼봅시다...)
오토하가 망설이지 않고 건져내면...,
그나마 멀쩡한 건 종이 한 장과 책 한 권 뿐이네요.
코마사 오토하:(태워 없애려고 했던 종이와 책이라,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기네요.)
(아니면 그냥 탄내든가...)
(종이부터 살펴봅시다.)
수상해....
수상한 탄내 속에서 읽어보면요,
내용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글씨 하나 적히지 않은 그림에 가깝거든요.
가운데의 작은 원을 큰 원이 감싸고 있는 모양이고, 그 사이엔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원,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이런식으로 자세히 보니 마치 마법진을 그린 것 같네요.
코마사 오토하:(이거... 이거 그거)
(주인어른의 악마소환진이랑 똑같이 생겼나요)
Yes
코마사 오토하:(저주받은 저택 맞는듯?)
(다들 도망가... R.U.N.)
(아리까리한 얼굴로 종이를 챙기고... 책도 펼쳐봅시다)
저주받은 듯? RUN 해야하는 게 맞는듯?
책은 영어로『 존재의 증명(Proof of Existence) 』이라 쓰여있습니다.
그런데, 열어볼 경우 내용은 영어와 라틴어가 섞여 있습니다.
교육 판정이랑 외국어 라틴어 판정을 동시에 해볼 수 있어요.
코마사 오토하:......
도전!
언어(라틴어) Roll
기준치:1/0/0
굴림:82
판정결과:실패
실패!
괜! 찮! 아! 교육판정이 아직 남았어.
코마사 오토하:
교육
기준치:70/35/14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ㅇ)
눈에 띄는 구절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저는 S라서 그런 생각 안 해요)
(근데 가끔 제가 탐정이고 아가씨는 도박사인데 우리가 가상현실 게임에 갇혀서 이런 거라면? 하는 상상은 해요)
(N일지도 모름)
아 이거 아 어쩐지 한 150년 정도 지나면 아가씨가 그런 거 시킬 거 같고 무서워지고 막
코마사 오토하:(응접실에서 나와 주변을 살펴봅니다... 이걸 태우려고 했던 견습하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요?)
(ㅋ)
150년 뒤의 아가씨 환생 생각하면서 나오면 딱히 흔적은 안 보이네요.
1층을 전부 둘러보았지만, 딱히 사라진 사용인들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
어떡할까요?
그 수상한 견습 하인도 신경쓰이고, 하녀장님께 보고한다는 구실로 2층에 올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좋아용. 2층으로 갑시다)
2층 평면도
오토하가 계단 위로 올라오면 맨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원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 입니다.
발코니를 기준으로 왼쪽 복도 끝은 레일라의 방, 오른쪽 복도에는 사라진 사용인의 또 다른 청소 담당 구역이던 귀빈실과 주인어른의 침실이 있습니다.
복도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고, 하녀장님 역시 보이지 않네요.
코마사 오토하:(흠... 발코니부터 살펴봅시다)
원래라면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발코니이지만… 안개때문에 경치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원의 한 가운데에 높게 쌓인 거대한 무언가만은 유독 눈에 띕니다.
적어도 10m는 되는 것 같은데, 저런 게 언제부터 저기 세워져 있었죠?
코마사 오토하:(뭔... 뭐지? 저게? 동글동글하게 한댔지, 높게 높게 한다고는 안 했는데?)
(안개 땜에 관찰 판정 안되나요)
해보긴 해보까
잘하면 보일 수도 있구
코마사 오토하: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2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빠릿!)
안개 사이로 정원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무언가는 돌로 쌓아올린 석탑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이 정원…평소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조금 특이한 모양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정원의 나무 담장과 덤불들이 가운데의 석탑을 중심으로 어떠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코마사 오토하:(아직 지능 쓰지도 않았는데 쎄믈리에 ON 됨)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87
판정결과:보통 성공
가운데의 석탑을 기준으로, 정원의 나무 담장들이 마치 아까 발견했던 마법진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이한 정원의 모양새를 확인한 오토하, 이성 판정 (0/1)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56/28/11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하인들아 우리 X됐어)
(일단 현실도피 좀 하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가봅시다... 귀빈실로 가요)
사라진 사용인의 다른 담당구역인 귀빈실의 문을 열면 …이게 무슨 일이죠?
있어야 할 침대와 테이블 등 가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자명종 시계 단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설마 훔쳐간 건...! 아니겠죠. 침대와 테이블을 훔쳐갈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자명종 시계를 들어 살펴봅니다.)
오토하가 자명종 시계를 들어올리면, 자명종 시계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느낄 새도 없이, 오토하의 주머니 속에 있던 회중시계가 체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회중시계는 자명종 시계와 같이 시침과 분침이 아주 빠르게,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코마사 오토하:(?????)(자명종 시계를 퍽퍽퍽 때립니다)
자명종 시계를 퍽퍽퍽 때리면..., 오토하의 손이 흐려지면서 자명종 시계가 바닥으로 다시금 떨어집니다.
오토하, 이성 판정 (1/1d4)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56/28/11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오토하가 눈을 한 번 깜빡이면 거짓말처럼 손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습니다.
헛것을 본 걸까요?
코마사 오토하:(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겠죠? 최근 며칠동안 아가씨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하 안 돼... 하녀장 빨리 찾아야 돼 이 이상한 일들로부터 도피해야 돼)
(침실로 갑시다)
주인어른은 외출 중이시니 청소를 위해 문은 열려 있어야 할텐데… 어쩐지 잠겨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잠긴건 아닙니다.
문고리도 돌아가고 문도 조금 열어볼 수 있지만, 묵직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어느정도 이상은 열리지 않습니다.
코마사 오토하:(열린 틈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오토하가 문틈새로 방 안을 살펴보면, 견습하인으로 보이는 소년이 구석에 쭈구려 앉아 흐느끼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견습하인:저,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대체 여기서 뭘 하는건지.
아무래도 견습 하인이 문을 가구로 막아둔 것 같은데…
코마사 오토하:침실에서 이러고 있으면 곤란해요~? (겁을 먹은 것 같으니 최대한 상냥하게 목소리를 내봅니다.) ...아까 태우려고 했던 것들을 발견했어요. 혼내거나 추궁하지 않을 테니까 문 좀 열어주실래요? 얘기를 좀 나누고 싶어요.
오토하가 대화를 시도하면..., 문은 잠시 뒤 갑자기 허무하게 열립니다.
분명 문 앞에 무언가가 있었는데, 열린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이 왜 열리지 않았던거죠?
견습 하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며 눈물을 쏟아냅니다.
코마사 오토하:(주섬주섬 손수건을 꺼내서 하인에게 건넵니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예요?
견습하인: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제발,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 제가 뭘 태우려고 했는지는 주인어른한테 비밀로 해주세요, 오토하님...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 다 죽을거란 말이에요.
주인님은 내일, 사람 하나를 제물로 바쳐서 괴물을 소환해낼 생각이세요. 그런데 그건 괴물이잖아요, 그건 괴물이란 말이에요...
코마사 오토하:당연히 비밀로 하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어린아이의 착각으로 치부하기엔 여태껏 오토하가 보고 들었던 게 있으니까요... 견습하인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립니다.) 사라진 사람들은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잡혀간 건가요?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 눈물로 젖어들어갑니다.
이윽고 그는 울면서 바닥을 기어와, 오토하의 앞에 몸을 수그립니다.
견습 하인:오토하님, 오토하님 저는 죽고싶지 않단 말이에요...저는....
견습하인은 오토하의 소매 끝을 잡으며 죽고싶지 않다고 절규를 토해내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합니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그의 전신은 서서히 안개처럼 흐릿하게 변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오토하, 이성 판정 (1/1d3)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
(X됐다... X됐다... X됐다...)
(뺨을 꼬집어봅니다...)
아프다.... 완전 현실.
로그아웃 불가능.
코마사 오토하:(고객센터 열어ㅡ!!!!)
(머리를 쥐어뜯다가... 아직 젖어있는 손수건을 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견습하인이 있었던 자리의 뒤에는 집안 식구들을 그려놓은 거대한 액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설마, 저택의 하인이 사라졌다는게 이런 거였나요?
눈 앞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충격 때문인지, 거대한 그림이 오늘따라 더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코마사 오토하:(그림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뭐더라 그... 뭐 굴릴 거 없어? 아무거나 잘... 생각나는 거
미술 관련이면 더 좋다.
코마사 오토하: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67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
(감정.)
감정
기준치:25/12/5
굴림:81
판정결과:실패
(안 되네.)
아 어케든 해줄게 있어봐
코마사 오토하:(얌쥰해짐)
오토하가 자세히 보고자 눈을 한 번 비비면..., 액자 속 부자연스럽게 붙여져 있던 레일라의 그림만 사라져 있습니다.
붙인 그림이니 어디론가 떨어진 걸까요?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아도 떨어진 그림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연스러웠던 그림은 레일라를 그린 부분이 떨어져 어딘가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원본이 드러났기 때문이겠지만, 마냥 편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은 감상입니다.
코마사 오토하:(아가씨... 그러고 보니 아가씨는 무사히 계실까? 당장 자신의 안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레일라의 방으로 향해봅니다...)
오토하가 레일라의 방으로 향하면..., 그 방향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들려옵니다.
코마사 오토하:(느리게 옮기던 걸음이 빨라집니다.) 아가씨!
아까는 분명히 닫혀있었던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용인 한 명이 붕대를 들고 레일라의 침대 앞에서 벌벌 떨고 있습니다.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흰색 이불 위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선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레일라의 팔이고, 그 작은 손에는 나이프가 들려있습니다.
설마, 자기 손으로 팔을 찌른 건가요?
오토하, 이성 판정 SAN(0/1)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54/27/10
굴림:80
판정결과:실패
(황급히 다가가서 나이프를 빼앗습니다.) 아가씨가 그러신 거예요? (정황상 그렇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죠.) 왜 그러셨어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누가 봐도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멀뚱한 표정으로,)
괜찮아, 깊지 않은 상처야.
코마사 오토하:왜 그러셨냐는 질문엔 대답이 없네요. ...이봐요, 치료하려고 그러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애꿎은 사용인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사용인이 파들파들 떨면서 오토하에게 붕대를 넘겨줍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봐, 저렇게 떨고 있는데 무슨 치료야?
차라리 디케가 해줘.
코마사 오토하:저도 떨고 있거든요? (아님, 떨진 않음... 하여튼 치료를 시도해봅시다.)
붕대 사용하면 응급치료에 +20 해드려요
코마사 오토하:
응급처치
기준치:65/32/13
굴림:83
판정결과:실패
.....
(강행해서 실패하면 아가씨가 더 아파지겠지?)
(그래도 날 믿어, 아가씨)
(강행해볼래요)
그치만 알 바는 아니지 않나? 강행할까? 좋아 하자.
코마사 오토하:
응급처치
기준치:65/32/13
굴림:75
판정결과:실패
엉성한 미라 하나 완성됐어요.
코마사 오토하:...대충 지혈은 된 거 같아요. (아님)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 (자기 꼴 봄.) 이게?
코마사 오토하:...좀 더 조여드릴까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흥..., 디케도 못하는데 뭐. 됐어, 내가 할 거야.
지혈을 마친 레일라의 표정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린 소녀의 표정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광기를 담은 눈입니다.
레일라는 이윽고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립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조금만 더 버티면 돼.
뭘?
대체 뭘 버틴단 말인가요?
코마사 오토하:대체 뭘요? (물으면서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직감합니다.)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말해줄 거라고 생각해서 물은 건 아니지?
(어린아이처럼, 방긋 웃는다.) 디케, 동요 듣고 싶어. 서재에서 그 책 가져와줘.
코마사 오토하:점점 말해주시지 않는 게 늘어나네요. 어른이 되어가시는 거 같아서 섭섭한데요... (빤히 바라보다가, 구부렸던 몸을 다시 폅니다.) 저 없는 새에 또 이상한 시도를 하시면 안 돼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책 가져와 준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게. (이불로 꾸물꾸물 들어가서 눕는다.) 봐, 이렇게 착하게- 있으면 되지?
코마사 오토하:(흰 이불에 선명하게 묻어있는 선혈을 잠시 힐끔거립니다.) ...네, 그대로 있으세요. (가는 길에 구급상자도 챙겨와야겠네요. 그게 사라지지 않았다면 말이에요.)
(방을 떠나 서재로 향합니다...)
결국 오토하가 레일라의 부탁을 듣고 서재에 있는 동요집을 찾기 위해 복도로 나오면, 복도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습니다.
방금 전의 화려했던 복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썩은 나무의 끼익 소리가 들려오는 바닥과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슨 낡은 벽만이 남았습니다.
오토하, 이성 판정 (0/1)
코마사 오토하:
SAN Roll
기준치:53/26/10
굴림:72
판정결과:실패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이 낡아 있음을 과시하는 저택입니다.
저택 안은 조용합니다.
방금까지 청소로 소란스러웠던 저택은 마치 거짓말인 것만 같습니다.
이 저택엔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이 내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 레일라를 확인해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방금 전까지 레일라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던 사용인은, 역시 사라져 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도망치고 싶습니다... 격렬하게 도망치고 싶어요... 하지만 갈 곳이 없잖아! 짙게 깔린 안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는걸요.)
(레일라의 방문 앞에서 한참 심호흡을 하다가 정말로 걸음을 옮깁니다. 삐걱거리는 바닥을 밟고 서재로 갑시다.)
오토하가 3층으로 올라와 왼쪽 복도 끝에 있는 서재의 문을 열면, 서재 역시 오토하가 기억하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마치 10년 정도는 방치된 것만 같이 낡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책장의 끝에서 노년의 하녀장이 의연한 표정으로 책의 먼지를 닦고 있네요.
저택의 모두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오토하는 반가운 얼굴을 마주합니다.
코마사 오토하:하녀장님. (천천히 걸어서 하녀장에게로 다가갑니다.) 사라진 사람들이요, 결국 못 찾았어요. 1층에도 2층에도 없더군요. ...그런데 찾는 새에 사람이 더 사라진 것 같더라고요.
하녀장:그래..., 그랬군.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다네. (책장에서 '마더구스' 라는 책을 꺼내서 오토하에게 건네준다.)
아마 저택의 주인님들이 관련된 일이겠지.... 그분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종교에 빠져있다는 것은 내 잘 알고 있었다네.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분들을 모시며 충성을 맹세하는 자였으니 말일세.
...자네는, 사용인의 덕목을 알고 있는가?
코마사 오토하:보지 않을 것, 듣지 않을 것, 말하지 않을 것이요?
하녀장:...그래,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침묵했지. 하루하루 저택에 이상한 책들과 문서들이 쌓여가도 말이지.
그리고 주인어른께선 뜬금없이 아가씨를 양녀로 들이셨지.... 그분들은 정말 자식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어. 그건... 마치 어딘가에 '쓸' 귀한 물건을 얻은 표정이었네. 분명 아가씨도 무언가 관련이 있을게야.
하녀장은 그저 제 할 일을 하듯, 점점 흐릿해져 가는 손으로 책장을 한 번 닦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라져 가는 손을 가만히 쳐다보다, 덤덤하게 오토하에게 낡은 공책 하나를 꺼내 건넵니다.
하녀장:나는 떠날 때가 되었네. 이제 각자의 길을 감세.
나는 죽기 위해서, 자네와 아가씨는... 둘 중 하나는 살기 위해서겠지. 어느 쪽이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니, 현명하게 선택하게나.
노년의 하녀장은 그 말을 끝으로 웃으며,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이제 오토하의 앞에는 마더구스와, 처음 보는 공책만이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코마사 오토하:(미간을 문지르다가, 자신의 손에 들린 공책을 내려다봅니다. 정말 펼치기 싫지만 그래선 안 되겠지요...)
(떨리는 한숨을 내쉬고 공책을 펼칩니다.)
오토하가 공책을 몇 장 훑어보면 월 단위, 혹은 연 단위로 드문드문 그림과 함께 일기가 쓰여 있습니다.
어딜보나 레일라의 글씨체인 것 같네요.
이 저택에 처음으로 오게 된 날의 기록, 공부가 지루하다는 내용, 비밀 정원을 찾아냈다는 내용, 자신의 소중한 회중시계를 비밀정원에 묻어두었다는 내용, 자신을 돌봐준 오토하에 대한 내용…
성장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중간 이상의 페이지부터는 더 이상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짜의 일기가 벌써 쓰여있네요.
레일라가 언제 일기를 써서 서재에 갖다 놓기까지 한거죠?
코마사 오토하:(오늘 아침, 날짜를 헷갈렸던 일을 떠올립니다. 눈살을 찌푸리고 오늘 자 일기를 읽어봅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생각해볼 필요도 없어요, 오늘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뒷장을 넘겨보면 검은 크레파스로 규칙없이 마구 칠한 것 같은 기괴한 그림과, 얼룩이 져 번진 글씨의… 내일 일기가 있습니다.
그림
묘한 들뜸과 광기가 묻어나는, 이 역시 아가씨의 글입니다.
견습하인이 했던 말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해집니다.
뒷장에선 1년후, 3년후, 4년후…, 글씨체에서 성인의 티가 베어나는 9년후와 10년후의 일기까지 이어집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일라의 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 일기에 따르면…그래요,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실체가 없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 의해, 레일라에 의해 다시금 만들어진 환영입니다.
어디 당신뿐인가요?
이 저택에 있는 모두가 허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레일라는?
레일라는 대체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 낸 것인가요?
이제는 당신의 작은 주인과 이야기를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코마사 오토하:(멀쩡했던 손이 흐려지고, 눈 앞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저택이 폐허가 될 때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요... 내가 죽었다니. 보험금도 한 번 못 타보고 죽었다니.)
(지나치게 충격적이고 갑작스러운 소식인지라, 되려 담담한 기분이 듭니다. 공책을 덮고 동요집과 함께 챙깁니다...)
(아가씨에게로 돌아갑시다.)
오토하는 레일라의 방으로 향합니다.
이 저택은 뒤틀리고, 공간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모양새였나요?
이 저택은 이렇게 낡고, 병들어 있었나요.
레일라의 방문을 열면, 레일라가 아닌 누군가가 침대 위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미 그를 알고 있습니다.
어제 꿈에서 보았던, 오토하가 안개 속에서도 끝까지 쫓아갔던 그 뒷모습입니다.
로그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왔어?
레일라는 웃으며 오토하를 맞습니다.
성인의 얼굴이지만, 어린 아가씨의 모습이 뿌옇게 겹쳐집니다.
그래요, 그랬습니다.
'나'와 이 저택의 허상을 만들어 낸 건 당신이에요, 레일라.
코마사 오토하:(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쉽니다.) 이제 어린아이로는 안 보이네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당연하지, 그때에서 10년이나 지났는데?
다 컸지. 성인인걸.
코마사 오토하:그리 많이 크진 못 하셨는걸요. 잠을 안 자서 그런가.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지금 보자마자 시비거는 거야?
...어릴 때보단 많이 컸는데? 디케랑 비슷할 걸?
코마사 오토하:그렇다고 해드리죠. 사용인에겐 힘이 없으니까.
...다들 사라진 것 같아요. 저 빼고는. 전 언제 사라지는 거죠?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글쎄? 언제 사라지고 싶은데?
그런데, 내가 뭘 했는지는 안 물어보는 거야?
알아낸 걸까? 아니면 알고 싶지 않은 걸까?
코마사 오토하:'과거의 잔상과 현실을 동화시켜주는' 주술이라고 했던가요? 일기만 봐선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겠더군요. 설명해주시겠어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어머, 내 일기장까지 봤어? 남의 일기장까지 찾아보다니. 사용인 실격 아니야?
그래, 음..., 설명해줘야지.
'괴물'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신'이라고 불러야 할까? 하여튼 모르는 남자와 내기를 했어.
이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10년 전에 죽어 육체와 영혼이 전부 소멸된 사람들이지, 그것도 주술의 실패로.
'무언가'에게 전부 제물로 바쳐진 거였을 테니까.... 물론 디케도 함께.
나는 그 '무언가'를 다시 한 번 불러내보고 싶었고, 모르는 남자는 그런 날 흥미로워했지. 과거의 잔상을 다시 불러내주겠다는 거야.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잔상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은 6일째에서 7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맨정신으로 이 환각을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 ...,
아아, '평범한' 인간은 무리였나봐. 정신력이 부족해서 실패해버렸어.
봐, 이 저택 벌써 다 무너져 가는걸.
...하지만 디케, 들어봐.
당신이라도 앞으로 계속 남는다면,
이 내기는 어떻게 되었든, 내가 이긴 거 아니야?
코마사 오토하:(아직 작동하는 시계가 있던가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회중시계를 떠올립니다. 꺼내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아까 거꾸로 돌아갔던 귀빈실의 시계와는 달리, 이 방의 자명종 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정확히 돌아가며 1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회중시계도 마찬가지로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코마사 오토하:...20분만 버티면 전 살 수 있다고요? 예전에 저택 사람들을... (...그리고 코마사 오토하를,) 죽였다던 그 '무언가'는 어떻게 하고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어차피 이제 아무도 안 남았잖아. 제물로 바칠 수 있는 건 없는 걸.
그때와 많은 게 달라졌고, 많은 게 남지 않았어.
20분만 버티면 당신은 살 수 있겠지.
코마사 오토하:기이할 정도로 제게 이득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이제 다 커버린 '아가씨'의 옆자리에 조금 떨어져 앉는다.) ...동요라도 불러드릴까요? 20분동안.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응, 디케에게는 이득밖에 없잖아. 나쁘지 않지?
물론 디케와 반대로 나는 환각과 겹쳐져 소멸하게 되겠지만, 디케에게는 별로 상관 없는 일이잖아. (네게 여느 때처럼 웃어주고는,)
그 자장가는 불러주지 마. 들으면 이제 진짜 잠들 것 같아.
코마사 오토하:뭐... (말문이 막힌 채로 아가씨를 바라봅니다...)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 (웃는 눈을 들여다봐도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아가씨는 이런 걸로는 거짓말하지 않으니까요.) ...아가씨에게는 상관 있을 거 아니에요? 저 때문에 소멸하셔도 괜찮다고요?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그야..., 안 물어봤잖아?
난..., (잠시 입을 닫고 눈을 감았다가, 울먹이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나..., 디케가 없으면 안 되는 걸. 디케가 나 대신 살아줬으면 좋겠어....
... ... .... (다시금 평소와 같은 표정.) ...같은 건 역시 나랑 안 어울려. 난 내기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해. 내 목숨은 판돈에 불과한 거지.
코마사 오토하:(코마사 오토하가 아는 레일라는, 또래와 다른 구석이 있을지언정 사랑스럽게 여길 만한 어린 아이였다. 그에 반해 눈 앞의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저택도, 사용인들도, 하물며 자신의 목숨도 한낱 유희이자 판돈에 불과한 이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처음부터 사람을 잘못 보고 있던 걸까? 일기장 속 '내일'에 적혔던 말을 떠올린다. 재미있는 걸 찾은 것 같네....)
(그 이후의 일기 중 유일하게 이름이 남겨져 있던 페이지. '디케라도 남아있었으면 재밌었으려나.' ...그 문장을 읽었을 때, 애틋한 기분이 들었던가? 아니, 오히려......)
(풋맨이 옳았다. 아가씨의 침실엔 괴물이 있다.)
(동요집을 손끝으로 밀어 치운다.) 아가씨가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도와드려야죠.
레일라 에디트 루시어스:(네 손끝에 제 손가락을 겹친다.) 나를 두려워하는 건 괜찮아. 뭐, '괴물' 취급을 한다고 해도...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괜찮아.
하지만 기억해둬. 디케를 살린 건 나라고.
당신은 나 때문에 죽고, 나 때문에 사는 거야.
그래도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울면서, "제발 살아줘 디케.... 10년 동안 너무 외로웠어, 보고 싶었어. 사실은 그때부터 당신을 좋아했는데...." 뭐 이런 말. 안 해줬잖아? 솔직히 그런 말들이 디케한테는 더 깊게 추억으로 남을까 싶긴 했는데. 그건 너무 클리셰 같고. 재미없어. 그래서 안 해주는 게 내 마지막 변덕이자 배려야.
코마사 오토하:...그것 참... (안 그래도 막혔던 말문이 더 막힌다.) ...감사하네요. 마지막 순간까지 배려해주시다니.
(색이 다른 양쪽 눈을 바라본다. 사실은 시선을 돌리고 싶지만, 겹쳐진 손가락을 뒤로 빼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지 않아도, 기억할 거예요. 기억할 수밖에 없겠죠.
오토하와 레일라는 긴 침묵을 나눕니다.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 어떠한 마음이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유독 째깍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윽고 시침과 분침이 12시에 겹칩니다.
레일라는 안개처럼, 서서히 형체가 사라져갑니다.
당신은 그의 마지막을 올곧게 지켜봅니다.
둘은 지금 어떠한 표정인가요?
레일라는 오토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겹쳐 올리며 마지막 말을 전합니다.